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에 대한 국제적 동향 - 4(마지막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8 오후 1:16:00
(시큐리티 월드2007년 04월호에 연재된 칼럼을 4회에 걸쳐 연재 합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국제적 동향 - 4(마지막회)

내부고발자활성화에 대한 시각

그렇다면 각국이 내부고발자를 보는 관점은 어떤 것일까?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용주와 내부고발자, 양자를 다 고려사항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일부 국가에서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조항만 가지고 있을 뿐, 해당 내부고발자를 괴롭히거나 해고하는 고용주나 상사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조항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런 행위를 당한 내부고발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오랜 기간 소송을 통해서만이 일부 보호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당연하게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강력한 처벌조항을 법에 명시해 집행해야만 건전한 내부고발행위가 활성화되리라 생각한다.

내부고발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내부고발자와 고용주나 상사가 ‘동업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가을 운동회에서 부모와 자식이 같이 한쪽 발을 묶고 달리기하는 시합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시합은 애당초 다리의 길이와 체력이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달릴 수가 없다. 하지만 성공의 핵심은 있다. 바로 서로를 배려하면서 상대적인 약자, 즉 부모가 자식의 보폭에 보조를 맞추어서 넘어지지 않고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신의 욕심에 따라 무리하게 달리다 보면, 자주 넘어지게 된다.

이렇듯 조직이라는 것은 한 사람만 잘 한다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과 함께 구성해 공동의 목표, 조직의 발전과 영리추구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달리기 시합과 같은 것이다. 조직원은 자식과 같이 경제력이나 권력을 적게 가진 약자(弱者)이고, 고용주나 상사는 부모와 같이 힘이 센 강자(强者)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식을 배려하고 돌보아 주어야 경주에서 이길 수 있다.

선진국들의 내부고발자 인식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은 내부고발자를 조직의 건전성과 발전을 도모하여 주는 ‘메신저’의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조직내부의 불법행위나 비윤리적인 행위는 내부고발자의 용기 있는 행동이 없다면 밝혀질 수 없다고 보기도 한다.

미국은 1929년 대공황과 2000년대 초 IT거품 붕괴에서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하고 오랜 기간 영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조직의 투명성을 높여서 소비자나 투자자의 신뢰를 획득하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현재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 결과 미국은 초강대국이 되었다. 미국의 자본이 세계를 지배하고, 미국의 1등 기업은 세계 1등 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사법 당국은 범법 행위의 처벌에 집요하고 끈질기다. ‘여론재판’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으며, 시간에 대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법의 권위가 시퍼렇고, 처벌은 가혹할 정도로 냉정하다. 따라서 기업들도 단기적인 불법행위나 비윤리적인 행위로 얻는 이유에 유혹당하지 않는 편이다.

서양인들은 동양인에 비하여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고 한다. 물론 부정부패가 동양에만 있고, 서양에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불건전한 행위들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동서양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 중국, 싱가폴, 대만, 인도 등은 조직의 건전한 발전과 사회공익을 추구하는 내부고발행위조차도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에서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으며, 해당 내부고발자를 ‘용기 있는 자’로 인정하고 사회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다. 물론 모든 내부고발자들이 동일한 대우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처음 이 주제를 거론하면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각각의 나라의 태도를 보면서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했다. 물론 어떤 국가나 사회도 100% 건전하고, 정의롭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는 가’이다. 미국은 경제나 군사력 측면에서 초강대국이지만, 내부의 끊임없는 혁신을 통하여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루어서 미국을 위협하기까지 했지만, 기업의 부실과 비효율성 등을 합리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대안 제시가 제대로 되지 않아,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게 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봤을 때 사회전반의 문화가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조직문화가 건전하지 못하거나, 내부고발행위를 조직에 대한 배반행위로 인식하고, 해당자를 조직에서 배제하려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는 이상, 내부고발자는 생성되지 않는다. 내부고발을 모두 조직외부에 문제가 유출되는 3단계 이상으로 인식해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 내부통제시스템 1, 2단계에서 해소되는 내부고발행위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모든 일은 징후가 먼저 오게 마련이다. 어떻게 조직과 국가를 보호하고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 그리고 그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과 집단적 사고의 오류에 휩싸여 있는 조직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투쟁과 노력이 없다면 조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고 사라져갈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자만과 독선’이라고 한다. 이는 어떤 조직이나 국가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구성원들도 항상 경계하여야 할 문구가 아닌가 싶다. 물론 내부고발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조직과 자신의 지도자를 쉽게 팔아먹으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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