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진단-윤리경영:한국투자공사 1]자산운용 투명성 높지만 내부 의사결정‧독립성 미흡[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2-08 오후 3:59: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 국내와 해외의 연구성과물을 토대로 현실적인 새로운 지표 개발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9월 5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윤리경영 대해부'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진단함으로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2월 05일자 신문에 실린 [윤리경영 대해부] 한국투자공사 편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업진단-윤리경영]

[김백건(金白巾)의 윤리경영 대해부(13) - 한국투자공사 1 편]

자산운용 투명성 불구 의사결정‧독립성 확보 미흡

"亞 3대 금융허브 달성" 설립 초기 목표 실종
정보수집‧리스크 관리 능력의 한계로 극복하지 못해

▲ 한국투자공사 사옥

[그린경제=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장] 한국투자공사(이하 KIC)는 2005년 외환보유액 및 공공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국부를 증대하고 금융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한국투자공사법에 의해 설립됐다. 정부 및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위탁 받은 자산을 운영한다. 설립초기부터 설립목적이 모호하고 너무 일반적이라 과연 자산을 운용해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C는 2010년 뉴욕, 2011년 런던에 사무소를 개설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1명의 직원인 초미니 기업으로 출범했지만 2012년 5월말 현재 임원을 제외하고 총 114명으로 늘어났다. 한국투자공사의 윤리경영 현황을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8-Flag Model’을 적용해 보자.

2008년 성급하게 투자한 메릴린치 투자의혹 해소해야

◆Leadership(리더십, 오너/임직원의 의지)=KIC의 비전(Vision)은 ‘미래세대를 위한 세계 최고 국부펀드’이고 미션(Mission)은 ‘국부의 효율적 증대’, ‘미래세대를 위한 국부의 지속적 관리’,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 등이다. 또한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3대 전략과제로 장기투자체계 구축, 해외 분산투자, 글로벌투자 선도를 제시한다. 개별 전략과제에 대해 세부전략과제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장기 투자체계구축을 위해 전략적 자산배분체계 구축과 국민의 신뢰확보·유지를, 해외분산투자를 위해 자산군별 운용전문성 확보와 글로벌 자산의 통합리스크관리를, 글로벌 투자선도를 위해 글로벌 투자네트워크의 경제적 효과창출과 해외투자의 리더십 발휘가 있다.

KIC의 핵심가치는 ‘국가와 국민에게 윤택한 미래를, 자산운용업에는 성장과 발전의 터전을, 조직구성원에게는 자부심과 긍지를 제공한다’이다. KIC는 핵심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신뢰(Trust)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고객인 국민을 위해 국가자산을 보존하고 증대한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투자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국제 금융계의 선진자산운용 전략을 관련기업에 확산시키고 있다. 조직구성원들의 역량제고를 통해 기업가치도 극대화하고 있다.

국부펀드는 국가의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만든 투자펀드를 말한다. 주식, 채권, 부동산, 천연자원 등에 투자를 한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목적은 미래세대를 위해 부를 축적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 현존하는 국가수입원의 고갈이나 해당 재원의 가격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 등이다. 선진국의 펀드는 전자의 목적이고 중동의 산유국이 운영하는 국부펀드는 후자가 목적이다. 선진국이라고 해도 국가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래세대를 위해 준비할 필요성이 있어 국부펀드의 운용 필요성이 높다. 산유국의 경우에는 석유가 고갈될 때를 대비하지 않으면 다시 가난한 사막의 유목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투자를 하는 셈이다.

국부펀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한다. 하지만 자산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은 별개의 문제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자산운용규모나 수익률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하는 국가와 모든 내용을 공개하는 국가가 있다. 투명성 면에서는 노르웨이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노르웨이의 정부연금펀드(Government Pension Fund)는 매년 6% 내외의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자산의 운용에 정치권력이 개입하는지 여부에 따라 독립성을 평가하는데, 싱가포르가 가장 앞서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투자청(GIC)은 외부감사조차 받지 않고 다른 정부기관으로부터도 독립적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인사와 예산에 관한 통제를 받는다.

▲ 최종석 사장, 런던 Global Investment Conference 참석(최종석 KIC 사장,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한국은 일단 일부 자산운용결과를 공개하는 투명성은 높지만 내부의 의사결정자체는 투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독립성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KIC를 설립할 때는 해외 유수 금융기관을 국내에 유치해 2020년까지 아시아 3대 금융허브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국가들에 비해 후발주자로서 정보수집과 리스크 관리능력의 한계가 존재하고 있는데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KIC의 경우에 2008년 1월 MB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내부의사결정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투자한 메릴린치(Merrill Lynch) 의혹을 투명하게 해소하지 않는 한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를 평가 받기 어렵다. 이 의혹과 관련된 직원들 그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대부분이 승진되었기 때문에 윤리경영 의지는 빈약하다고 봐야 한다.

윤리헌장 존재 않고 위반신고도 전무

◆Code(윤리헌장)=윤리강령을 도입해 임직원이 직무수행에 있어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2006년 공사를 설립하면서 윤리강령을 제정했고, 2011년 개정했다. 내용을 보면 임직원의 기본윤리, 고객에 대한 윤리, 경쟁사 및 거래업체에 대한 윤리, 임직원에 대한 윤리, 국가와 사회에 대한 윤리 등이다. 다른 공기업의 윤리강령과 차이점은 국제 업무로 인해 ‘국제거래에 있어서 국제상거래 뇌물방지협약 등 투자와 거래에 관한 국제적 협약과 제 규정을 준수하고 현지국의 법규와 문화를 존중하며 현지국의 경제발전에 공헌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행동강령도 2006년 제정돼 3차에 걸쳐 개정·보완되었으나 다른 기관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공정한 직무수행을 해치는 지시에 대한 소명이나 상담, 정치인 등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상담과 보고를 할 수 있는 양식을 제시하고 있다. 엄청난 손실을 끼친 2008년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가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봐야 한다. 다른 공기업은 윤리헌장을 기초로 윤리강령과 행동강령을 만들었지만 KIC는 윤리헌장은 제정하지 않았다.

◆Compliance(제도운영)=윤리강령에 의하면 KIC의 행동강령 책임관은 준법감시인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준법감시인의 임무는 윤리경영지원 관련규정의 교육·상담, 윤리경영지원 관련규정의 준수여부 점검 및 평가, 윤리경영지원 관련규정의 위반행위 신고·접수·처리 및 신고자 보호 등이다. 준법감시인이 내부통제 체제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임직원으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부여 받고 있다.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정책의 수립, 주요 업무에 대한 법규준수 여부 검토 및 내부통제기준 준수여부 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임직원의 부조리행위에 대해 신고하는 부조리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신고된 내용은 감사실에서만 열람할 수 있어 비밀이 보장된다고 주장하지만 실명확인을 한 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실효성이 의문된다. 특히 KIC가 명시한 부조리행위는 업무와 관련된 금품 수수 및 요구행위, 향응요구행위 등인데 과연 업무관련자가 업무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실명으로 제보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기적으로 행동강령 준수여부를 점검하고 상담도 실시한다. 대내외적으로 비윤리적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에틱스 핫라인(Ethics Hotline), 부조리신고센터를 연중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위반사례를 없었다고 한다. 감사원이나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는 각종 규정위반 사항이 지적되고 있는데 내부 부조리신고센터에 신고가 없다는 것은 시스템운영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위반사례가 없었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직원의 규모가 적고 업무의 전문성이 높아 부패를 적발하기 어렵겠지만 시스템의 운영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한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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