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민진규 국가정보학 14판 서문 by 민진규
12·3일 비상계엄령 사태로 타격을 받은 군 정보기관이 혁신할 방안을 고민하며... 학문적 발전을 통해 구성원 소양 향상 시켜야 불행한 역사 극복 가능
민진규 대기자
2025-01-08

▲ 2025 민진규 국가정보학 14판 이론요약 표지 [출처=엠아이앤뉴스]

개정 14판을 내면서 


2024년 12·3일 비상계엄령 사태는 일반 국민 뿐 아니라 군 관련자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 이후 일련의 정치군인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지 45년이나 흐른 시점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국군방첩사, 정보사 등 이른바 국가안보의 최첨병에 서 있는 정보기관이 대거 연루됐다.

문민정부 수립 이후 군의 정치적 중립이 성공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지만 ‘십년공부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는 자조적인 탄식이 나오는 실정이다. 

정보직 군무원이 되기 위해 국가정보학을 배우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큰 심리적 혼란이 초래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경험하며 군 정보기관의 문민화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기 바란다. 14판을 다시 집필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비대면 사회와 디지털 사회가 본격화됐으므로 e북(eBook)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 2006년 처음 책을 출간한 이후 13판까지 종이책만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e북만 판매한다. 

아날로그 책의 장점이 많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하지만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산림을 파괴하는 행위가 최소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지구온난화로 초래되는 자연재해 대부분은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됐다. 저자가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관련 연구에 심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둘째, 최근 몇 년 동안 국가정보학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지며 심층적인 공부가 불가피해 이론과 사례를 보강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9년 동안 군무원 7급과 9급, 국가정보원 7급에 출제되지 않은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 

시중에 출간된 다수의 관련 서적은 선진국 학자의 이론이나 해외 사례보다 기출문제를 풀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른바 ‘베끼기’ 에 천착해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이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내용을 무작위로 나열해 가르치는 것은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국가정보학 학문 발전에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셋째, 시험 출제위원이 군 정보기관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인식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정보 및 군사정보 관련 업무에 종사한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시험문제가 조직의 업무 처리에 필수적인 지식과 스킬(skill)을 측정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선발된 군무원이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퇴직 이후에도 정보 관련 연구소나 기업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그러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군정보기관을 퇴직한 현역 군인도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출제위원 중에도 군정보기관에 근무하는 군인이나 군무원이 있으므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좋다. 양질의 교과서가 많이 출간될 수 있도록 문제를 다양화해야 한다.

수험생뿐 아니라 현직에 근무하는 군인이나 군무원도 업무에 활용할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좋은 책이 풍부해야 정보기관이 발전한다. 당연하게 퇴직한 현역이나 군무원이 사회에 진출할 기회도 넓어지게 된다. 

넷째, 단순하게 암기지식을 평가하는 문제를 넘어 철학적인 사고와 군정보기관의 발전 방향을 고민할 이슈를 많이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12·3일 비상계엄령 사태는 출세와 권력에 눈이 먼 군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전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부 정보기관 책임자는 군정보기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망각한 채 자신의 영달을 위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부하들을 부추겨 일탈행위를 저질렀다. 초급장교와 부사관, 병사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흑역사에 기록될 현장으로 내몰렸다. 

참담하지만 군에 입문할 때 가졌던 애국심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0.1%라도 고민했다면 비상계엄령에 동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관의 명백한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군인은 권력에 집착하기보다 명예를 위해 헌신해야 존경받고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마지막으로 군정보기관에 근무하는 현역과 군무원 뿐 아니라 국가정보학을 연구하는 학자 모두가 동업자라는 인식을 갖고 유능한 정보전문가 양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 퇴직에 대한 두려움이 승진을 위한 맹목적인 충성과 비뚤어진 인생관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정보기관 퇴직자에 대한 민간영역의 수요가 넘쳐난다. 다양한 첩보수집 스킬과 정보분석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심, 비밀엄수에 대한 의지, 풍부한 현장경험, 뛰어난 어학능력은 글로벌 기업에서 목마르게 찾는 인재가 갖춰야 할 요건이다. 

필자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정보기관 퇴직자 및 현직자와 교류하며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만은 예외라고 여기며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당연하게 일반 국민은 고사하고 선후배로부터 무한한 존경을 받는 사람도 드물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이 책을 읽는 젊은 청년들이 변화된 세상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길 희망한다. 
2025년 1월 20일
 
민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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