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새의 의미와 바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8 오후 3:17:00
지난 12월 3일 대한민국의 새 국새가 세상에 나왔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간을 내어 개물식에 참석하였다. 간밤에 내린 눈에 덮인 지리산 골짜기에 만들어진 가마에서 꺼낸 틀을 직접 깨고 첫 번째 인장을 찍어보는 시인행사는 추운 날씨에도 흥분을 주었다. 조금 큰 고구마 정도 크기의 회색 틀을 깨어 꺼낸 국새의 황금빛 찬란함에 눈이 부셨다. 새로운 국새 개물행사를 볼 수 있는 것은 인생에서 행운이 될 것이다. 국새는 새로운 왕조의 탄생과 같은 경우에 만들기 때문에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한번씩 제작되고, 이번처럼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개물행사도 아마 처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국새는 국가의 상징이자 국가의 문화예술의 총합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국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설립 이후 몇 번의 제작과정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수 천년 내려온 전통기법으로 주조하였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국새의 제작은 서화, 조각, 주물, 역학 등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기법을 전수받은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조금 신비롭기까지 하였다. 국새의 상징성과 정통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작년 여름에 ‘옥새, 숨겨진 역사를 말하다’라는 책이 나와서 지식의 갈증을 풀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오랜 기간 동안 자료를 수집하였고, 인장과 국가의 상징에 대한 높은 식견을 알 수 있었다.

왕조 시대에 국새를 가진 사람이 정통적으로 왕위를 계승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여 왕권을 상징하고 국가의 가장 중요한 보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옥새를 소유하기 위한 투쟁과 암살이 빈발하였고 옥새의 직인을 위조하여 왕명을 사칭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문화는 동양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왕조의 문장을 중요시한 서양에서도 동일하였다. 그러나 특히 동양은 서명이 아니라 인장이 중요하게 쓰였고, 현재도 개인이나 국가도 중요한 문서에 반드시 인감과 국새를 각각 날인하고 있다. 개인의 인감도 위조가 되지 않도록 어렵게 조각하고 행정기관에 등록하여 사용하게 하고 있다.

이런 옥새의 제작기법이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에만 전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립으로 전통과의 단절을 가져왔고, 문화대혁명으로 철저히 파괴되어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나 관련 서적조차 사라졌다고 한다. 일본은 위조나 권력투쟁의 발생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옥새제작기술의 계승이 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도 왕조시대에 옥새를 새로 만들게 되면 제작에 관련된 모든 기물을 철저히 파괴하고 제작한 장인도 중국으로 도피시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옥새를 위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다고 한다.

국새를 새로 제작할 때마다 나라의 새로운 기운이 일어난다고 하니 이번 국새가 대한민국의 경제난과 정치혼란을 잠재워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많이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으면 한다. 2007년을 마감하면서 마지막 달에 이런 뜻 깊은 행사에 다녀온 감회를 주위사람들에게 전하고자 몇 자 적어본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촉발된 국제적인 경제혼란과 중국의 저가 생산과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대한민국과 국민들에게 새로운 국새가 이세상에 나오면서 비추었던 찬란함이 2008년에 비춰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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