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진단-윤리경영:한국투자공사 2]이머징마켓 투자 비전문성으로 손실 가능성 우려[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2-09 오후 6:18: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 국내와 해외의 연구성과물을 토대로 현실적인 새로운 지표 개발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9월 5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윤리경영 대해부'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진단함으로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2월 05일자 신문에 실린 [윤리경영 대해부] 한국투자공사 편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업진단-윤리경영]

[김백건(金白巾)의 윤리경영 대해부(13) - 한국투자공사 2 편]

이머징마켓 투자 비전문성으로 손실 가능성 우려

윤리교육 "직원 대부분 전문가" 논리 내세워 6년이상 외면
자산 규모 푸념 대신 전문성·노하우 축적을 먼저 고민해야


▲ 2012년 경영전략워크샵
윤리교육 기록 없고 이중 의사결정과정으로 책임규명 어려워

◆Education(윤리교육 프로그램)=윤리교육을 수시로 해야 한다고 윤리강령에 명시되어 있지만 각종 자료를 찾아봐도 관련 기록이 전혀 없다. 지금까지 많은 공기업의 윤리경영을 진단했지만 윤리교육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공기업은 처음으로 접한다. 직원이 100여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전문가라 일반적인 수준의 윤리교육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6년 이상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Communication(의사결정과정)=자산운용의 투명성을 위해 각종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내부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명확한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2008년 1월 KIC는 매릴린치 주식에 2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금융위기로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면서 막대한 투자손실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상반기에 소위 말하는 ‘물타기’를 하기 위해 추가로 1억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소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사결정이 내려졌고 집행되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는 2012년 상반기까지 결산해 봐도 최소 투자금의 40%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KIC는 의사결정기구로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를 두고 있다. 운영위원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위원장 1명을 포함해 9명이다. 운영위원은 사장,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민간위원 6명 등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민간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그리고 이사회는 사장 및 이사로 구성된다. 운영위원회에 부의할 사안에 대해서도 이사회에서 심의한다.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로 분리된 이중 구조가 상호 견제기능보다는 책임 회피용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감사원도 민간위원들이 KIC의 투자관련 최종 의사결정을 하지만 사장이 집행을 하기 때문에 운영위원회의 운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지나친 비밀주의 국민신뢰 잃고, 수익률 너무 낮아 미래 불투명

◆Stakeholders(이해관계자의 배려)=투자자,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배려하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본분이다. KIC의 경우에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자칫 정부와 국민의 이익을 내팽개치는 행동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KIC는 위탁기관, 고객 등의 비밀정보 관리방안, 제공절차관리, 정보확산 차단노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비밀정보의 관리방안으로 임직원은 업무수행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정보를 업무수행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어떠한 형태로든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된다. 어떤 형태는 문서기록, 복사본, 구두, 파일, 전자메일, 팩스 등을 말한다. 비밀정보는 정보차단원칙(Chinese Wall)과 필요성에 의한 제공원칙에 의해 관리해야 한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비밀정보를 요구해서도 안 되고, 비밀정보인지의 여부가 불명확한 정보는 일단 비밀이 요구되는 비밀정보로 간주해야 한다.

다음으로 임직원은 자신과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내·외부인에게 비밀정보를 제공 또는 공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필요성에 의한 제공원칙에 부합해야 하고, 준법감시인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을 얻었더라도 제공하는 과정에서 권한이 없는 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 내부라고 해도 정보가 불필요하게 교류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비밀정보를 다루는 부서와 업무상 이러한 정보의 취득이 필요 없는 부서 사이에 정보교류 차단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같은 부서 내에서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비밀정보를 다루는 임직원과 그렇지 않은 임직원 사이에 정보교류 차단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차단방법은 사무실의 분리, 전산시스템에의 접근차단, 보고라인의 분리, 문서의 분리보관 등을 통해서 가능하다.

정보의 비밀주의가 경영부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독립성의 유지차원에서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메릴린치 투자건에서 보여준 행태는 고객보호차원이 아니라 조직의 비리를 감추기 급급했다는 인식을 받는다. 국가자산을 투자해 미래세대를 위해 국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는 낮은 투자수익률로 희석된다. 장기적 관점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보공개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Transparency(경영투명성)=KIC는 경영의 투명성 및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자산운용규모, 총자산에 대한 운용수익률, 자산군별 구성비 및 수익률, 중장기 투자정책, 재무제표 및 회계기준, 회계감사보고서, 운용전문 인력의 변경 등에 관한 자료를 주기적으로 공고한다. 외부 감사인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정기적으로 국회의 국정감사도 받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외부감사를 받지 않음에도 높은 수익률과 투명경영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KIC는 신중하고 책임감을 가진 자산운용을 위해 분산투자와 유연성을 중시하고 있다. 분산투자는 개별 시장이나 자산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초기에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 자산만 투자했지만 최근에는 대체자산 포트폴리오인 물가연동채권, 상품, 사모펀드, 부동산, 헤지펀드 등으로 투자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2010년부터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시장뿐만 아니라 이머징마켓에 대한 비중도 늘리고 있다.

2006년 200억 달러로 시작했지만 2011년 말 현재 약 430억 달러규모의 위탁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1000억~2000억 달러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은행, 국민연금 등 기타 관련 기관은 KIC에 자금을 추가로 맡길 의사가 없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운용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2007년 0.2%에 불과하던 누적수익률을 2010년에 4.2%까지 올렸으나 2011년 말 기준으로 2.7%로 다시 떨어졌다.

이런 결과 때문인지 국민연금은 50조원 규모의 자금을 외국에 투자하고 있는데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등 100여 개에 달하는 외국 자산운용사에 위탁한다. KIC에는 한 푼도 맡기지 않는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에도 운영을 위탁했지만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함에 따라 전액 회수했다. KIC는 수익모델부재와 리스크 관리 체계허점 등의 문제를 노출하며 막대한 투자손실을 내고 있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국부펀드가 금융의 반도체로 엄청난 수익을 내 국가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주장도 허언(虛言)이었음이 드러났다.

국민연금 투자수익률의 절반에 불과

◆Reputation(사회가치 존중)=KIC의 투자성과가 일반 예금이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존재 이유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한다.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 집단인 KIC의 2배나 된다. 아직 사업의 초창기이고 전문인력이 부족해 성과가 나지 않지만 자산의 규모가 늘어나고 노하우가 축적되면 고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낮다.

그리고 우려되는 점은 100년 이상 자산운용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 금융회사나 다른 국가의 국부펀드도 이머징마켓에 대해 소극적인 투자를 하는데, 소위 말하는 ‘고위험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은 시장을 넓히려는 것에 불과하다. 몇 년 전 주식시장에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에 투자해 연간 몇 십 퍼센트의 수익률을 낸다고 했지만 대부분 이자는커녕 원금조차 까먹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소위 테마주 위주로 주먹구구식으로 투자한 결과다. 국내 증권사에 관련 지역의 전문가도 없었다.

작년부터 새로 임명된 사장이 중국전문가로 메릴린치의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중국투자공사(CIC)와 협력해 중국 서부 인프라개발 사업에 투자를 하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수렁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2008년도 국정감사에서 투자수익률과 무관한 성과급 지급, 직원들의 과도한 이직률, 방만한 직원대출제도 운영, 원칙 없는 해외연수제도 등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아마 이 문제들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KIC가 정말 한국의 미래를 책임져 줄 것인지, 아니면 그나마 어렵게 조성한 모든 국부를 낭비하는 기관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립초기에는 적자를 지속했지만 2008년부터 당기 순이익도 흑자로 전환되고 있다. 자산규모에 비해 부채는 미미한 수준이다. 운용수익률은 너무 낮아 지적하기도 어렵다. 펀드운용 수수료로 이익을 내고 있겠지만 진정한 이익은 펀드의 수익률을 선진국 국부펀드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다. 사기꾼이나 아마추어 직원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전문가를 채용해 자산운용을 해야 한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자산이 운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강구해야 한다.

8-Flag Model로 측정한 한국투자공사의 윤리경영 성취도

지금까지 진단한 내용을 바탕으로 ‘8-Flag Model’로 측정한 KIC의 윤리경영 성취도를 종합하면 그림과 같다. 전반적으로 윤리경영 점수가 낮다. 리더십, 윤리헌장, 이해관계자 배려부문도 보통 이하이지만, 제도운영, 윤리교육, 의사소통, 투명경영, 사회가치 존중은 낙제 수준이다. 특히 KIC가 국부펀드를 운용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낮을 뿐만 아니라 개선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윤리경영을 평가하는데 강하게 작용했다.

투자실패에 대한 회복방안을 강구하기는커녕 ‘물타기’로 손실을 늘린 책임도 작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영진이나 기타 관련 직원들이 43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할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독립성이나 비밀성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경영실적을 내야 하고 비밀과 관련성이 낮은 정보를 과감하게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노력도 미진한 수준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객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다른 공기업처럼 존재가치가 낮은 것은 아니므로 운영의 개선·보완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금융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장기간의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고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자나 고객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어야 한다. KIC의 주장처럼 자금의 규모만 늘린다고 하루아침에 자산운용능력이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자산규모 타령만 하지 말고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어떻게 쌓을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주요 투자자인 한국은행과 대규모 자산을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국민연금으로부터 먼저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KIC의 미래는 어둡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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