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규칼럼]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8회(끝) - 대선 후보들 경제공약의 적합성[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2-06 오후 5:18: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SWEAT Model'을 적용하여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2년 하반기에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하여, 10월 17일자 신문 부터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12월 05일자 신문에 실린 [긴급진단/경제민주화][민진규칼럼]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8회 기사를 소개합니다.

[민진규의 경제민주화 칼럼]-경제민주화란 무엇인가(8-끝)

대선 후보들 경제공약의 적합성

대기업견제만 강조…지역간 균형발전 위한 공약은 全無
기업 윤리경영 대책‧정부 역할 조정 방안 대한 고민 없어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 불구 구체적 실행계획은 오리무중
대기업 총수 처벌‧사면권 제한, 정치‧사법 개혁 문제 일뿐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오는 12월 19일에 제18대 대통령을 선출한다. 1년 동안 국민으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받던 안철수 후보가 후보등록을 앞둔 11월 23일 자진 사퇴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경선을 통해 단일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TV토론과 단일화 협상에서 보여준 민주통합당의 태도에 마음이 상했다는 것이 이유다. 어찌되었건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되었다. 사퇴한 안철수 후보의 지지세력이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양당 후보 모두 안철수 후보의 정신을 이어 받겠다는 말을 하면서 지지자를 규합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와 관계없이 누가 당선되더라도 두고두고 화두가 될 단어가 ‘경제민주화’다. 아직 용어정의조차 명확하게 하고 있지 못하지만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공약은 비슷하다. 안철수 후보가 제시했던 경제공약은 박근혜, 문재인 후보보다 더 파격적이다. 이들 두 후보가 안철수 지지자들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안철수가 제시했던 공약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안철수의 경제공약이 구체적인 실천강령보다는 선언적 의미의 구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다룰 필요성이 높다. 그의 공약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경제, 경제력집중 폐해를 시정하는 재벌개혁, 혁신을 추구하고 안정을 도모하는 금융개혁, 사회통합적 일자리경제, 성장하는 중소기업, 행복한 근로자, 새 희망의 바람이 골목 구석구석까지 닿는 자영업자 보호 정책, 호혜와 협동의 사회적 경제, 서민과 실수요 중심의 주거정책, 미래를 준비하는 창의적인 과학기술 등이다.

그렇다면 이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경제분야 공약을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의 4대 목표에 비춰 적합성 여부를 평가해 보자.

첫 번째 목표인 균형 있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편중 경제정책을 지양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면서 지역간 균형성장을 이뤄야 한다. 두 후보 모두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소상공부’ 설치를 공약으로 내 걸었다. 두 후보 모두 대기업견제에만 몰두하다 보니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지 못했다.

두 번째 목표인 적정한 소득분배를 위해서는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두 후보 모두 0~5세 무상교육,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의 정책을 냈다. 박근혜 후보는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부담, 한부모 가정 자녀양육 지원금 인상 등, 문재인 후보는 의료비 부담 100만원 상한제 도입, 아동수당 도입, 기초노령연근 인상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문재인 후보가 양극화 해소를 위해 더 많은 공약을 제시했지만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 번째 목표인 경제력 남용금지를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강화, 부당한 내부거래 처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금지 등이 필요하다. 두 후보 모두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부당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으로 재벌과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을 막겠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해 재벌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강제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전경련이나 대기업들은 순환출자해소를 위해 엄청난 돈이 필요하고, 외국기업의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순환출자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네 번째 목표인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위해서 가계의 합리적 소비, 기업의 윤리경영, 정부의 합리적 조정자 역할이 필요하다. 두 후보는 집단소송제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을 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는 소비자보호기금 설립, 소비자 피해구제 명령제 도입으로 가계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이자율상한을 인하해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자를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후보 모두 기업의 윤리경영을 위한 대책이나 정부의 역할을 조정하겠다는 방안은 전혀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정책은 실종되고, 과거사만 남았다고 말한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고, 통합민주당은 박정희 유신정부의 독재를 물고 늘어진다. 대통령이 되면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정작 명확한 실행계획은 없다. 대통령 후보자는 자신이 앞으로 5년간 국가를 이끌어갈 청사진을 내 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경제민주화도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계획을 내 놓고 실현가능성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경제민주화 구호가 포퓰리즘의 산물이라고 공격받는 이유 중 하나도 재원조달계획이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재벌개혁이 핵심이고 대기업 총수일가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것도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대기업 총수일가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나 사면권 제한은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나 사법제도 개혁으로 봐야 한다.

정치검찰로 불리는 일부 세력들이 기소독점권과 구형권한을 남용해 재벌과 거래하고, 사법부도 전관예우와 돈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문제다. 불법 정치자금에 현혹된 정치권과 대통령이 합작해 원칙도 없이 사면권을 남용하고 아무런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 개혁해야 할 잘못된 관행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재벌에 대한 여러 이슈를 사법개혁과 정치개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차기 정부나 대통령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경제가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경제민주화와 같은 정책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정치권이나 대통령 후보들이 수십 년 동안 유지된 잘못된 관행과 불법행위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할 일이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경제민주화는 자유시장경제와 자본주의라는 미명(美名)하에 벌어진 탐욕스러운 욕망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정돈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식인이나 전문가들도 더 이상 경제민주화에 대한 악담으로 대선 후보들을 흔들지 말고 전향적인 방향을 제시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구호뿐인 경제민주화에 대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 국민모두가 합심해야 하고, 이번 기회에 경제체질과 구조를 개선해 선진국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경쟁국가는 죽어라고 뛰어가는데, 우리만 멈춰 서서 세월을 허비할 수는 없다. 재벌들도 스스로 자정노력을 거쳐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을 선도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자신들이 그토록 원하던 100년 기업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정치권도 당리당략(黨利黨略)에 따라 국민을 분열시키지 말고 통합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기 바란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pinion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