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부패하는 경제적인 이유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8 오후 3:17:00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씨의 내부고발사건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어제는 청문회를 앞둔 검찰총장 내정자와 검찰의 전ᆞ현직 고위간부가 삼성으로부터 관리를 받았고 뇌물을 받았다는 폭로가 있었다. 이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수사결과를 통해서 알 수가 있겠지만, 그 수사가 일어나지 않더라고 당사자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증거가 명확하지 않거나 현재의 체면과 이익 때문에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수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험도 합격하고 안정된 생활도 보장받은 공무원들이 왜 부패할까? 과도한 경제적 기대수준과 현실의 차이(GAP)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문제만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대한민국의 높은 생활비용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는 비단 공무원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의 물가는 국민소득으로 따져 본다면 세계 1등일 것이다. 공공요금, 기름값, 일반 소비재 가격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공무원의 1년 연봉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전부 저축해도 서울 몇몇 지역의 아파트 1평도 사지 못한다. 차량을 소지하고 있다면, 차량구입을 하면서도 외국에 비해서 비싸게 지불하였고, 기름값에 붙은 세금도 만만치 않다. 정상적인 가족을 구성하고 남들처럼 산다면 저축이 아니라 빚을 내야만 생활이 가능할 정도이다. 부모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 받은 경우에는 예외이겠지만, 봉급만으로 살기 어렵다고 하는 공무원이 의외로 많다.

둘째 황폐화된 공교육과 비정상적인 사교육시장의 활성화이다. 공무원의 자녀들은 무상으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지만, 학교에만 다녀서 공부를 잘 하기도 어렵고, 좋은 대학을 가기는 더 어렵다. 학교에 들어가지 전부터 학원에 들어가야 하고,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연하게 월급으로 제대로 된 학원을 보낼 수가 없다. 불법적인 뇌물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도 봉급으로 사교육비가 감당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 공무원도 있다. 뇌물로 공부한 자식이 제대로 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래도 눈 앞의 욕심이 앞서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그럼 이런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면 공무원 부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봉급을 최대한 올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무원 처우개선을 부패근절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도 많다. 문제는 공무원의 봉급이 대기업에 비해서는 낮지만, 중소기업이나 많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서는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조건 공무원 봉급을 올려줄 수 만은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첫째 돈을 많이 벌어 호의호식하고 싶다면 공무원을 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을 하려는 좋은머리를 가지고 사업을 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사업을 해서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아무리 많은 돈을 번다고 욕을 할 사람은 없다. 오히려 돈 많이 벌어 세금 많이 내면 애국자가 된다. 판사와 검사, 세무서 직원 등도 자신의 월급으로 생활하기 어려우면 공무원을 그만두어야 한다. 이런 경제적인 이유가 뇌물을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용서받을 수 있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둘째 일반 공무원의 생활여건을 개선하여 주어야 한다. 먼저 일반 공무원도 군인과 마찬가지로 임대주택을 지급하여 주거를 안정시켜 줘야 한다. 각종 공공요금, 통신요금, 불합리한 세금제도도 개선하여 현재의 봉급으로도 적정한 수준의 생활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공교육의 정상화 방안도 강구하여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교육공무원의 질이 떨어지면 공부를 하게 하고, 열의가 없다면 교직을 떠나게 해야 한다. 봉급만 가지고도 충분히 살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물가의 통제와 잘못된 소비재가격의 조정은 공무원뿐 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꼭 필요한 사항이다.

한국 고위 공무원들의 뇌물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이면에는 위와 같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신의 봉급으로 소위 말하는 폼(?)나는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므로 뇌물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당연하게 수행하는 업무 중의 권한을 대단한 힘으로 여기고서 뇌물을 챙긴 사례가 대부분이다.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을 걷는 기분으로 산다고 하면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고 부정한 돈을 바는 것을 합리화하지만, 일부 공무원도 이런 정치인의 심정으로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잘못이 드러나면 나만 억울하게 걸렸다고 생각하고, 수천 만원의 돈을 태연하게 떡값이라고 하고, 아직도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지 않고, 국민을 무지몽매하다고 생각하고 군림하려고 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빨리 그만두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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