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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8▲ 2025 민진규 국가정보학 14판 이론요약 표지 [출처=엠아이앤뉴스]개정 14판을 내면서 2024년 12·3일 비상계엄령 사태는 일반 국민 뿐 아니라 군 관련자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 이후 일련의 정치군인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지 45년이나 흐른 시점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국군방첩사, 정보사 등 이른바 국가안보의 최첨병에 서 있는 정보기관이 대거 연루됐다.문민정부 수립 이후 군의 정치적 중립이 성공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지만 ‘십년공부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는 자조적인 탄식이 나오는 실정이다. 정보직 군무원이 되기 위해 국가정보학을 배우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큰 심리적 혼란이 초래됐을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경험하며 군 정보기관의 문민화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기 바란다. 14판을 다시 집필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비대면 사회와 디지털 사회가 본격화됐으므로 e북(eBook)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 2006년 처음 책을 출간한 이후 13판까지 종이책만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e북만 판매한다. 아날로그 책의 장점이 많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하지만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산림을 파괴하는 행위가 최소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지구온난화로 초래되는 자연재해 대부분은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됐다. 저자가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관련 연구에 심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둘째, 최근 몇 년 동안 국가정보학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지며 심층적인 공부가 불가피해 이론과 사례를 보강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9년 동안 군무원 7급과 9급, 국가정보원 7급에 출제되지 않은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 시중에 출간된 다수의 관련 서적은 선진국 학자의 이론이나 해외 사례보다 기출문제를 풀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른바 ‘베끼기’ 에 천착해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이다.출처조차 불분명한 내용을 무작위로 나열해 가르치는 것은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국가정보학 학문 발전에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셋째, 시험 출제위원이 군 정보기관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인식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정보 및 군사정보 관련 업무에 종사한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시험문제가 조직의 업무 처리에 필수적인 지식과 스킬(skill)을 측정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선발된 군무원이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퇴직 이후에도 정보 관련 연구소나 기업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그러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군정보기관을 퇴직한 현역 군인도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출제위원 중에도 군정보기관에 근무하는 군인이나 군무원이 있으므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좋다. 양질의 교과서가 많이 출간될 수 있도록 문제를 다양화해야 한다.수험생뿐 아니라 현직에 근무하는 군인이나 군무원도 업무에 활용할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좋은 책이 풍부해야 정보기관이 발전한다. 당연하게 퇴직한 현역이나 군무원이 사회에 진출할 기회도 넓어지게 된다. 넷째, 단순하게 암기지식을 평가하는 문제를 넘어 철학적인 사고와 군정보기관의 발전 방향을 고민할 이슈를 많이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12·3일 비상계엄령 사태는 출세와 권력에 눈이 먼 군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전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부 정보기관 책임자는 군정보기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망각한 채 자신의 영달을 위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부하들을 부추겨 일탈행위를 저질렀다. 초급장교와 부사관, 병사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흑역사에 기록될 현장으로 내몰렸다. 참담하지만 군에 입문할 때 가졌던 애국심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0.1%라도 고민했다면 비상계엄령에 동참하지 않았을 것이다.상관의 명백한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군인은 권력에 집착하기보다 명예를 위해 헌신해야 존경받고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마지막으로 군정보기관에 근무하는 현역과 군무원 뿐 아니라 국가정보학을 연구하는 학자 모두가 동업자라는 인식을 갖고 유능한 정보전문가 양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 퇴직에 대한 두려움이 승진을 위한 맹목적인 충성과 비뚤어진 인생관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정보기관 퇴직자에 대한 민간영역의 수요가 넘쳐난다. 다양한 첩보수집 스킬과 정보분석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심, 비밀엄수에 대한 의지, 풍부한 현장경험, 뛰어난 어학능력은 글로벌 기업에서 목마르게 찾는 인재가 갖춰야 할 요건이다. 필자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정보기관 퇴직자 및 현직자와 교류하며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만은 예외라고 여기며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당연하게 일반 국민은 고사하고 선후배로부터 무한한 존경을 받는 사람도 드물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이 책을 읽는 젊은 청년들이 변화된 세상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길 희망한다. 2025년 1월 20일 민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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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국정원합격가이드북 입체 표지 [출처=배움]개정 9판을 내면서...우리가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국민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한반도에서 3년 동안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을 때에 다른 국가 국민도 나의 일처럼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세계 2위 군사 대국인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미국·유럽연합(EU)의 원조 규모에 좌우되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패망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과 달리 2년 이상 잘 버티고 있지만 영토 상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하마스의 기습공격에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뿐 아니라 서안지구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소총·로켓포와 같은 개인화기로 무장한 하마스와 달리 이스라엘은 전투기·탱크·미사일 등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무자비한 토벌 작전을 감행 중이다.러시아는 해외정보부(SVR)·연방정보부(FSB)·정보총국(GRU)과 같은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의 군사전략과 전비 태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해 곤경에 처했다. 전쟁의 승패와 관계없이 러시아의 몰락은 불가피하다.세계 최강 정보기관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모사드(Mossad)·아만(Aman)도 하마스의 기만전술에 농락당했다. 하마스가 무력투쟁을 포기하고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을 믿고 방비를 게을리했다. 이스라엘 정치권의 권력투쟁도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불러일으켰다.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찰국가를 자임했던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해야 할 정도로 쇠약해졌다. 우리의 맹방인 미국 뿐 아니라 어느 국가도 자국의 안보·이익을 위해서라면 타국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여긴다.냉엄한 국제정치의 논리는 동서고금을 통해 변하지 않았다. 양의 탈을 쓴 늑대인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빌붙어 왕권을 보장받으려던 조선은 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교정책도 주변 4강의 패권 다툼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어 안타깝다.정치권은 국제상황에 어두운 보수와 진보가 쾨쾨묵은 이념논쟁을 벌이며 국력을 소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조업은 중국·인도·베트남 등에 밀리고 4차 산업혁명은 미국·일본·독일에 주도권을 빼앗겼다.경제와 정치 모두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난제가 수두룩하지만 얽힌 실타래를 풀 묘안을 제시할 책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국의 이론이나 사례를 들먹이며 유식한 척 허세를 부리는 지식인은 많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내우외환에 처해진 국가위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곧은 국가관·사회관·인생관을 갖춘 인재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정책을 수립하는 데 엄중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임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국정원은 5·16 군사 쿠데타 세력의 정권 보위를 위해 설립되며 정치적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좌표를 잃고 허둥대던 ‘대한민국호’를 선진국으로 인도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복지부동·무사안일로 월급을 받으며 출세를 위해 정치권만 기웃거리려는 청년이 국정원에 입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의 운명을 개척할 막중한 임무를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수행할 일꾼이 필요하다.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라면 과감하게 도전하길 권한다.감사합니다. 2024. 02 민 진 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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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21884년에 일어난 갑신정변은 1882년 발생한 임오군란에 대한 반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임오군란은 신식군대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던 구식군인들이 보수파의 상징인 대원군을 지지하며 일으킨 군사 반란이다. 청나라는 임오군란을 강제로 진압한 이후 대원군을 압송해 텐진에 유폐시킨다. 척화를 주장했던 세력은 주춤댔고 국내정세는 개화파에게 유리하게 전환됐다.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등 개화파는 우정국 축하연을 계기로 정변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갑신정변이다. 3일 천하로 끝났고 주범들은 일본으로 도피했다. 조선 왕실은 유명무실(有名無實)했고, 19세기 말 동북아 국제정세에 어두워 어떤 국가정책을 세워야 유리한지도 몰랐다. 갑신정변 이후 청과 일본은 조선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퉜고 주변 열강도 이합집산(離合集散)을 통해 이권을 챙겼다. 국정원 수험생이 갑신정변 이후 열강의 조선 침략과정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 외세에 의존한 개혁정책 추진은 조선의 멸망을 재촉해조선은 세계의 중심에 있던 청과 동서양의 문물 교역로에 위치한 일본과 달리 서양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폐쇄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청을 통해 서양의 문물을 일부 받아들이고 서양을 이해하는 수준으로 만족했다. 서양을 미개한 오랑캐로 간주해 조선의 사회질서와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갑신정변 이후 열강의 조선침략은 크게 3자기 갈래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첫째, 조선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힘의 우위확보 투쟁이 가열차게 진행됐다. 1876년 강화도조약을 통해 조선의 문호를 강제로 개방시킨 일본은 다양한 이권에 신속하게 개입했다. 하지만 임오군란의 진압으로 청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자국에 호의적인 개화파를 동원해 반란을 획책했다. 내부에 심어둔 친일파들을 동원했다.일본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 속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결국 주범들은 3일만에 고국을 떠난 망명자로 전락됐다. 일본은 조선과 한성조약을 맺어 체면을 유지했다. 청은 1885년 일본과 텐진조약(天津條約)을 체결해 조선에서 양국 군인을 철수하고 향후 군대를 출병할 때는 사전에 통지하기로 합의했다. 동학혁명군을 진압하기 위해 청일 양국이 동시에 파병하고 청일전쟁으로 이어질 불행의 씨앗이 이 당시에 잉태된 셈이다.둘째, 동북아 요충지에서 청의 힘이 약해지고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영국은 본격적으로 주도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영국은 1885년 러시아의 극동함대가 남하하는 것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거문도를 무단으로 점령했다. 이집트를 점령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충돌한 러시아와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했지만 흑해나 중앙아시아를 통한 공격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고종이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한 청보다는 러시아와 밀약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청은 고종의 폐위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영국은 러시아보다는 청이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청에게 조선을 침략하라고 부추긴다. 청의 리훙장(李鴻章)은 위안스카이(袁世凱)를 통해 조선의 내정에 철저하게 관여하고 외교권을 침해했다. 조선은 청의 속국으로 전락했다.셋째, 조선에 대한 청일의 극한 대결 속에서 주변국인 미국, 독일 등도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다양한 모략을 꾸민다. 조선은 동북아 이권싸움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미국을 통해 차관을 도입하거나 외교중재자 역할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조선의 독립에 관심이 없었다. 미국은 영국, 일본 등과 동북아 식민지정책에 공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1905년 미국와 일본이 체결한 카쓰라-태프트밀약(The Katsura-Taft Agreement)으로 확인할 수 있다.독일도 영국의 식민지 팽창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를 지지했다. 영국의 북아프리카 식민지 확대와 청에서 이권독점을 용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독일은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 프랑스와 공동으로 삼국간섭을 실현했다. 러시아는 삼국간섭으로 조선에서 우위를 확보했는데 영국의 우려가 현실화됐고 영국은 일본을 지원해 러일전쟁을 준비해 승리한다. 천사의 탈을 쓴 주변 열강들은 모두 조선의 독립보다는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 늑대에 불과했다. ◈한반도에 늑대와 이리떼를 끌어들이지 않도록 국가안보전략 수립 및 추진 필요 ▲ 논제 분석과 개요문 샘플 [출처=iNIS]국정원 수험생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갑신정변 이후 열강의 조선침략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외세에 의존한 개혁은 망국의 지름길이라는 것, 국제외교는 명분보다는 군사력과 정치적 야합에 따라 결정된다는 진리, 국가안보정책을 수립하는데 국제정세의 파악이 중요하다는 점 등이 있다.첫째,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한 개혁도 내부에서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외세에 국가의 운명을 송두리째 맡기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솝우화에서 양떼가 자체적으로 내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늑대를 끌어들여 해결했지만 결국 늑대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상황과 유사하다. 개화파도 고종을 인질로 잡고 쿠데타에 성공했지만 자체적인 군사력도 충분하게 보유하지도 못해 반격을 막지 못했다.개화파가 ‘위로부터의 쿠데타’가 아니라 백성들의 민의를 수렴해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시도했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이미 조선의 왕실과 집권세력에 대한 민중의 분노가 끓어 올랐기 때문에 이를 결집하는데 집중했어야 옳았다. 개화파들이 일본의 사탕발림 지원약속에 속아 벌인 불장난에 조선의 운명은 소실(燒失)됐다.둘째, 국제외교는 대의명분(大義名分)보다는 강대국의 군사력과 정치적 야합에 의해 결정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조선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했던 청도 조선의 이권을 약탈하는 방안에만 골몰했다. 미국과 러시아도 일본의 조선침략을 방어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자국의 이익을 계산하기에 바빴다. 남의 나라 땅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민간인을 강제로 징발하고 피해를 입히는 것도 개의치 않는 것이 주둔군이다.21세기에 접어든지 20여년이 지난 현재 한국정부도 한반도 비핵화, 미∙중의 무역분쟁, 한일경제전쟁, 중국의 한반도 군사간섭, 러시아의 동해방공식별구역 침범, 북한의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의 난제에 직면해 있다. ‘한반도 균형자론’ 혹은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외교력보다 군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셋째, 국가안보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점도 다시 상기해야 한다. 조선은 청을 통해 서양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작 서양 제국주의의 군사적 야욕에 대해 무지했다. 일본도 임진왜란 이후 교류를 허술하게 대하면서 에도 바쿠후가 추진한 군사력 강화, 메이지유신 등을 통한 정치와 사회변화 등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 운요호 사건(雲揚號 事件)으로 굴욕적인 강화도조약을 체결했으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2019년 10월 현재 한국 정부도 주변국의 간섭과 위협으로 국가안보정책의 방향(direction)을 잡지 못해 우왕좌왕(右往左往)하고 있다. 전통적 우방국가인 일본과는 경제전쟁, 미국과는 북핵 문제로 끈끈한 유대관계가 느슨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우려된다.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들 국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수집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역사 이래 세계를 정복하고 지배한 국가들 모두 글로벌 정보의 수집과 분석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했다.결론적으로 갑신정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주변 열강의 탐욕과 침략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어야 한다. 국내에서 보수와 진보가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극한 대결을 벌이는 상황은 130여년 전 수구파와 개화파의 데자뷔(déjà vu)와 다를 바 없다. 혼돈의 동북아 국제정세 속에서 국가안보와 국가이익 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적 혜안을 갖추도록 국가정보기관 직원의 교육과 훈련이 중요하다. 다시는 썩어빠진 위정자와 정치권이 늑대와 이리떼를 한반도에 끌어들이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방어하는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 - 계속 – *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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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3국정원 국가정보적격성검사(NIAT)-직무와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국가정보학을 공부하는 수험생들로부터 오는 질문 중 다른 수험생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정리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질문 내용: 2021년 민진규 국가정보학 292p 관련 질문안녕하십니까? 7장 비밀공작에 관련된 질문입니다. 쿠데타와 전복공작은 같은 용어인가요?? -->쿠데타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권력을 찬탈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복공작은 비밀공작의 일종으로 선전, 정치, 경제공작의 제 수단을 동원해 타겟 국가의 정권을 전복시키는 공작입니다. 위의 내용은 국가정보학 수험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사항이 있는 수험생은 이메일 (stmin@hotmail.com)로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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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5국정원 국가정보적격성검사(NIAT)-직무와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국가정보학을 공부하는 수험생들로부터 오는 질문 중 다른 수험생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정리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질문 내용: 2019년 민진규 국가정보학 비밀공작 관련 질문비밀공작 종류 중 전복 공작과 준군사공작의 개념과 사례가 중복되어 헷갈립니다. 아래와 같이 질문합니다.Q1. 교재상 전복공작의 특징에 작전 지원, 훈련 및 경제적 지원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니콰라구아 군사적 개입은 준군사 공작으로 되어있습니다. 왜 준군사 공작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니콰라구아 군사적 개입이 아닌 이란-콘트라 사건 당시 콘트라 반군 지원을 여쭤 보려 했습니다. 이것은 준군사공작인지 아니면 전복공작에 해당하는지 궁금합니다!!--> 니콰라구아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반군을 지원했고 실제 CIA 직원들이 파견됐기 때문에 전복공작에 해당됩니다. Q2. 일본 자민당 선거 지원은 전복공작이 아닌 정치-지원공작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단순히 미국에 우호적인 정치세력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공작 중 지원공작에 해당됩니다. Q3. 1960년 5∙16군사정변을 지원한 것은 전복공작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사실 한국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역할이나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서 규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5∙`16 군사 쿠테타를 명시적으로 지원했다기 보다는 방임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군사쿠데타 이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것만으로 CIA의 비밀공작이 행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4. 1956년 베트남 내 미국의 공작에 의해 남쪽 단독정부 수립 같은 경우는 정치공작으로 볼 수 있는 것인가요?--> 정치공작에 해당됩니다. 위의 내용은 국가정보학 수험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사항이 있는 수험생은 이메일 (stmin@hotmail.com)로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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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2국정원 논술 서문 사례논술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되지만 서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독자나 채점관의 눈을 끌지 못하는 논술은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독자는 서론을 읽으면서 글에 흥미를 느끼고 본론과 결론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서론이 중요하다고 보면 개요문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봐야 한다. 개요문은 독자가 익숙한 이슈나 사건, 상식 등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단어와 내용으로 구성돼야 한다. 개요문을 읽고나서도 글을 더 읽고 싶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아래 사례를 보면 국정원의 역사, 신원조사의 중요성, 비밀공작원의 양성 등이 논제이다. 국정원의 역사에서는 개요문이 한국 국정원이 516 군사 쿠데타 세력이 주축이 설립했으며 미국 CIA의 지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역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흥미를 충분히 유발할 수 있다.다음 논제인 신원조사의 중요성은 신원조사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 이유, 1990년대 이전과 이후의 신원조사 항목의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신원조사가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다.마지막 논제인 비밀공작원의 양성은 비밀공작원은 체포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 왕조시대에서조차도 비밀공작원을 선발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으로 호기심을 유발했다. 세부 상세한 내역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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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1.19 13:01 입력민진규.jpg▲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세계 최고의 국가정보기관으로 평가를 받는 미국 CIA는 1972년 6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야당인 민주당 본부에 도청기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단순한 침입사건으로 묻혀버릴 뻔 했지만 ‘워싱텅포스트’밥 우드워드(Bob Woodward) 기자의 집요한 추적으로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도청기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5명은 CIA의 비밀공작원들이었다. 이전에도 미국 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관여한 적은 있었지만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 닉슨 대통령은 사건을 조사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방해했으며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권력을 행사했다.닉슨 대통령은 의회의 탄핵이 가시화되자 사임했지만 CIA가 입은 상처는 국내정치 개입 금지로 봉합됐다. 나중에 언론에 제보한 사람은 연방수사국인 FBI 부국장으로 밝혀졌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내부고발자를 공익고발자, 내부자 등 대신에 ‘딥 스로트(Deep Throat)’라고 부르게 됐다.필자는 내부고발의 원인, 진행상황, 결과, 내부고발자의 신원보호 등에 관련된 국내 유일한 전문서적인 ‘내부고발과 윤리경영(예나루, 2009)’를 집필했다. 정보기관과 같이 비밀조직의 비윤리적 행위는 내부고발자가 아니면 세상에 알려지기 어렵고, 진정한 용기를 가진 내부고발자가 없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국내에서도 국가정보기관이 정권과 야합해 수집한 국내정보를 야당 탄압, 민주화 운동 억압 등에 활용한 역사가 오래됐다. 1993년 문민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급기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의 국가정보기관의 유능한 직원들이 인터넷 자료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국내 정치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등이 국내 정치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친 정부 성향을 가진 지도부의 독단적인 결정에 조직 전체가 ‘일사불난’하게 행동했다. 기존의 언론보다는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여론을 주도한다는 것을 감안해 선량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전개한 것이다.공포.png▲ 밥 우드워드가 저서인 ‘공포(Fear)’에 사인하는 장면(출처 : 트위터)▶ 정보 후진국의 정보기관은 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에 매달려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미국 정부도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관여를 불법으로 규정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정보 후진국인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정보기관 수장과 직원들이 정권과 정보기관의 운명을 동일시 하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보다는 정권안보에 골몰하는 이유다. 5〮16군사 쿠데타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정보부를 설립하면서 이미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군사정부 시절의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정권의 전위대로 활약했다.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김영삼 정부도 국가안전기획부를 기업인 감시와 선거에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아직도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안기부 X파일’사건이 대표적이다.국가안전기획부의 일탈을 해결하겠다고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을 바꾼 김대중 정부에서도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치 개입은 사라지지 않았다. 국가권력을 사유화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노무현 정부 이후 정권을 잡은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박근혜 정부의 국군기무사령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강력한 힘을 가진 정권일수록 빨리 망하기 때문에 국가정보기관이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필요는 없다.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 흐름을 거역한 역대 독재 정부는 모두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이제 국가정보기관도 정권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하겠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둘째, 국민들이 국가정보기관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거나 통제할 능력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도 정보기관의 불법을 파악할 능력이 없는 실정이다. 선진국인 독일의 의회도 권력기관을 감시하지 못해 ‘눈먼 닭’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한국 국회는 국가정보기관을 감시해야 하는 정보위원회가 다른 상임위원회에 비해 찬밥 신세이다. 국회의원들이 행정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이권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보위원의 임기를 4년으로 했다가 2년으로 단축해 국회 스스로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꺾었다.국내 언론도 권력을 감독하기 보다는 밀월을 즐기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는 2018년 9월 트럼프 행정부의 권력암투를 고발한 ‘공포(Fear)’라는 책으로 언론이 권력기관을 감시할 수 있는 전형을 보여줬다.선진국에서 언론을 ‘제4의 권부’에서 ‘입법, 행정, 사법의 3부 권력’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의 경우 그나마 첩보수집과 분석능력이 부족한 언론이 아니더라도 각종 SNS를 활용한 국민의 감시능력이 점점 강화되고 있어 다행스럽다. 국민의 감시 능력이 강화되면 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관여할 가능성은 사라진다.셋째, 국가정보기관 직원들의 윤리의식이 낮아 불법행위에 쉽게 동참하기 때문이다. 위계질서가 명백한 관료조직의 특성과 정보기관의 비밀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기관 직원이기 이전에 민주화가 성숙된 국가의 시민의식(citizenship)에 적합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강력한 애국심과 탁월한 재능으로 무장한 국가정보기관 직원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승진이나 보직에 목숨을 건다. 인사권을 움켜쥔 정치권이 지시하거나 원하는 업무를 우선 순위에 둘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간혹 ‘무엇이 옳은 일인가?’라는 의문조차도 사치스럽게 느끼기도 한다.미국 CIA의 경우에는 조직 내부의 부당한 명령이나 불의에 항거한 직원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간섭에 대응하고 있다. 단기적인 불이익이나 승진보다는 장기적인 가치(value)를 추구하는 것이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속적인 윤리교육과 동료들의 격려가 없다면 윤리 준수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의 정보기관 직원들은 미국 CIA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윤리의식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밀한 정치개입을 넘어서 조직적으로 댓글 작업을 진행한 것만 봐도 직원들의 수준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부당한 명령에 저항할 수 있도록 ‘내부고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결론적으로 한국의 국가정보기관이 국내정치에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정권과 운명의 동일시, 국민의 통제능력 부재, 직원의 낮은 윤리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 자체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정치개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사회 전반적으로 강화된 공무원 직무윤리, 성숙한 시민의식, 국회와 언론의 역량강화 등이 요구된다.▶ 국민을 적으로 상대한 국가기관이 생존한 사례는 없어인류가 역사를 기록한 1만년 동안 국민 혹은 백성을 적으로 상대한 권력자나 국가기관이 장기간 생존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만한 권력자와 정권은 항상 스스로 국민을 속이고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해 몰락을 자초한다. 한국의 국가정보기관도 국내 정보활동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현안 이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정권이 유한하기 때문에 불법적인 국내 정보활동에 개입할 경우에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일시적으로 승진이나 보직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지난 5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 준다.일부 직원들은 최고 권력자와 친하게 지내면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권력의 정점과 가까울수록 단죄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 인간은 어리석기 때문에 자신이 충성을 바치는 권력은 무한하고, 자신만은 항상 예외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불법행위에 연루된 지도부와 해당 직원을 ‘일벌백계’해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직권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직원도 예외 없이 처벌해야 한다. 조직에서 영원히 격리시키고, 정상적인 사회활동도 불가능하게 만들지 않으면 ‘좀비’처럼 숨어서 ‘호시탐탐’권력 주변을 기웃거리는 직원을 막을 수 없다.둘째, 국내 정보활동과 다른 방첩활동은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준수하는 것이 좋다. 한반도의 분단상황, 북한과 냉〮온탕을 오가는 정세, 급증하는 국제범죄, 흉포화되는 테러, 첨단기술로 무장한 정보전쟁, 전방위로 공격하는 산업스파이 등으로 방첩활동은 불가피한 실정이다.하지만 방첩활동으로 교묘하게 포장해 국내정치에 관여할 수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러시아 정부와 내통했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연방수사국(FBI)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러시아 SVR, GRU의 정보전쟁으로 의심되는 징후도 여러 가지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국가정보원의 입장에서 방첩활동을 강화할수록 북한을 자극한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국가안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업무라는 점을 정치권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방첩활동으로 수집한 정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철저하게 지킨다면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셋째, 국내 정보활동을 통해 축적한 자산을 해외 정보활동을 수행하는데 활용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사장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손실이기 때문이다. 국내 정보활동과 해외 정보활동은 공간적 차이만 있을 뿐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은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자산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선 지혜와 인력을 모두 포함한다. 과거 국내 정보활동을 담당하던 직원들의 업무를 하루아침에 모두 빼앗고 ‘적폐세력’으로 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불법행위나 직권을 남용한 직원은 처벌해야 하지만 성실하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 직원들은 전환배치를 통해 국가에 봉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국내 정보활동과 해외 정보활동은 타깃(target) 국가의 역사, 언어, 문화, 사람들의 성향 등의 차이로 엄연하게 구분되지만 노력한다면 갭(gap)을 메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타깃 국가의 언어로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시 보수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국내 정보활동을 부활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저항하기 보다는 시대적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결론적으로 작금의 국가정보원 개혁은 ‘비정상’의 ‘정상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정치에 개입할 경우 처벌이 반드시 따른다는 점, 방첩활동의 가이드라인 준수, 축적한 국내 정보활동 자산의 활용방안 강구 등이 국가정보원 지도부와 직원들이 유념해야 할 지침이라고 봐야 한다.모든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일제의 국권 침탈과 잔학한 식민통치에 맞서기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바치고도 이름 석자조차 남기지 못했던 수 많은 ‘순국선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늦가을 단풍 사이로 비친 달을 보고 퇴근하며 조국이 부여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벅찬 감동을 느낀 채 찬란한 아침 태양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계속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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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1.26 14:41 입력민진규.jpg▲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1987년 민주화 운동은 1월 발생한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사건으로 격화되면서 결국 노태우 정부의 6〮29선언을 이끌어냈다. 고문은 경찰 내부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단순 쇼크사로 묻힐 뻔 했지만 진료했던 의사의 양심 고백 덕분에 밝혀졌다. 고문(torture)은 ‘자백이나 정보를 이끌어낼 목적 혹은 가학적인 쾌락을 얻기 위해 사람의 신체나 정신에 대해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한국 방첩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문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좌우이념 대결, 6〮25전쟁, 전쟁 이후 북한의 끊임없는 간첩 침투,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에 반발한 민주화 운동. 열악한 인권과 노동탄압에 대한 저항 등 정치권력에 대한 도전은 모두 반정부활동으로 치부돼 분쇄해야 하는 대상이었다.1961년 중앙정보부가 설립되기 이전에는 경찰, 군 헌병대 등이 방첩활동을 주도했다. 경찰과 군 헌병대에 일제 경찰과 군에서 조선 독립운동가에게 가혹한 고문을 자행했던 인사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고문의 전통과 역사는 이어졌다.중앙정보부도 일제의 수사기법과 고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방첩활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문이 불가피하며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고 여기는 풍조가 만연해졌다. 글로벌 선진 정보기관도 여전히 고문을 심문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고문으로 얼룩진 방첩활동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자.고문장면.jpg▲ 미국 콴타나모 기지의 고문장면(출처 : FOX NEWS)▶ 그림자를 없애지 못하면 조직이 존폐위기로 내몰릴 가능성 높아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CIA는 알 카에다(Al-Qaeda)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을 받는 외국인, 자국민을 상대로 다양한 유형의 고문을 자행했다. 미국 본토에서 고문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쿠바의 콴타나모 기지, 동유럽 국가의 감옥, 동남아시아 국가의 감옥, 전세계에 산재된 미국 군부대, 함정, 항공모함 등이 고문장소로 활용됐다.인권을 중요시하는 오바마 정부도 고문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고, 후임자인 트럼프 정부는 ‘물고문(Waterboarding)’으로 논란이 제기됐던 지나 해스펠(Gina Cheri Haspel)을 CIA 국장으로 임명했다. 국가 차원에서 CIA 고문을 정당화해 관련자에게 정치 및 법적인 면죄부를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방첩활동의 그림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집권 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첩활동의 기준이 변한다는 점이다. 이승만 정권 당시에는 정부에 반대하는 진보 정치인, 박정희 정권 때에는 야당과 노동자, 전두환과 노태우 정부에서는 민주화 운동가, 이후의 정부에서는 정부정책 비판세력 등으로 명확한 활동지침이 없는 상태이다.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정부의 시책사업인 미국산 쇠고기수입, 4대강 추진 등에 반대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감시활동을 강화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 가족과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을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여론조작을 위한 사이버 심리전도 전개했다. 한국 방첩기관은 방첩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기본적인 활동조차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렸다.둘째, 목표달성을 위해 고문, 불법 감시, 불법 체포와 감금, 문서 조작 등 불법적인 행위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소위 말하는 ‘짜맞추기’식의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불법행위가 불가피했다. 유죄를 결정지을 수 있는 자백만 얻으면 심문 과정은 불법행위가 개입되더라고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1992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흔적이 명확하게 남는 육체적 고문보다는 정신적 고문이 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문조사관이 각종 거짓말과 허위 자료를 바탕으로 정신적으로 공포에 질려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갈, 협박, 회유 등으로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육체적인 고문 못지 않게 정신적 고문도 용납해서는 안되지만 여전히 유효한 심문기법으로 인정을 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셋째,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심문조사관이 성과달성을 위해 고문을 선택하고자 하는 유혹을 단념시키지 못하고 있다. 심문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자행한 직원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것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은 후 발각되더라도 일부 직원이 소위 말하는 ‘총대’를 메고 조직을 보호하는 작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과거와 달리 국가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승진, 포상 등 개인적인 이유로 성과를 내기 위해 불법행위를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불법을 자행한 직원과 관리자에 대한 처벌만이 불법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서 방첩활동 자체는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직원의 부정행위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결론적으로 방첩활동의 그림자는 방첩기준의 불명확성, 불법행위의 만연, 성과를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유혹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의 방첩기관에 그림자가 너무 크고 넓게 드리워져 있어서 방첩활동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큰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방첩기관의 책임자가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지극정성’과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조직이 존폐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동료와 합심해 빛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기 바라한국의 다양한 방첩기관은 지난 70여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다수의 직원들로 인해 유지됐다고 볼 수 있다. 소수의 일탈행위로 많은 위기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국민적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정보전문가로 살아온 필자가 경험에 비춰보면 방첩기관은 국가안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직원들도 자신의 업무와 성과에 대해 무한한 자긍심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방첩기관의 직원으로서 지녔으면 좋을 자세(attitude) 몇 가지를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첫째, 치열한 글로벌 경쟁으로 인해 방첩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동반해 침해방법도 첨단화 고도화되고 있으므로 방첩 노하우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관행에 얽매이고 현상을 유지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한 편이다. 방첩기관의 직원들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된다.국가 간 경제정보 전쟁도 치열하지만 기업의 산업정보 스파이활동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방첩 노하우는 퇴직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훌륭한 방첩전문가를 모시기 위해 국경과 국적을 넘나들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방첩기관 직원들도 ‘전가의 보도’로 여기고 있는 조직 내부의 전근대적인 지식과 경험을 빨리 버려야 한다.둘째,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소양(素養)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개인과 조직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점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소양은 ‘평소에 닦아 놓은 학문과 지식’을 말하며 교양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단순히 지식을 넘어서 예의범절, 커뮤니케이션 스킬, 사람과 일에 대한 태도(attitude)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느끼는 점은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조직의 위상이나 권력을 믿고 ‘경거망동’하거나 자신의 능력이나 지식을 과신해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공무원이 많다. 우리 속담에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것이 있다. 소양이 부족한 사람은 조직과 가족에도 상처와 손해를 끼치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조금 살아본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셋째, 방첩활동의 대상을 글로벌 국가로 확대하는 대세에 적응할 수 있도록 외국어 등을 공부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과감하게 받는 것이 좋다. 권력을 갖고 예산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기관일수록 ‘엘리트’의식에 빠져 외부 전문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세월이 지나면 ‘우물 안의 개구리’로 전락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국가안보를 위해 감시활동이 필요한 타깃 국가에 대한 방첩활동을 수립하려면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내부의 네트워크와 역량을 동원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는 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외국어 실력도 단순 대화의 수준을 넘어 방대한 분량의 전문서적과 전문가와 토론할 수 있도록 ‘절차탁마’해야 한다.최근 외교부장관이 외교관들의 외국어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 동안 해외에 거주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외교관도 외국어를 원활하게 구사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국내에서 근무한 방첩기관 직원들이 외국어에 능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장관의 자백이 외교부 내부의 권력투쟁이라는 설도 있지만 외국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fact)은 변하지 않는다.결론적으로 방첩기관 직원들도 방첩 노하우 개발, 소양의 향상,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통한 공부 등을 실천한다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방첩업무 자체가 ‘잘 해야 본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업무가 아닐 수 있다.하지만 어차피 선택한 직업과 업무라면 즐겁게 받아들이고, 현재 하고 있는 업무 경험과 노력이 자랑스럽고 미래 인생을 설계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고자 하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자 한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는데 동료들과 조직 차원에서 위의 제언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합의(consensus)가 필요하다. 모두가 더 늦기 전에 도반(道伴)을 이뤄 힘들고 고단하지만 빛을 찾아가는 긴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계속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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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2.10 12:41 입력민진규.jpg▲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최근 국내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불법 정치개입 관련 조사로 조직 내부가 뒤숭숭한 편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적폐청산으로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정치보복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지만 후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국정원과 기무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전직 대통령 2명과 일부 정치인은 영어의 몸이 됐지만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다수의 정치인들은 장막 뒤로 숨었다. 하지만 전 현직 정보기관 수장과 직원들은 일부의 일탈행위로 인해 ‘먼지 털기’식 수사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중이다.불법행위에 연루된 직원들은 일벌백계로 처벌해야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사의 명령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연루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0여 년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정보기관 수장이나 핵심 인사가 전문성이나 능력과 무관하게 정치권에 줄을 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경우에 정치권력과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2018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탈정치, 탈권력 전문 정보기관으로 뿌리내렸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지난 10년 보수정부에서 정권안보를 위해 공공연히 국민을 적으로 삼고 권력을 행사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비밀을 생명으로 여기는 정보기관 내부에서 집행하는 일을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야당은 국정원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눈치이다. 국정원은 몇 차례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을 주도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과거와 달리 전면에서 나서면서 긍정적,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북한에 대한 정보를 국정원이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엄중한 남북 군사 대치상황에서 국정원이 방첩과 대북정보활동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대화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정원의 지나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한다.워터게이트.jpg워터게이트의 제보자 FBI 부국장 ‘마크 펠트’를 그린 영화(2017년)▶ 국민에게 미친 야수의 발톱과 이빨을 휘두르면 야비한 칼잡이에 불과해국정원이 1961년 창설된 이후 57년동안 정치권력가 밀월을 즐기면서 얻은 상처는 정권의 호위무사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평가, 본연의 임무수행 능력 저하, 직원들의 가치관 혼란 초래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세부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국정원은 권력에 대항할 수 잠재적 위협을 분쇄하는 호위무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배여 있다. 호위무사는 주군을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칼을 휘두른다. 5〮16 군사 쿠데타 세력이 주도한 중앙정보부, 12〮12 군사 쿠데타 세력이 조직의 힘을 빼기 위해 명칭을 변경한 국가안전기획부가 대표적이다.이들 기관의 수장과 주요 인사들은 쿠데타 세력에 포함됐거나 동조세력으로 정보기관과 정권을 운명공동체로 인식했다. 중앙정보부의 초대 부장으로 박정희 정권의 기반을 닦았던 김종필, 역대 국정원 수장 중 가장 오랜 기간 역임하면서 박정희 정권을 옹호했던 김형욱, 유신정권에 반대하던 학생과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 탄압을 주도한 김재규가 대표적인 수장이다. 김형욱과 김재규는 정권의 호위무사였지만 말년에 반정부 활동의 첨병에 섰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다.국가안전기획부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위대 역할에 충실했고, 대표적인 인사는 장세동이었다. 12〮12군사 쿠데타의 주역인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장세동을 제외하고 두드러진 수장은 없었지만 정권안보라는 지상 최대 과제는 바뀌지 않았다. 군사정권과 결별했다고 선언했던 김영삼 정부에서도 정권안보를 위한 조직적 활동은 변하지 않았다.둘째, 국정원이 정권안보에 몰두하면서 본연의 임무수행 능력은 저하됐다. 국가안보를 위한 방첩활동을 강화하고,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외 정보활동에 전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정보 수집에 전념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을 불법적으로 미행하거나 도청했고, 학생과 노동자들의 민주화 운동을 좌초시키기 위해 프락치를 침투시켜 분열시키거나 불온세력으로 포장했다.한국의 국가체제를 전복시키려는 북한과 기타 주변 국가의 간첩활동을 감시해야 할 방첩활동은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무고한 국민에게 잔학한 고문을 가해 간첩으로 조작하는 공작으로 변질됐다. 노동운동가들을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동조한 간첩단으로 몰고 가거나 선량한 납북 어부가 남파 간첩이 되는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됐다.정치사찰을 위한 국내정보활동에 전념하면서 해외정보활동은 소홀해졌다.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초고속 승진이 보장되는 국내 정치 파트가 중시되면서 정작 해외정보활동에 대한 역량은 퇴화됐다. 흑색정보관(black officer)을 육성하고 파견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고 백색정보관(white officer)조차도 정보활동보다는 여권 연장이나 비자발급 등에 관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셋째, 오랜 기간 동안 국정원의 일탈행위로 인해 직원들은 가치관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하겠다는 일념을 갖고 있지만 정작 국가가 누구인지, 어떻게 국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한 독재자와 자신의 영달을 위해 독재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조직의 수장을 국가로 착각하기도 했다.지난 57년 동안 한국 최고 정보기관 직원들은 군사 쿠데타를 감행해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민주적으로 구성된 정부를 무너뜨린 독재자가 수립한 정권을 옹호하고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을 탄압했다. 일부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일탈행위를 애국으로 여겼을 정도로 국가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조차도 알지 못한 한심한 사람들이었다.지난 보수정권 10년 동안 국내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 현직 직원들도 모두 스스로 최고의 애국자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초등학생도 정보기관의 일탈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알 수 있는데, 정작 국내 최고의 엘리트들은 무능한 지도자가 추진한 잘못된 정부정책을 옳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21세기 한국 최고 정보기관과 정치권이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를 10년 동안 즐긴 셈이다.결론적으로 국정원은 정치권력과 야합해 권력을 휘둘러다가 부도덕한 정권의 호위무사, 본연의 임무수행 능력 퇴화, 직원들의 가치관 혼란 등 오히려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상처만 수 없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예산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정보기관이 자신들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미친 야수의 발톱과 이빨을 사용한 것이다.역사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려는 지도자의 호위무사는 만고의 충신이지만 부도덕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독재자의 호위무사는 ‘야비한 칼잡이’에 불과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수장과 직원을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떠한 해명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것도 유념해야 한다.▶ 애국으로 얻는 이익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가가 아니라 자신국정원이 정치화되고 불법적인 정치활동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정치권의 문제인지, 아니면 국가정보기관 자체의 속성 때문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정보기관은 국내외의 고급정보를 정치권보다 몇 발자국 앞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악용해 권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권력욕은 인간의 본성이고,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이나 직원이 권력욕을 갖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한과 예산을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 자신의 출세와 권력을 확장하는데 활용하는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국가정보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소속 직원들의 충만한 자부심도 여지없이 뭉개졌다고 봐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과거의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이를 실천해 조직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탈정치와 탈권력을 구호가 아니라 실천하기 위해 원장과 직원 모두가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 원장과 기조실장 등 핵심인사는 조직 전체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는데 자신의 직책을 걸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자리에 연연하다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직원들도 일부 몰지각한 수장과 정치인이 당근을 던질 때 초연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서비스 기관이 되겠다며 명칭을 몇 번이나 변경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정치권력과 야합해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했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더 이상 늦기 전에 정치와 멀어지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둘째,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업윤리 교육을 강화해 개인 혹은 조직 차원의 일탈행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능지수(IQ)가 높고 좋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윤리의식이 높은 것이 아니며 또한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의 정치인, 공무원, 기업가 등 최고 엘리트 중에서 윤리의식이 초등학생보다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윤리교육은 단기적인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초지일관 곧은 신념과 바른 윤리를 실천해 성공한 내외부의 사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한번뿐인 인생이 짧다고 생각해 조급한 마음에 불의와 쉽게 타협하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에 불행을 자초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아무리 정보기관 내부의 비밀업무라고 해도 영원히 비밀로 숨길 수 없고, 잘못한 행위는 살아 생전에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셋째, 직원 스스로 부정한 업무를 수행하고 불법행위를 자행하면 자신의 영혼이 먼저 파괴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성과를 내고 승진을 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조작하고, 협박 및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 정상적인 인성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로부터 소외되면 자신의 소중한 인생도 자연스럽게 파탄 나게 된다.‘이슬비에 속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사소한 일탈행위도 누적되면 부지불식 간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권력을 남용해 선량한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고 피눈물을 흐르게 만든 공무원들이 영혼이 파괴되면서 비참한 말년을 보내는 사례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나만은 예외겠지’라고 착각하는 순간이 파멸로 접어드는 출발점이 된다고 믿어야 한다.결론적으로 지난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요약하면 국정원 수장과 직원이 합심해 탈정치와 탈권력을 실천, 직업윤리 교육을 통해 일탈행위의 유혹을 방어하도록 지원, 불법행위는 자신의 영혼을 먼저 파괴한다는 인식 필요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현재 국가를 위해 봉사하라고 쥐여준 막강한 권력을 사익을 위해 휘두르는 국정원 직원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깨우치기를 바란다.지난 30여년 동안 정보전문가로 살아오면서 수 많은 관련자를 만나고 대화했다. 젊은 시절에는 열정이 넘쳐서 논쟁과 토론을 즐겼고, 나이가 들면서 ‘꼰대’라는 소리를 들어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선후배들에게 지혜를 나눠주기 위해 노력했다.공무원을 만나면 필자는 오늘도 변함없이 초지일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직업을 선택한 초심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봉사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영혼이 먼저 맑아져서 자신이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올바른 애국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가가 아니라 공무원 자신이라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계속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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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08.27 15:02 입력민진규.jpg▲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3) 국가정보원의 역사영화 ‘공작’의 주인공인 흑금성을 파견했던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는 1998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비밀정보활동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8월 8일 개봉한 이후 8월 23일 기준 관람객이 430만 명을 넘어섰다.개인의 인생을 뭉갠 권력은 유한했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국가안보를 해치고 국민의 눈을 멀게 한 비뚤어진 권력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다. ‘역사는 기록한 자의 편이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공작’이 흥행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촛불집회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상징되는 보수정권의 무능과 교만을 심판한다며 진보정권이 권력을 잡은 지도 1년 반이 지났지만 국민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민을 감시하고 핍박하는 전위대였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 소위 말하는 적폐기관에 대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개혁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해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표.JPG▲ 국가정보원의 변천사▶ 권력을 옹위하고 권력투쟁의 중심에 서면서 정체성마저 잃어한국의 최고 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1961년 설립된 중앙정보부(KCIA)를 모태로 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지원을 받아 설립하면서 미국식 정보기관의 기반을 구축하려고 시도했지만 정작 조직의 주축은 5‧〮16군사 쿠데타 세력이었다.정권의 호위기관이자 권력의 핵심으로 오욕과 영광의 역사가 점철된 국가정보원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향후 개혁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할 것으로 판단해 정리했다.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가칭 대외안보정보원의 변천사를 대통령, 원훈, 비판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중앙정보부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유지됐다. 중앙정보부의 초대 부장은 2018년 6월 사망한 김종필 전 총리였다. 박정희 대통령과는 친인척이며, 4‧19 시민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한 5‧16 군사 쿠데타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육사 8기였다.김종필은 자신이 설립한 중앙정보부를 배경으로 박정희 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다. 박정희 정권 18년을 유지한 가장 큰 힘도 중앙정보부였고,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중앙정보부였다.김종필 초대 부장이 직접 만든 중앙정보부의 부훈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음지’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슨 이유에서 음지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이후 중앙정보부는 각종 불법, 탈법, 비법적인 업무에 동원된다.결국 이러한 부훈으로 인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인 ‘국가안보의 확립’, ‘국가이익의 극대화’보다는 반정부 세력을 색출해 1인 독재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중앙정보부가 권력투쟁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김종필 부장을 포함해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실종된 김형욱 부장,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부장 등이 입증한다.둘째, 안기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로 촉발된 정국 혼란을 악용해 12‧12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전두환 정권이 중앙정보부의 위상을 격하시키기 위해 개칭한 이름이다. 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가 군사 쿠데타를 성공시킨 후 권력의 최상부에 위치하면서 안기부는 보안사를 보좌하는 들러리 기관으로 전락한다.안기부는 쿠데타의 주역인 전두환,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든 후에도 문민 대통령인 김영삼 정부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했다. 안기부의 부훈도 중앙정보부의 부훈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대통령만 달라졌지 하는 업무나 조직 구성원은 차이가 없었다. 안기부 대신에 보안사가 정권안보를 주도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기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노동자, 야당 등을 탄압하는 임무를 소홀하게 대하지 않아 반인권기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해외 정보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안기부가 일본의 조선, 전자 등의 선진국의 산업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활동을 펼쳐 한국경제에 크게 기여했다고 하지만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이미 세계는 동서냉전이 종료되고 데탕트로 접어들었는데, 안기부는 시대착오적인 임무에 집착하고 있었던 셈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이후 조직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쿠데타 세력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기부의 예산과 조직을 활용한 것이다. 안풍사건, 북풍사건 등을 보면 문민정부도 마찬가지 동일한 유혹에 빠졌던 것으로 판단된다.셋째,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유지된 보수정권을 무너뜨린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했다. 영화 공작의 흑금성이라는 비밀정보요원의 신분이 드러난 북풍사건이 계기로 작용했다.국가정보원은 진보정권인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동안 명칭을 유지했다. 하지만 보수정권 10년동안 과도하게 정치권과 밀착해 권력을 행사하면서 대표적인 적폐기관으로 몰렸다.불법도청의 유지, 댓글공작 등 정치관여, 특활비 상납 등 예산비리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정보원의 전직 수장 중에서 정치보복이나 사법처벌을 받지 않은 원장이 적을 정도로 조직은 백척간두에 서 있는 난파선처럼 흔들렸다.진보와 보수정권이라는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정체성(identity)을 잃은 것도 국가정보원으로서는 빼 아픈 실수라고 판단된다. 본연의 임무라는 근본으로 돌아가 위기를 극복하기 보다는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자임하면서 조직의 임무나 방향, 원훈도 수시로 변경했다.중앙정보부 설립 이후 37년동안 유지되던 모토가 1998년 5월 ‘정보는 국력이다.’으로 변경됐다. 2008년 10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거쳐 2016년 6월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귀결됐다.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적폐기관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국가정보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발표했고, 반정부세력을 탄압하는데 악용한 대공수사권를 폐지했다.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국내정보 수집활동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외안보정보원의 미래는 직원과 국가정보학자의 협력에 달려 있어2018년 1월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의 개혁방향에 대해서 발표하고 반년이 지났지만 별반 진전이 없다.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하는데, 8월말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2019년에 대외안보정보원이 제대로 출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따르면 대외안보정보원은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국내정보수집 중단, 대북정보를 포함한 해외정보 수집업무에 전념하겠다는 구상이다.새롭게 출범하는 대외안보정보원이 2016년 변경된 모토인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를 유지할 것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소리 없는 헌신’은 직원이 가져야 할 자세에 해당되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는 조직의 임무라고 볼 수 있다.정보전문가들은 한국 정보기관의 모토는 아직도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절하한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고 있는 21세기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적합한 모토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아니라면 1946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도 동일한 모토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중앙정보부와 같이 정권이나 시대의 변화를 아우를 수 있는 모토를 심사숙고해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중앙정보부의 모델이 된 미국의 중앙정보부는 ‘ 너희는 진리를 구할지어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 모사드(ISIS)의 모토도 ‘도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모사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리라’라는 것이다.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들은 조직의 존립 기반으로‘진리’나 ‘지혜’를 추구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정보기관은 ‘음지’, ‘무명의 헌신’, ‘소리 없는 헌신’ 등과 같은 개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새롭게 출범할 대외안보정보원은 과거와 완전하게 결별해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우려를 말끔히 지우기 어렵다. 해방 이후 권력남용, 민주화 운동 탄압, 불법 정치관여, 각종 불미스러운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국가안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국가정보기관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댓글공작을 주도한 사이버전사령부,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촛불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도 개혁은 하되 존치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도 동일한 이유다.사이버전사령부는 사이버작전사령부, 기무사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탄생을 준비 중이다. 국가정보원도 대외안보정보정보원으로 변신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민주화의 진전과 성숙된 국민의식에 부응하겠다고 하니 진심 어린 애정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개혁 방안만으로는 부족하다.냉전이 종료되고 소련연방이 붕괴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구미 선진 강대국들도 국가정보기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선진국이 정보기관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존재가치를 보장 받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개선했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찾아 한국의 국가정보기관에 적용할 교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만약 문재인 정부에서 대외안보정보원이 선진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묘책을 찾지 못하고, 과거의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가정보원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밀착하는 등 우왕좌왕하면 한국은 이류국가로 전락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글로벌 국가경쟁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직에서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직원들과 오랜 기간 동안 국가정보학을 연구하고 국가의 동량(棟梁)을 키우기 위한 지혜를 축적해온 국가정보학자들이 합심해야 할 이유다.– 계속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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