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직에서 내부고발의 역할 [내부고발과 윤리경영(민진규 저)]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0-15 오전 11:46:00
공(公)조직에서 내부고발자의 역할과 의미

5.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의 역할

무엇을 위해 내부고발을 활성화 시켜야 하는가? 위에서 내부고발의 부정적 측면과 내부고발이 활성화되었을 경우의 문제점들을 지적해 봤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관점으로 제기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공조직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직원은 법률적으로 임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이들이 국가의 질서와 번영을 보장할 법을 제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이다. 법률 중에 생업에 바쁜 국민을 대신하여 각종 행정 서비스를 할 공무원을 뽑고, 임무를 부여하는 법도 있다. 공무원법에는 개별 공무원의 임무와 업무범위, 한계, 행동규칙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공조직에서 내부고발의 역할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가 국민에 대한 서비스 질(The Quality of Service) 향상과 국민의 서비스 만족도(The Level of Service satisfaction) 향상이다. 직원들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업무수행은 본질적으로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의 저하로 이어진다. 국민의 평등권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으며, 모든 국민은 법률에 규정된 바에 따라 평등한 행정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다른 하나는 행정의 효율성 확보 측면이다. 내부고발의 대상이 되는 문제는 하나같이 행정의 효율성을 저해한다. 내부고발이 일어나기 전까지 공조직은 아래와 같은 정황에 부딪히게 되고,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겪으면 비로소 내부고발자가 발생한다.

그 첫번째 과정이 예산의 낭비이다. 자신의 돈이 아니므로 불필요한 비용을 집행하거나 구입하는 재화나 용역의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지불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뇌물을 공여받거나 다른 무형의 혜택을 받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공정한 경쟁 분위기를 해치고, 예산 증가로 국민의 세금부담이 커진다. 당연하게 혜택을 받는 직원도 있지만, 해당 직원이 받는 혜택보다 조직이나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두번째 과정은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떨어뜨린다. 모든 직원이 심리적으로 내부고발의 대상 요소에 대해 ‘기꺼이’동의하고 따르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일부는 혜택을 받고 있어 심리적으로 동조할 지도 모른다. 전자의 직원들은 불합리한 조직의 행태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으므로 업무에 집중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못할 것이다. 조직에 대한 열정과 충성심도 떨어질 것이다. 일부 고위 관료들의 문제점 중의 하나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을 개인적인 사조직으로 인식하고 운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업무 행태가 내부고발의 대상을 포함하고 있어 직원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교정을 요구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직원의 능력이나 조직에 대한 역할과 헌신도와 상관없이 처벌을 하거나 심지어 축출하기도 한다.

연구조사한 공조직의 내부고발사건을 보면 내부고발자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 헌신, 열정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조직에 대한 열정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지나친 것이 화근이었다. 고발자 본인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한 경우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앞에서 지적한 내용 중의 하나인 조직의 고위직이 여론 재판식의 ‘마녀사냥’이나 ‘패거리 문화’로 대변되는 집단 따돌림 등을 주도한 흔적이 많았다. 대부분의 직원들도 심정적으로 동조를 하였든, 하지 않았든 그러한 흐름에 편승하였다. 따라서 공조직을 자신의 사조직처럼 인식하는 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내부고발자의 고난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내부고발과 윤리경영 p102 – 민진규 저(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2009년 2월 20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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