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은 누구일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8 오후 3:25:00
다소 엉뚱한 주제일까? 한민족 5천년 역사 동안 수천의 제왕과 수 만의 영웅호걸, 수천만의 이름없는 민초들이 살다가 갔다.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위인들만 해도 너무 많아서 도대체 기억을 다하기 어렵다. 물론 위인이 많다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누가 이러한 위인을 정하였는지, 문제가 있는 인물은 없는지 생각할 계기를 가졌으면 한다. 며칠 전 신문에서는 임진왜란의 영웅인 이 순신 장군이 지금처럼 알려진 바와는 달리 어린 시절에 어렵게 자라지 않고 걱정 없이 학문과 무예를 연마할 정도로 풍족하였다는 기록을 발견하였다는 것을 보았다. 해방 이후 현대에 쓰여진 대부분의 한국 위인전은 천편일률적인 대서사시라고 볼 수 있어 문제가 많다고 생각된다.

한국 위인전의 문제점이나 한계점을 살펴보자. 첫째 한국의 위인전을 보면 어린 시절에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고생을 하고, 수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고 위대한 인물이 되었다는 식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주변인물은 주인공의 위대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악하고 부정한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다. 이러한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스토리 전개는 매우 식상하고 독자에 대한 설득력도 낮다. 자칫 어린 시절에 고생을 하지 않고 주변에 사악한 무리가 없으면 위대한 인물이 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다. 둘째 왕조시대의 논리로 ‘왕조에 무조건 충성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자비한 왕정과 잔학한 탐관오리에 정당하게 저항한 관리나 백성들조차도 대부분 역적으로 표현된다. 많은 역사서의 서술방식도 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편협하게 된 역사서술과 신뢰성 있는 역사서의 부족으로 많은 위인들의 일생과 철학을 상세하게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기록이 충실하다고 하는 조선시대의 실록들도 왕을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어 왕 주변의 신하와 백성들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없다. 일부 위인들은 후대 권력자의 개인적인 선호와 이해에 따라 작은 공적이 과장되거나 사실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논란에서 최소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위인들은 대체로 고구려의 주몽, 광개토대왕, 신라의 김유신 장군, 백제의 계백 장군, 고려의 최영 장군, 조선의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영조대왕 등일 것이다. 그럼 일제 식민지 이후 우리 근∙현대사의 영웅은 없는 것일까? 백범 김구 선생 정도가 큰 논란 없이 위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개인마다 선호가 다르겠지만, 현재적인 의미에서 위인의 행적과 철학이 우리 생활과 괴리되어 모범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위인으로 존경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이 있다. 소위 말하는 실천사학자들이 진정한 위인으로 꼽는 사람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을파소(乙巴素)’라고 한다. 그는 고구려 고국천왕시대의 재상으로서 진대법(賑貸法)을 한민족 역사상 최초로 시행하였다. 진대법이란 춘궁기에 국가가 곡식을 백성들에게 빌려주고, 가을에 추수를 하게 되면 싼 이자로 갚게 하는 제도이다. 당시 귀족들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백성들에게 곡식을 빌려주고 갚지 못하면 땅이나 재산을 빼앗고 노비로 삼았다고 한다. 농토와 노비가 권력의 핵심 요체였기 때문이다. 물론 왕의 입장에서도 세금을 내는 일반백성의 수가 줄어들지 않아야 하고 세금의 내지 않는 귀족의 농토가 늘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귀족세력 확장을 저지하는 측면에서 도입한 정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열거한 위인들 중에 사리사욕 없이 백성을 위하고, 백성의 평안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자신을 희생한 위인을 지적하기란 쉽지 않다. 전쟁으로 영토를 확장하였거나 국난을 맞이하여 용감하게 싸웠다거나 여러 국난 이후 안정기에 태평성대를 누렸다는 것을 빼면 크게 한민족을 위해 헌신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나, 가문, 왕조를 위한 헌신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모든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우리가 구태의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위대한 인물에 대한 정의나 인식을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하지 않나 생각된다. 아쉬운 점은 현재 한국의 지도자들에게는 조금은 흠이 있지만 그래도 이 땅의 국민들을 위해 정치를 하고 국민을 바른 길로 이끌어가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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