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국정원합격가이드북' 9판 서문 by 민진규
중동과 동유럽은 목숨 건 전쟁 중이지만 대부분 국가의 국민은 평화로운 일상 유지… 국가위기 극복에 동참할 글로벌 인재 지원 절실
민진규 대기자
2024-02-05 오후 10:32:26

▲ 국정원합격가이드북 입체 표지 [출처=배움]

개정 9판을 내면서...


우리가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는 현재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국민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한반도에서 3년 동안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을 때에 다른 국가 국민도 나의 일처럼 걱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 2위 군사 대국인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미국·유럽연합(EU)의 원조 규모에 좌우되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패망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과 달리 2년 이상 잘 버티고 있지만 영토 상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허를 찔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뿐 아니라 서안지구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소총·로켓포와 같은 개인화기로 무장한 하마스와 달리 이스라엘은 전투기·탱크·미사일 등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무자비한 토벌 작전을 감행 중이다.

러시아는 해외정보부(SVR)·연방정보부(FSB)·정보총국(GRU)과 같은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의 군사전략과 전비 태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해 곤경에 처했다. 전쟁의 승패와 관계없이 러시아의 몰락은 불가피하다.

세계 최강 정보기관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모사드(Mossad)·아만(Aman)도 하마스의 기만전술에 농락당했다. 하마스가 무력투쟁을 포기하고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을 믿고 방비를 게을리했다. 이스라엘 정치권의 권력투쟁도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불러일으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찰국가를 자임했던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해야 할 정도로 쇠약해졌다. 우리의 맹방인 미국 뿐 아니라 어느 국가도 자국의 안보·이익을 위해서라면 타국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냉엄한 국제정치의 논리는 동서고금을 통해 변하지 않았다. 양의 탈을 쓴 늑대인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빌붙어 왕권을 보장받으려던 조선은 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교정책도 주변 4강의 패권 다툼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어 안타깝다.

정치권은 국제상황에 어두운 보수와 진보가 쾨쾨묵은 이념논쟁을 벌이며 국력을 소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조업은 중국·인도·베트남 등에 밀리고 4차 산업혁명은 미국·일본·독일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경제와 정치 모두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난제가 수두룩하지만 얽힌 실타래를 풀 묘안을 제시할 책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국의 이론이나 사례를 들먹이며 유식한 척 허세를 부리는 지식인은 많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우외환에 처해진 국가위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곧은 국가관·사회관·인생관을 갖춘 인재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정책을 수립하는 데 엄중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임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국정원은 5·16 군사 쿠데타 세력의 정권 보위를 위해 설립되며 정치적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좌표를 잃고 허둥대던 ‘대한민국호’를 선진국으로 인도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복지부동·무사안일로 월급을 받으며 출세를 위해 정치권만 기웃거리려는 청년이 국정원에 입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의 운명을 개척할 막중한 임무를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수행할 일꾼이 필요하다.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라면 과감하게 도전하길 권한다.

감사합니다.

 2024. 02 민 진 규 씀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Books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