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수사결과와 삼성조직의 수습전략 1 [내부고발과 윤리경영(민진규 저)][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2-06 오후 5:16:00
삼성그룹 내부고발사건 분석

1. 고발사건의 법적, 윤리적 요건 분석
2. 내부고발자 당사자의 법적·윤리적 요건
3. 이해관계인의 연구
4. 특검의 수사결과와 삼성조직의 수습전략

4. 특검의 수사결과와 삼성조직의 수습전략 1

2008년 4월 17일 삼성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99일간의 수사와 유능한(?) 인력들이 차출되어 한 수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어찌되었든 특검의 수사는 끝났고 이제 법원의 1심 재판은 끝났다. 이번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이어졌고 수사내용의 대부분은 그가 제기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발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용철 변호사 자신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를 ‘변절자’로 매도하기도 하였고 어떤 이들은 그를 ‘의인’으로 추켜세우기도 한다. 세간의 평가가 어찌되었든 그는 스스로 내부고발자의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가장 잘 체험했을 것이다. 이제 긴 여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므로 내부고발자와 검찰,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던 삼성 조직의 수습전략을 알아보자.

먼저 내부고발자인 김용철 변호사는 이제 이슈의 중심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회정의 구현과 법질서 확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으면 한다. 이번 수사결과와 1차 법원의 판결이 자신이 주장한 의혹들이 석연치 않게 해명된 측면이 있어 억울하고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이제 판단의 몫을 우리사회의 구성원에게 넘겨줘야 한다. 특검이 의지를 가지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였거나 정황 위주의 진술을 함으로써 증거의 질이 떨어졌고, 본인이 관여된 불법행위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비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내부고발자가 진정으로 사회정의나 조직발전을 의도하였다는 것을 일반 국민들이 느끼고 공감하지 못하였던 것도 특검이 상식과 동떨어진 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빌미가 되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 사업을 하든 정치를 하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명분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김용철 변호사는 내부고발의 많은 요소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명분이 약했다. 명분에 관련된 간단한 사례를 하나 들면 조선시대 세조가 어린 조카인 단종을 폐하고 왕위를 찬탈하자 집현전 신하들이 단종복위를 기도하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때 죽은 이들을 사육신이라고 부르는데, 그 중 박팽년이 있었다. 그는 나중에 세조가 되는 양녕대군과 오랜 지기였고, 양녕대군도 그의 재능과 사람됨됨이를 높이 사서 살려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에게 ‘너는 나의 신하로 내가 주는 녹봉을 받았는데,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하고 묻자, 박팽년은 ‘당신이 준 녹봉은 내 집 곳간에 가면 그대로 쌓여 있다.’고 했다. 실제 세조가 신하들을 시켜 확인해 보니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고 한다. 박팽년은 세조의 녹봉으로 준 쌀을 한 톨도 먹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그의 행동은 반역이 아니라 오히려 천륜을 어긴 세조를 처벌한다는 명분을 찾았고 그 명분에 따라 죽음을 택하였으므로 그를 충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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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과 윤리경영 – 민진규 저(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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