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민진규 국가정보학 15판 서문 by 민진규 교수
정보학의 영역은 무궁무진(無窮無盡)해 배울수록 매력이 넘치는 학문
▲ 민진규 국가정보학 15판 표지 [출처= iNIS]
개정 15판을 내면서
우리나라 국민은 1993년 문민정부가 출범하며 군부독재를 종식시켰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민주화가 크게 진전됐다고 믿었다. 하지만 군·검찰·경찰·정보기관 등 권력기관은 호시탐탐(虎視眈眈)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휴전선을 맞대고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막강한 무력을 보유한 군대는 쿠데타를 활용해 과거의 화려한 영화를 회복하고자 하는 유혹에 쉽게 무너졌다.
문민정부 이후 보수정당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국기를 문란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보수정당은 1997년 대통령선거에서 국가안전기획부를 동원해 북풍 및 총풍사건을 일으켰다. 어렵게 물꼬를 튼 남북대화를 무산시키기 위해 강경책을 일삼으며 권력을 장악하는 것에만 골몰했다. 급기야 광우병 파동, 세월호 침몰, 이태원 압사 등과 같은 국가적 재난마저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으려 시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며 민주화 세력을 척결하려 시도했지만 오히려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수 세력과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하늘을 찔러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진보와 보수가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권력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도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과 권력욕을 버리고 바람직한 국가관을 갖출 때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다. 35년 이상 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한 필자가 15판을 다시 집필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정보학은 군 정보기관에 입사하려는 수험생이 공부해야 하는 단순한 지식을 포함한 학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 시험은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암기한 지식을 측정하는 도구로 전락해 무용론이 팽배한 실정이다.
시험은 단순히 공무원이 갖춰야 지식을 확인하는 절차를 넘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소양을 쌓고 공직윤리를 정립하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시험에 출제되는 대부분의 문항은 암기 능력을 테스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
둘째, 국가정보학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은 실천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외우는 지식이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시험 자체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절차에 불과하다.
또한 공부를 통해 체득한 지혜(wisdom)가 행동으로 발현되지 못한다면 올바른 인생을 살아가기가 어렵다. 수많은 정치인과 권력자의 삶을 살펴보면 가식적인 행동을 일삼고 비뚤어진 욕망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생은 사회적으로 존경받기 어려우며 말로(末路)가 아름답지 못했다.
셋째, 국가정보학은 군 정보기관에 근무하려는 수험생 뿐 아니라 정보업무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하는 학문이라고 인식해야 한다.
정보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정보를 다뤄야 하므로 정보의 순환단계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거나 직업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가정보학은 정치학·행정학·법학·사회학·심리학·철학·컴퓨터공학 등을 총망라하는 학문이라 연구할 영역이 광범위하다. 그럼에도 지난 20여 년 동안 체계적으로 정리된 이론서가 부족해 학문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첩보수집론·정보분석론·정보통제론·정보시장론·정보전쟁론·산업정보론·국가방첩론·테러정보론·범죄정보론·국가위기론·정보시장론·정보조직론 등에 관한 전문 서적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
넷째, 국가정보학은 4차 산업혁명(Industry 4.0)을 선도할 인재를 육성하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산업을 융성시킬 통찰력(insight)을 제공해 줄 선진화된 학문이라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일부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과 일천(日淺)한 지식으로 전문가를 자처하는 학자나 공무원이 진정한 정보화 사회를 끌어가지 못한다는 점은 이미 검증됐다.
그렇다고 정보통신기술(ICT)에 능통한 과학자(scientist)나 엔지니어(engineer)가 미래 사회를 선도할 수 있다는 치기 어린 주장도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
애플(Apple)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 공부를 통해 사업의 대전환(transformation)을 도모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인문학적 고찰과 철학적 사유가 뒷받침하지 못한 과학기술은 단순한 도구(tool)로 용도가 제한된다.
마지막으로 국가정보학은 정보를 다루는 기교(技巧)가 아니라 진정한 정보전문가를 양성할 지식과 철학을 융·복합한 고도로 정제된 지혜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군무원 시험에서 출제하는 문항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현장에서 다양한 정보 경험을 쌓았으며 20년 이상 국가정보학 뿐 아니라 학문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 조만간 출간할 책까지 포함하면 500여 권에 달하는 전문 서적을 집필했다. 모든 책이 정보화 사회를 선도할 정보전문가가 배워야 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12·3 비상계엄령으로 만신창이 되어버린 정보기관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밝은 미래를 제공할 방법은 올곧은 전문가의 태도(attitude)를 갖는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대학을 나오고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전문가로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독자 여러분은 우리 사회에 존경할 어른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스스로 사회의 모범이 될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길 바란다.
정보학의 영역은 무궁무진(無窮無盡)해 배울수록 매력이 넘치는 학문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더 밝힌다. 모두가 정보전문가로서 보람찬 인생을 살 비전(vision)을 정립하길 바란다.
2026년 4월 10일
민진규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