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진단-윤리경영:예금보험공사편 1]전문적 영역 불구 낙하산 인사로 감독부실[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0-20 오후 8:48: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 국내와 해외의 연구성과물을 토대로 현실적인 새로운 지표 개발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9월 5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윤리경영 대해부'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진단함으로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0월 17일자 신문에 실린 [윤리경영 대해부] 예금보험공사편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업진단-윤리경영]

[윤리경영 대해부-예금보험공사 편]

전문적인 영역임에도 관료출신 독점하며 경영혁신 외면

死後藥方文에 그치는 예금자보호…제도개선·정책수립 의지 있나?
외환위기 이후 부실금융기관에 110조 투입하고도 회수는 49조 불과

▲ 외환위기 이후 부실금융기관에 110조 원을 투입하고도 실제 49조 원 밖에 회수 못한 예금보험공사. /사진=홍정수 기자

[그린경제=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장]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1996년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신설된 조직이다.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예금자에게 예금을 지급할 수 없을 경우 예금을 대신 지급함으로써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이 조직은 1997년 IMF외환위기로 금융기관이 망하면서 관심을 끌었고, 2011년 수십 개의 부실 저축은행이 망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2012년 윤리경영대상을 수상하고 예금자를 보호하겠다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예보가 윤리경영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8-Flag Model’을 적용해 진단해 보자.

임직원 상당수가 모피아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

◆Leadership=전문적 지식이 중요한 금융관련 공기업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8년 MB정부가 출범하면서 금융관련 공기업의 경영진으로부터 일괄사표를 받고 업무성과, 전문성,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별적으로 재임명했지만 기준이 모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금융관련 공기업은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조합어) 출신이 장악하고 있고 예보의 임직원도 상당수가 그렇다.

2012년 5월에 임명된 현 김주현 사장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한 재무부 정통 관료 즉, 모피아의 일원이다. 예보사장을 공모했지만 2차까지 지원자가 없어 관료출신인 김주현 사장이 임명되었다. 정치적 자리인데다가 정권 말이라 임기가 보장되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자가 없었다. 연봉이 3억 원이 넘어 서로 가려고 안달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정권 말이라 지원자가 없었던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료의 전형적인 복지부동, 무사안일의 전형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한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업무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위원회, 재무부, 감사원 등의 감독기관에 예보까지 가세하고 있어 업무의 중복, 책임소재의 불분명 등의 이슈가 있다. 예보는 다른 기관에 비해 조직 위상이 낮고, 감독권한이 미약하지만 엄청난 돈을 주무르는 기관으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예보는 은행, 금융투자, 생명보험, 손해보험, 종합금융, 저축은행 등 6개 금융권에 대한 보험회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영업정지된 부실금융기관을 관리하고, 매각을 책임지는 것도 예보의 업무 중 하나다. 투입된 공적 자금을 빠르게 회수해 부실금융기관의 예금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축은행의 PF(Project Financing)대출과 같은 부실의 주범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감독기관의 부실감독 때문이고 이로 인해 저축은행의 부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투입된 공적자금을 정상적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막대한 규모의 적자로 허덕여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벌써 망해야 할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난국을 타개할 묘안을 고민할 경영진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제도적 기반마련 위한 노력은 높은 수준

◆Code=예보는 윤리경영의 4대 전략과제로 청렴/투명한 업무문화 정착, 윤리경영문화 확산, 윤리/투명경영 시스템 선진화, 상생경영을 통한 지속가능성장 등과 18개 세부 추진과제를 선정해 실천하고 있다. 2002년 총 7개 항의 윤리강령도 제정했다. 조직의 목표, 공정하고 합리적인 업무수행, 금품이나 향응수수 거부, 사회구성원과 공동의 번영추구, 구성원 상호존중과 자기계발 노력, 고객에 대한 봉사정신, 건전한 민주시민의 자세 등이다.

윤리강령에 기반해 임직원 행동강령을 정했다. 행동강령은 세부행동 요령으로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윤리적 가치판단 및 행동기준을 정함으로써 부패방지 및 공정한 업무수행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한 것이다. 2006년부터 윤리경영강화를 위해 내부 임직원과 경영진이 직무청렴계약을 하고 6개 항의 실천서약도 했다. 임원은 취임 시 직무청렴계약을 체결해 재직 중 청렴의무 준수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2009년 전면 개정된 윤리강령은 임직원의 기본자세,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 공정한 직무수행, 부당 이득의 수수금지, 청렴계약제의 준수, 정보 및 재무관리의 투명성,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 위반행위의 상담 및 처리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공정한 직무수행을 강조해 이를 지시할 경우 소명하게 하고, 지시를 받았을 경우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강조되는 공기업 조직의 특성을 잘 반영한 제도로 보인다.

◆Compliance=윤리경영의 주요사안에 대해 심의 및 점검을 하기 위해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윤리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윤리경영위원회에는 반부패/청렴 추진기획단과 반부패/청렴 실무기획단으로 구성돼 있다. 부서별로 청렴/윤리 실천리더가 있어 윤리교육을 진행하고 실천활동을 주관한다. 예보는 공기업 최초로 2급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재산을 등록하도록 해 부정부패감시 의지를 높이고 있다. 외형적으로 조직체계가 잘 잡혀있다.

감사업무를 주로 하는 기관의 속성상 감사인 행동강령을 만들었고, 내용은 성실한 책임감(integrity), 객관성(objectivity), 보안의식(confidentiality), 역량보유(competency) 등으로 구성돼 있다. 책임감은 조직의 일원으로서 불명예스러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객관성은 공정한 판단을 위해 필요한 자질이다. 보안의식은 법을 위반하거나 조직의 목표에 반하는 목적에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한다. 역량보유는 감사서비스의 효과성과 질적 향상을 위한 목적에서 요구한다.

예보는 금융기관의 불법·부당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건전한 경영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이 사회문제로 확대되자 저축은행 감사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감사는 부실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임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하고, 재산상태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2006년에는 CEO 핫라인을 설치해 직원들이 상사의 윤리규정 위반 등을 사장에게 사내 통신망을 통해 곧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2011년에는 법률전문가와 회계전문가와 계약을 해 청렴옴부즈만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주요 업무 및 부패에 취약한 분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제도개선을 권고하게 된다. 외부의 전문가가 부패척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실질적인 내부고발제도 도입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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