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샐러리맨의 인생 1막과 2막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6 오후 11:56:00
대부분의 사람들은 월급을 받고 조직생활을 하게 된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능력을 발휘해서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급여를 많이 받기도 한다. 일반 직장에서는 이사가 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출세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말 연초가 되면 조직들에서 승진이나 전보 인사가 있게 되고, 이러한 내용들이 신문지상에 자주 나온다. '사상최대의 승진인사'이니, '파격인사'이니, ཚ대 임원의 탄생'이니 하는 조금 선정적인 문구들이 제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승진을 한 사람에게는 영광스러운 시기이고, 승진을 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다음기회를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연말 연초는 부산하다. 기대와 실망, 축하와 위로 인사, 각종 술자리 등으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요즘 의학기술발달과 생활습관의 변화로 평균수명이 많이 늘었다. 과거에는 60살에 조직에서 정년퇴직하여 60대 후반이면 인생이 끝났는데, 요즘은 40~50대에 조직을 떠나서 70대 후반까지 살아야 한다. IMF이후 우리 샐러리맨들의 표준인생이 이렇다.

최근의 샐러리맨들의 조직내 경제활동 기간이 매우 짧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이 되면, 자의던 타의던 조직을 떠나야 한다. 일반 사기업에서는 직장인의 꿈이라고 하는 임원이 되지 못하면 대개 40대 중반쯤에 부장으로 퇴사를 하여야 한다. 임원이 되었다고 하여도 임기라는 것이 1~2년에 불과하여 계속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면 50대도 되기 전에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공기업이나 공무원은 이보다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다. 공기업에서는 50대 중반까지 버티는 데는 문제가 없어보이고, 공무원은 50대 후반까지 무난하다. 물론 교직원들은 60대 초반까지 조직생활을 할 수가 있다. 제일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물론 직업선택을 나름대로 잘했다고 볼 수가 있지만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들어갈려고 목숨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기업이던, 공조직에서 근무하던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누구는 조금 일찍 나오고, 누구는 조금 늦게 나올 뿐이다. 요즘 소위 말하는 노년준비를 조직생활을 하면서 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평범한 사람들이 결혼하고, 집 장만하고, 자녀교육시키고 나면 실제 노년을 대비하여 저축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전부 퇴직금을 받아서 노년을 보내거나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해야 한다. 과거에 비하여 평균수명이 늘어나서, 50대에 조직을 나온다고 하여도 20여년을 먹고 살아야 한다. 풍요롭고 여유로운 노년이 아니더라도 어찌되었건간에 건강하고 쪼들리지는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려면 돈이 필요하다. 모두가 이런 생활에 필요한 돈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사를 시작하기도 하고, 퇴직후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찾을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장사가 쉬운 것도 아니고, 안정된 조직생활을 하면서 남이 주는 월급만 받아서 생활하던 사람들이 장사를 해서 성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또한 젊은이들도 실업자가 수백만이라고 하는데, 50이 넘은 나이든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려는 기업도 많지 않다.

이것이 요즘 우리 시대의 샐러리맨들의 현실이다. 위에서 벌거숭이 샐러리맨이라고 하였는데 조직생활을 할 동안에는 조직내에서 보호를 받게 되고, 조직의 이름으로 경제활동을 하기때문에, '나'라는 존재는 없다. 조직이 커거나 직급이 높으면 외부활동도 쉽게 된다. 주위에 사람들도 몰리고, 자신이 대단한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직을 떠나게 되면 이러한 모든 것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많던 주위의 친구와 업무에 관련된 사람들은 떠나고,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라는 것은 없게 된다. 물론 아주 고위직에 있었던 경우나 많은 재산을 가진 소수의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조직을 떠나면서 이러한 처지를 경험하게 된다.

한겨울에 시베리아 벌판에 혼자 서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나올때 가진 자신감도 서서히 없어지고,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꾸려나가야 한다. 조직만 알고 돈만 벌어다 주던 과거와는 다른 처지에서 가족들과의 관계도 재정립하여야 하고, 자신의 자연인 신분에 어울리는 새로운 친구도 사귀어야 하고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일도 해야 한다. 초기의 자존심과 체면은 냉혹한 현실이라는 막강한 적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지고, 벌거숭이이가 된 나약한 인간이 되어 처절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인생 2막'이 펼쳐진다. 이러한 우리네 인생을 비관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니, 현명한 사람이라면 '인생 1막'에서 '인생 2막'을 살기위한 준비를 하나씩 하면 된다. 이것이 2번 사는 요즘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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