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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8▲ 2025 민진규 국가정보학 14판 이론요약 표지 [출처=엠아이앤뉴스]개정 14판을 내면서 2024년 12·3일 비상계엄령 사태는 일반 국민 뿐 아니라 군 관련자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시해 이후 일련의 정치군인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지 45년이나 흐른 시점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을 포함한 국군방첩사, 정보사 등 이른바 국가안보의 최첨병에 서 있는 정보기관이 대거 연루됐다.문민정부 수립 이후 군의 정치적 중립이 성공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지만 ‘십년공부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는 자조적인 탄식이 나오는 실정이다. 정보직 군무원이 되기 위해 국가정보학을 배우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큰 심리적 혼란이 초래됐을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경험하며 군 정보기관의 문민화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기 바란다. 14판을 다시 집필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비대면 사회와 디지털 사회가 본격화됐으므로 e북(eBook)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 2006년 처음 책을 출간한 이후 13판까지 종이책만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e북만 판매한다. 아날로그 책의 장점이 많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하지만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산림을 파괴하는 행위가 최소화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지구온난화로 초래되는 자연재해 대부분은 인간의 탐욕에서 시작됐다. 저자가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관련 연구에 심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둘째, 최근 몇 년 동안 국가정보학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지며 심층적인 공부가 불가피해 이론과 사례를 보강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9년 동안 군무원 7급과 9급, 국가정보원 7급에 출제되지 않은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 시중에 출간된 다수의 관련 서적은 선진국 학자의 이론이나 해외 사례보다 기출문제를 풀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른바 ‘베끼기’ 에 천착해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이다.출처조차 불분명한 내용을 무작위로 나열해 가르치는 것은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국가정보학 학문 발전에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셋째, 시험 출제위원이 군 정보기관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인식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가정보 및 군사정보 관련 업무에 종사한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시험문제가 조직의 업무 처리에 필수적인 지식과 스킬(skill)을 측정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선발된 군무원이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퇴직 이후에도 정보 관련 연구소나 기업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그러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군정보기관을 퇴직한 현역 군인도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출제위원 중에도 군정보기관에 근무하는 군인이나 군무원이 있으므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좋다. 양질의 교과서가 많이 출간될 수 있도록 문제를 다양화해야 한다.수험생뿐 아니라 현직에 근무하는 군인이나 군무원도 업무에 활용할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좋은 책이 풍부해야 정보기관이 발전한다. 당연하게 퇴직한 현역이나 군무원이 사회에 진출할 기회도 넓어지게 된다. 넷째, 단순하게 암기지식을 평가하는 문제를 넘어 철학적인 사고와 군정보기관의 발전 방향을 고민할 이슈를 많이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 12·3일 비상계엄령 사태는 출세와 권력에 눈이 먼 군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전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부 정보기관 책임자는 군정보기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망각한 채 자신의 영달을 위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부하들을 부추겨 일탈행위를 저질렀다. 초급장교와 부사관, 병사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흑역사에 기록될 현장으로 내몰렸다. 참담하지만 군에 입문할 때 가졌던 애국심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0.1%라도 고민했다면 비상계엄령에 동참하지 않았을 것이다.상관의 명백한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군인은 권력에 집착하기보다 명예를 위해 헌신해야 존경받고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마지막으로 군정보기관에 근무하는 현역과 군무원 뿐 아니라 국가정보학을 연구하는 학자 모두가 동업자라는 인식을 갖고 유능한 정보전문가 양성에 힘을 모아야 한다. 퇴직에 대한 두려움이 승진을 위한 맹목적인 충성과 비뚤어진 인생관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정보기관 퇴직자에 대한 민간영역의 수요가 넘쳐난다. 다양한 첩보수집 스킬과 정보분석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충성심, 비밀엄수에 대한 의지, 풍부한 현장경험, 뛰어난 어학능력은 글로벌 기업에서 목마르게 찾는 인재가 갖춰야 할 요건이다. 필자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정보기관 퇴직자 및 현직자와 교류하며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만은 예외라고 여기며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당연하게 일반 국민은 고사하고 선후배로부터 무한한 존경을 받는 사람도 드물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이 책을 읽는 젊은 청년들이 변화된 세상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길 희망한다. 2025년 1월 20일 민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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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62024년 05월14일(화요일) 새날 유튜브 방송은 'e-book과 새로운 면접 문화'와 관련한 방송에는 푸른나무, 민진규 소장(국가정보전략연구소),이상구 원장이 출연했다.국가정보전략연구소(이하, 국정연) 민진규 소장은 '커피한잔으로 인생을 바꿔보자'라는 모토로 4900원에 발간하고 있는 면접합격가이드북 전자북(e-book)뿐 아니라 대통령경호처면접에 대해 설명했다.국정연은 수험생, 대학생, 취준생, 일반인들을 위해 파워포인트(PPT) 형태의 전자북을 제작해 4500원, 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다음은 e-book과 새로운 면접 문화 방송에서 소개한 e-book 및 대통령경호처 면접과에 대한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왼쪽부터 푸른나무, 민진규 소장, 이상구 원장[출처=새날 유튜브 방송]○ (사회자) 지난 방송에서 박목월 선생님의 유작을 소개한 이후 좋은 제안들이 있었다구요?네, 지난 방송에서 “피카펜”이라는 플랫폼이 블록체인의 일종인 ‘분산원장저장기술(DLT ;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하여 무단복제를 막고 소비자가 구매를 하면 바로 작가에게도 수입이 자동배분 되도록 하는 등 신기술로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방송을 한 이후 저에게 몇 가지 문의가 왔습니다.우선 예전에 우리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는 <굿 스테이지>라는 웹진의 대표님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종이책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잡지(웹진 webzine, Web Magazine)를 발행하는 곳인데 새날 출연 이후 구독자가 늘어서 현재 1,234만 명 정도의 독자가 있다고 합니다.이 잡지는 특정 예술인이나 공연, 전시를 소개하면서, 기사를 통해 인터넷으로 바로 티켓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여기에서 지난 시간에 소개된 “피카펜”을 플랫폼으로 하여 박목월 선생님의 시를 판매하는 것을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마침 한국시인협회(회장 김수복, 전 단국대총장)와 협약을 통해 한국시의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세계화 사업 협약이 체결되어, 1,700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시를 “피카펜”을 통해 <굿 스테이지>라는 웹진을 통해 소개도 하고, 판매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또 다른 제안도 있었다구요?코로나 19 판데믹 시기에 개최된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더 소울 원‘은 191개 국가에서 시청하면서 누적 관객 수가 100만 명이나 되었는데, 당시 온라인으로 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이 49,500원으로 약 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이번에 연락이 온 곳은 (대형기획사는 아니지만) 블록체인 기술로 온라인 공연을 헤킹이나 불법 다운로드 없이 보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질문을 주셔서, 출연하신 우정권 교수님을 통해 기술팀에게서 “당연히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아 전달했습니다.우리 새날 방송을 공연 기획에 종사하는 분들도 본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우리 방송을 보면서 자신들이 기획하는 공연에 적용해보려는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연락을 주신 것도 감사했습니다.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K-POP 등 한류가 4차 산업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사회자) 예전에 방송을 마치고 우리 스텝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말씀하신 유전자 검사와 질병 예방 부분도 한번 소개해 주십시오.네, 김대중 대통령 시기인 2000년도 위암, 폐암, 자궁경부암과 유방암 등 “5대 암 국가무료검진사업”을 시작하여 암의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의 등록된 암 환자가 10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동시에 암 생존율과 완치율도 높아졌습니다.하지만, 근본적으로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암 예방법은 아직은 확립되지 않은 상태인데, DNA mapping 등 유전자 분석기술이 발전하여,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관련 유전자와 암 관련 유전자들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고, 이들 유전자가 있는 분들을 간단하게 검사하는 방법도 개발되었습니다.우리 병원에서도 이러한 검사를 하는데, 검사 결과를 보면 저도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물론 유전자는 검사 결과로 암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원인적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암을 유발하는 인자는 유전적인 요인 뿐 아니라, 음식이나 환경, 생ᅟᅡᆯ습관 등 여러 가지가 있고, 또 암을 막는 인자도 여러 가지입니다.하지만 본인의 유전자들 중에 관련 요인들이 높은 인자들이 있다면 <통계적 유의성>은 상당히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 최근 원장님께서 암 유전자 검사를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인가요?잘 맞추는 점집의, 갖 신내림을 받은 무당에게 하는 말이 “자리를 깔고 앉으라”는 말인데, 그 정도로 연관성이 높아서 하는 소리일 것입니다.일단 기존의 질환이 있는 분의 경우, 관련 유전자 검사를 해 보면 정확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아래의 임상병리 검사 결과지는 75세, 여성 환자의 것인데, 이분은 이미 고지혈증 치료 약을 10년 이상 복용하고 계신분이었는데, 최근에 이유없이 힘이 없고 자주 피곤하다고 하여 우리 병원에 오신 분입니다.검사 결과를 보니 공복혈당이 412, 당화혈색소가 8.0이나 되는 매우 심한 당뇨병 환자인데도, 본인이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힘이 없다‘고 하니, 자녀들이 인터넷 쇼핑에서 선전하는 염소 엑기스를 고가로 구입하여 드시도록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이분의 유전자 검사에서는 이미 발현된 콜레스테롤 관련 유전자 뿐 아니라, 혈당 관련 유전자가 있어 주의를 해야하는 분이었습니다. 또한 골다공증 관련 유전자도 있어 골다공증 검사 외에도 매일 걷기와 같은 운동 및 (비타민 D 합성을 위한) 햇볕 쏘이기, 그리고 우유를 정기적으로 일정 양 이상 마실 것을 권해 드렸습니다. ○ (사회자) 암도 유전적으로 연관이 있나요?물론입니다. 특정 암은 유전적인 연관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갑상선암이나 유방암은 호발연령이 지났고, 발견된다고 하여도 암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위험은 적은 연세입니다.그런데 폐암과 대장암은 다른 분들에 비해 유전적인 소인이 많으므로 정기적으로 흉부 방사선 검사를 하거나, 독감과 폐렴 예방접종 등 호흡기 질환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도록 교육했습니다.변비가 심해지거나 변이 가늘어지고, 검은색 혈변이 있는지 등의 증상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병원 조사를 하도록 하면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도록 권해드렸습니다.유전자 검사 결과를 알려드리니, 그제서야 본인의 부친이 폐암으로 돌아가신 것과 자신의 여동생이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미리 이런 검사가 있는 줄 알았으면, 우리 동생이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면서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사회자) 우리 새날 청취자들도 검사할 수 있나요?마침 이런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하는 회사 한 곳과 <연구협약>을 체결하여, 우리 병원에서 의뢰하는 환자들은 30만원 정도의 검사비를 내지 않고도 무료로 검사를 받도록 하였습니다. 태평서울병원을 검색하여 오시거나 다음의 주소로 예약을 하면 무료로 검사하여 드립니다.https://bit.ly/3TjqRsE이런 유전자 검사는 매우 민감한 정보이기 때문에 자필로 유전자 검사 신청을 하도록 하고, 이때도 (다른 일체의 정보 없이) 생년월일 등 나이를 알 수 있는 정보와 성별 등 기본정보만 쓰도록 하여 1차로 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의료법에 보호를 받도록 되어 있는 “병록 번호”만 기입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2중으로 하고 있습니다.특히 보험회사가 이들 정보를 미리 알고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의료기관이 책임지고 개인정보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 새날을 열심히 듣는 분들이 우선적으로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출처=새날 유튜브]○ (사회자) 오늘은 지난 시간에 간단하게 소개한 적이 있는 면접 준비서를 e-book으로 발간하는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구요?그렇습니다. 민진규 소장님은 국가정보원이나 대통령 경호실, 군무원 등 중요한 일을 하는 공무원들을 잘 선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오랫동안 수험서를 꾸준히 발간하고 계시고 또 면접을 위한 강의도 해오셨는데 최근 면접 가이드북을 e-book으로 발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한 달에 4~5권을 쓰신다고 하니, 거의 1주일에 한 권 씩 출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오랜 기간 동안 강의를 해 오신 분야라서 축적된 자료도 많아서 쉽게 발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원고를 책으로 편집하는 것도 시간이 상당이 걸리는 일입니다.어떻게 매주 한 권 정도를 낼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본인에게 직접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를 한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자)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제가 공군 정보장교 출신이라서 아무래도 정보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있고, 또 지식도 갖추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또한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정신처럼, 묵묵히 남들이 하지 않는 힘든 일을 하는 분야의 분들에게 국가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예전에는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특혜를 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일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따라서 이러한 일에 대해 1)사명감을 가진 분들을 잘 선별하고, 이분들이 2)보람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3)궁극적으로 자신의 일이 자신의 능력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국가정보원 수험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대통령 경호실도 또 다른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자료를 준비하고 수험서를 쓰는 등 영역을 넓히게 되었습니다.저의 수험서를 읽은 입사 준비생들이 면접시험 준비도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여, 면접에 대해서도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또 삼성전자와 같이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 기업들의 경우에도 좋은 인재를 발굴하여 채용하고 이들이 일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그러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불행하게도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해 제가 힘을 보태게 되었습니다.○ (사회자) 기존의 종이책이 아니라 e-book으로 발간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첫째, 기왕이면 저렴하게 구입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e-book으로 발간하기로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면접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4900원짜리 전자책을 만들었습니다.둘째, 수시로 바뀐 내용을 반영하여 수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e-book으로 발간하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종이책으로 제작하면 편집과 제본 등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e-book으로 발간하면 언제든지 필요할 때 마다 증보판을 만들 수 있습니다.출판사 입장에서도 편집이나 디자인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매우 쉽게 책을 발간할 수 있습니다. 저자 뿐 아니라 출판사, 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입니다.셋째, e-book에는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습니다. 글자(TEXT), 도표와 그림(IMAGE) 등을 마음대로 올릴수 있습니다. 지난번 우정권 교수님의 피카펜에서 보았듯이 e-book에 블록체인기술을 더하면 동영상이나 음성도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넷째, 젊은이들이 e-book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도 종이책에 익숙한 분들이 더 많겠지만, 젊은이들은 책 자체를 사지 않고, 노트북 컴퓨터나 랩 탑, 아니면 모바일폰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취득하기 때문에 e-book이 젊은이들에게는 매우 유익한 매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자) 저는 e-book이라고 하여 짧고 간단하게 만든 수험서 정도로 생각했는데 오늘 가지고 오신 대통령 경호실 수험서를 보니 일반 책보다 더 많은 양이군요?그렇습니다. 대통령 경호처 (7급~9급 및 경력직) 면접 합격 가이드북이라는 제목의 책을 예시로 보여드리기 위해 가져왔는데, 일단 책은 5개의 큰 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1부는 면접의 구성과 의미, 직무 면접과 인성 면접, 자기소개서 작성의 전략, 이력서의 의미 등등 면접에 대한 일반론을 담았습니다.2부는 직무 면접과 역량 면접, 자신의 장점 설명, PT면접, 상황면접의 특징과 이해, 토론 면접 및 논술 면접 등 면접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3부는 경호처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인성 면접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법, 바람직한 인성면접, 인성 면접의 평가요소,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필요한 인재가 무엇인지를 담았습니다.4부는 <면접관을 면접하라>는 소제목으로 면접관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설명했습니다, 예를들어 면접관이 지원자를 판단하는 요건이나 유능한 면접관의 태도, 면접관을 보고 조직을 선택하는 전략까지 기술했습니다.마지막으로 5부는 경호처의 역사, 핵심 가치, 경호지침 등 입사하려는 경호처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담았습니다. 미리 자신이 갈 곳이 어떤 곳이며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서 면접을 볼 수 있고 입사 자체도 결심할 수 있도록 임사 대상 기관에 대한 지식을 담았습니다○ (사회자) 책의 초반에 좋은 직장 찾기가 있군요. 좋은 직장에 대한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요?좋은 직장은 GWP(Great Work Place)라고 하며, 월급을 많이 주거나, 일이 편한 직장이 아니라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말합니다.GWP는 조직 내 신뢰가 높고,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며, 즐겁고 보람 있게 일하는 회사를 지칭하는데, CEO의 이미지와 마인드, 기업에 대한 프라이드, 기업 문화, 성장성과 수익성, 그리고 자기 계발과 교육 기회, 국내와 해외 경쟁력, 마지막으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등 10가지 Dimensions(측면)에서 평가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또한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를 통해 지속가능 경영 내역을 통해 에너지와 환경오염 등 환경 요소, 이해관계자와 가치 존중, 그리고 의사 소통 등 사회적인 요소, 마지막으로 제도 운영과 리더쉽, 투명성 등의 거버넌스 영역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이를 입사 결정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그런데 대통령 경호처의 면접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구요?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무술 특채도 있었고, 특정인의 추천으로 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단 7급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체력검정에 통과한 수험생만 면접을 보고 있습니다.일반적으로 면접은 직무면접부터 시작해 인성면접까지 2~3회 정도 치러지는 편인데. 경호처는 1박 2일 합숙하면서 면접 전형을 진행합니다.면접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여 10여 가지에 달하는데 인성 면접과 심층 면접은 기본이고 난이도가 높은 토론면접, PT면접, 상황면접, 영어면접 등은 그래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하지만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논술 면접, (신세대 입장에서 지원자를 평가하는) MZ 면접, (MMPI를 활용한 심리검사와 유사하게 구조화된 설문지로 평가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AI 면접, PI 면접 등은 다른 조직에서 잘 다루지 않는 영역이라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영어면접을 강화하는 것은 실제로 경호실이 해외 기관이나 조직과 협력할 일이 많기 때문에 영어 사용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하여 도입하고 있습니다.이런 면접들은 비용도 많이 들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지만 그 만큼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회자) 상황면접은 경호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물어보는 것인가요?▲ 대통령경호처 상황면접 시나리오(Decision tree Analysis)[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물론 경호관이 되면,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몸이 반응하도록 훈련을 받지만, 경호관으로 근무하게 되면 수시로 부딛칠 상황에 대한 수험생의 생각을 질문함으로서 평소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알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갑자기 대통령이 ㅇㅇㅇ을 방문한다고 한다. 현장 답사와 경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이 질문은, 수험자가 준비가 되기까지 출발을 미룰 것 인지, 혹은 최대한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선발대의 출발을 서두를 것인지 등을 고민해서 대답해야 합니다.여기에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닌데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보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본인이 경호관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상황 제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서 행동을 취해봐라고 한 후 상황을 “대통령을 죽이려고 칼을 꺼내는 위해자가 있다., 내(면접관 본인)가 위해자라고 생각해라. 이 칼에 맞으면 대통령은 죽는다. 이때 경호관으로서지원자의 액션은 무엇인가를 질문합니다.○ (사회자) 최근 입 틀막 사건들이 연이어 나오는 것을 보면, 경호가 옛날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무리 좋은 인재들을 뽑아도 경호 지침이나 상부의 지시가 부적절하게 나오면 어떻게 하나요?▲ 경호관의 자격요건 및 자세[출처=국가정보전략연구소]과거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경호처는 폐쇄적인 형태로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국민이나 이해 관계자와 소통하기 보다 비밀을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단절된 방식을 고집했습니다.하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국민의 눈 높이가 높아지면서 경호실도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호지침은 열린 경호, 소통 경호, 스마트 경호 등입니다.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정부가 오랜 기간 인기를 얻을 수 없듯이 경호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경호처의 3대 불문율에는 ”보지 마라, 듣지 말라, 말하지 말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선은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따르고, VIP의 신변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 경호관의 본분입니다.하지만, 상관의 이동 명령도 합리적이지 않으면 거부해야 한다거나, 불가피한 상황 외에는 공격을 지양해야 하는 등의 지침들도 있기 때문에 윤석열정부에서 일어난 각종 ”입틀막“ 사건이 나중에 어떻게 평가되고 귀결되는지 조차 경호관들의 교육 지침에 반영되어 전수될 것입니다.○ (사회자) 경호처의 실패 사례인 박정히 시해 사건은 어떻게 분석되고 교육되고 있나요?10.26 사태를 다양한 정치적인 의미도 있고, 역사적인 의미도 있지만 경호처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은 대표적인 경호 실패의 사례입니다.1979년, 일명 부마사태가 발생하면서 박정희 정부 내부의 갈등이 고조됐습니다. 학생과 시민의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할 것인지에 대한 극단적 의견 대립은 정권의 붕괴를 재촉했습니다.당시 최고 권력기관이며 정권 안보의 중추 역함을 담당하던 중앙정보부 책임자인 김재규는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고, 차지철 경호실장 등 경호관 4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이 사건에 대해 경호처는 1) 김재규 일행이 경호관의 제지를 거부하고 권총을 소지한 채 안가에 들어가도록 한 것에 1차 적인 실패가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아무리 대통령 최측근 인사라도 예외로 하지 말라는 원칙적 경호를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되었습니다.2) 김재규 뿐 아니라, 중정의 직원들이 기관총을 들고 현장에 다가가도록 한 것 또한 경호 실패의 사례로 손꼽힙니다. 특정 지역 내 안전 활동 강화에 대한 원칙과 지침이 만들어진 것도 이사건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회자)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아베 전 총리의 암살사건은 어떻게 분석되었나요?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로 꼽합니다. 치안이 잘 되어 있으며 조직폭력배인 야쿠자 조차도 일반인에 대한 폭력은 삼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암살되면서 일본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깨어졌습니다.살해 용의자는 1) 인터넷에서 총기부품을 구입 해 조립했으며, 화약은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불꽃놀이용 폭죽을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사제충기의 제작 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잘못으로 지적되어 인터넷에서 관련 검색이나 노출이 되면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하는 지침이 시작되었습니다.또한 2) 자민당 관계자와 총기를 휴대한 경호원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었음에도 용의자가 접근할 때 인지하지 못하였고, 사제 산탄총으로 2발을 발사했을 때 첫발은빗나가고 두 번째 총알이 목 부위를 관통했습니다.이것은 총기를 휴대한 용의자가 접근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경호 실패 뿐 아니라 응급 조치에도 실패 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마지막으로 사건 용의자는 41세의 해상 자위대 근무 경력이 있는 자로 3) 위해 가능성이 있는 자에 대한 사전 정보 수집이 미흡한 것이 실패로 지적됩니다. 엄마의 과도한 종교활동으로 인한 피해의식 등으로 특정 종교를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적개심이 있었습니다.○ (사회자) 책의 내용이 대부분 PPT로 되어 있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읽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맞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경호처에 시험을 치려는 분들은 7급 공채에 우선 합격을 해야 하고 또 단순 신변경호가 아니라 경호관으로 근무를 해야 하므로 이 내용이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무엇보다 논리적이 체계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PPT를 통해 개념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료를 이렇게 만들어 본 것입니다.책은 175 페이지이지만, PPT를 설명자료로 풀면 수백 피이지가 넘어가고 개념을 이해하고 숙지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짧은 시간에, 더 효율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이렇게 만든 것입니다.- 이하 생략 -[유튜브 방송 보러가기][1시 38분 40초 이후 'e-book과 새로운 면접 문화' 방송 시작]참고로 교보문고에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를 검색하면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는 e-book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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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4국정원 국가정보적격성검사(NIAT)-직무와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국가정보학을 공부하는 수험생들로부터 오는 질문 중 다른 수험생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정리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질문 내용: 2022년 민진규 국가정보학 320p 관련 질문22년 교재 320페이지 23번에 ‘납치공작은 외국에 도피한 자국민이라고 하여도 정치범이나 사상범인 경우는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요?? --> 1973년 박정희 정권도 일본에 망명가 있었던 김대중을 납치해 암살하려다 실패했습니다. 중앙정보부가 실행한 일명 ‘KT공작’이었습니다. 비슷한 경우라고 보면 됩니다. 위의 내용은 국가정보학 수험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사항이 있는 수험생은 이메일 (stmin@hotmail.com)로 질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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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22018년 4월 판문점에서 1차 남북 정상회담, 5월 판문점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월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 등이 개최되면서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다.일부 국민들은 머지 않은 장래에 한반도가 통일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품고 있다. 올해 안에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이 미국과 합의해 모든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파괴한다고 결정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의 평화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남북 관계의 대립과 갈등은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한반도에 미군과 소련군이 진주하면서 시작됐다. 북한은 대남통일을 명분으로 간첩을 남한으로 파견하는 공작을 멈추지 않았다.특히 6∙25남침으로 남한정복이 실패한 이후 대남 공작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됐다. 공작을 위해서는 남한으로 공작원을 파견해야 하고, 공작에 실패하거나 성공한 공작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북한 공작원의 마지막 임무 성공 및 실패사례를 살펴보자.◈ 북한 공작원도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사례도 많아북한의 수 많은 공작 중에서 마지막 임무와 관련된 대표적인 3가지 사례는 1968년 1월 청와대 기습사건,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 1997년 최정남과 강연정 부부간첩사건 등이 있다.첫째, 1968년 1월 발생한 청와대 기습사건은 북한 정찰소속 특수부대원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한 사건이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를 암살하기 위해 파견됐다. 이들은 육로를 통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했지만 발각돼 사살됐다.31명 중 1명은 사살되거나 자살하지 않고 체포됐는데, 이 사람의 이름은 김신조였다. 그의 이름을 붙여 청와대 기습사건을 ‘김신조 사건’이라고 부른다. 김신조는 군경과의 교전 속에서 자살을 선택하지 않고 체포됐다.남한 당국은 체포한 김신조를 통해 북한의 특수부대 실태, 남한 침투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청와대 기습사건이 북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정권이 저지른 준군사공작이라는 것을 밝힐 수 있는 증거가 됐다.둘째,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은 1987년 11월 29일 대한항공 여객기를 동남아시아 상공에서 폭파시켜 승객과 승무원 155명이 사망했다. 북한 노동당 35호실 소속인 김현희와 김승일이 일본인으로 위장해 비행기에 폭탄을 탑재한 것으로 드러났다.이들은 중간 기항지인 아무다비국제공항에서 내렸지만 곧바로 체포됐다. 체포 후 청산가리 앰플을 깨물어 자살을 시도했지만 김승일은 사망했고, 김현희는 자살에 실패했다.이후 김현희는 한국으로 압송돼 조사를 받았고 자신이 일본인으로 위장한 북한의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청산가리 앰플로 자살하는 것이 북한의 수법이라는 주장을 펼쳐 일본으로 송환될뻔한 김현희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김현희는 한국에서 사형판결을 받았지만 사면을 받았다. 안기부의 보호를 받으면서 북한의 대남공작에 관련된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 1991년에는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 1992년 ‘사랑을 느낄 때면 눈물을 흘립니다’라는 자전적 수필집을 출간했다.셋째, 1997년 최정남 및 강연정 부부간첩사건은 노동당 35호실 소속으로 경북대 김순권 교수가 개발한 우량 옥수수 종자를 입수하라는 등의 임무를 부여 받고 남한으로 파견됐다. 김순권 교수는 아프리카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량 옥수수를 개발한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다.최정남과 강연정은 1997년 10월 27일 울산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에서 체포됐다. 체포된 부인 강연정은 수사 도중 독약 캡슐을 물고 자살했다. 남편인 최정남은 자살하지 않았고, 북한이 자신에게 내린 지령을 공개함으로써 한국에 구축한 지하당인 민주민족혁명당이 발각되는데 기여했다.최정남과 강연정 부부간첩사건은 1999년 상영된 ‘간첩 리철진’이라는 영화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훈련을 받았지만 남한 말투에 익숙하지 않고, 남한의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간첩의 모습을 담았다.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남한에서 개발한 슈퍼 돼지를 훔쳐서 북한으로 돌아오라는 임무를 띠고 파견된 공작원의 스토리이다. 김순권 교수의 우량 옥수수 종자를 슈퍼 돼지로 바꿔서 스토리를 전개한 것이다.결론적으로 위에서 제시한 3가지 사례를 보면 공작원이 마지막 임무를 100% 완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청와대를 기습한 정찰총국 특수부대원인 김신조도 생포됐고,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과 1997년 부부간첩 사건에서는 공작원 2명 중 각 1명씩만 자신을 제거할 수 있었다.◈ 인질에 대한 책임과 고문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지막 임무 선택남북 정상회담과는 상관없이 오늘도 북한과 남한은 치열하게 체제대결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이 남한 체제를 교란하거나 붕괴시키기 위해서 공작원은 파견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북한이 공작원을 남한으로 파견하면서 철저한 사상교육을 시킬 것은 당연하고, 북한에 가족을 인질로 잡아 변절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고 본다. 역사 이래 스파이를 파견하는 국가는 스파이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모두 동일한 방식을 사용한다.스파이가 자신에게 부여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체포되면 어차피 죽을 것이라는 체념, 고국에 두고 온 인질에 대한 책임, 고문에 대한 두려움 등이라고 볼 수 있다.스파이를 체포하면 비밀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대부분 끔직한 고문을 가하게 된다. 고도로 훈련된 스파이가 순순히 자백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게 된다.고문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고문 도중에 자살을 시도하는 것도 고통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만 고문이 지독한 것이 아니고 민주주의 국가도 적의 스파이에게는 관대하지 않다.미국이 2001년 9∙11테러 사건 이후 체포한 알카에다 조직원과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용의자에 가한 고문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고문을 금지한 미국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미국 CIA는 쿠바 콴타나모 해병대 기지, 공해상에서 작전 중인 미국 군함, 동유럽에 위치한 비밀감옥 등에서 잔인한 고문을 시도했다.고국에 두고 온 인질은 자식, 배우자, 부모, 친인척 등으로 다양하다. 스파이는 자신이 배신할 경우에 이들이 당할 고통을 익히 잘 알고 있다. 비밀공작에 성공할 때 주어질 상에 버금가는 처벌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모든 공작원이 자신을 제거하는 마지막 임무를 부여 받고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임무를 완수하고 안전하게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확신이 들 때에만 선택하는 임무이다. 아무리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도 죽을 것이 명백한 임무를 기꺼이 맡을 공작원은 많지 않다.- 계 속 -▲ 김현희의 책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좌), 영화 ‘간첩 리철진’(우)(출처 : 인터넷)민진규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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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1.26 14:41 입력민진규.jpg▲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1987년 민주화 운동은 1월 발생한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사건으로 격화되면서 결국 노태우 정부의 6〮29선언을 이끌어냈다. 고문은 경찰 내부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단순 쇼크사로 묻힐 뻔 했지만 진료했던 의사의 양심 고백 덕분에 밝혀졌다. 고문(torture)은 ‘자백이나 정보를 이끌어낼 목적 혹은 가학적인 쾌락을 얻기 위해 사람의 신체나 정신에 대해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한국 방첩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문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좌우이념 대결, 6〮25전쟁, 전쟁 이후 북한의 끊임없는 간첩 침투,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에 반발한 민주화 운동. 열악한 인권과 노동탄압에 대한 저항 등 정치권력에 대한 도전은 모두 반정부활동으로 치부돼 분쇄해야 하는 대상이었다.1961년 중앙정보부가 설립되기 이전에는 경찰, 군 헌병대 등이 방첩활동을 주도했다. 경찰과 군 헌병대에 일제 경찰과 군에서 조선 독립운동가에게 가혹한 고문을 자행했던 인사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고문의 전통과 역사는 이어졌다.중앙정보부도 일제의 수사기법과 고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방첩활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문이 불가피하며 결과만 좋으면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고 여기는 풍조가 만연해졌다. 글로벌 선진 정보기관도 여전히 고문을 심문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고문으로 얼룩진 방첩활동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자.고문장면.jpg▲ 미국 콴타나모 기지의 고문장면(출처 : FOX NEWS)▶ 그림자를 없애지 못하면 조직이 존폐위기로 내몰릴 가능성 높아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CIA는 알 카에다(Al-Qaeda)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을 받는 외국인, 자국민을 상대로 다양한 유형의 고문을 자행했다. 미국 본토에서 고문은 불법이었기 때문에 쿠바의 콴타나모 기지, 동유럽 국가의 감옥, 동남아시아 국가의 감옥, 전세계에 산재된 미국 군부대, 함정, 항공모함 등이 고문장소로 활용됐다.인권을 중요시하는 오바마 정부도 고문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고, 후임자인 트럼프 정부는 ‘물고문(Waterboarding)’으로 논란이 제기됐던 지나 해스펠(Gina Cheri Haspel)을 CIA 국장으로 임명했다. 국가 차원에서 CIA 고문을 정당화해 관련자에게 정치 및 법적인 면죄부를 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방첩활동의 그림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집권 세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첩활동의 기준이 변한다는 점이다. 이승만 정권 당시에는 정부에 반대하는 진보 정치인, 박정희 정권 때에는 야당과 노동자, 전두환과 노태우 정부에서는 민주화 운동가, 이후의 정부에서는 정부정책 비판세력 등으로 명확한 활동지침이 없는 상태이다.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정부의 시책사업인 미국산 쇠고기수입, 4대강 추진 등에 반대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감시활동을 강화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 가족과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을 감시하는 것도 모자라 여론조작을 위한 사이버 심리전도 전개했다. 한국 방첩기관은 방첩활동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기본적인 활동조차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렸다.둘째, 목표달성을 위해 고문, 불법 감시, 불법 체포와 감금, 문서 조작 등 불법적인 행위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소위 말하는 ‘짜맞추기’식의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불법행위가 불가피했다. 유죄를 결정지을 수 있는 자백만 얻으면 심문 과정은 불법행위가 개입되더라고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1992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흔적이 명확하게 남는 육체적 고문보다는 정신적 고문이 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문조사관이 각종 거짓말과 허위 자료를 바탕으로 정신적으로 공포에 질려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공갈, 협박, 회유 등으로 원하는 답변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육체적인 고문 못지 않게 정신적 고문도 용납해서는 안되지만 여전히 유효한 심문기법으로 인정을 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셋째,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심문조사관이 성과달성을 위해 고문을 선택하고자 하는 유혹을 단념시키지 못하고 있다. 심문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자행한 직원은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것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은 후 발각되더라도 일부 직원이 소위 말하는 ‘총대’를 메고 조직을 보호하는 작태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과거와 달리 국가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승진, 포상 등 개인적인 이유로 성과를 내기 위해 불법행위를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불법을 자행한 직원과 관리자에 대한 처벌만이 불법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서 방첩활동 자체는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직원의 부정행위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결론적으로 방첩활동의 그림자는 방첩기준의 불명확성, 불법행위의 만연, 성과를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유혹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의 방첩기관에 그림자가 너무 크고 넓게 드리워져 있어서 방첩활동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큰 애로가 발생하고 있다. 방첩기관의 책임자가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지극정성’과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조직이 존폐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동료와 합심해 빛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기 바라한국의 다양한 방첩기관은 지난 70여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다수의 직원들로 인해 유지됐다고 볼 수 있다. 소수의 일탈행위로 많은 위기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국민적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정보전문가로 살아온 필자가 경험에 비춰보면 방첩기관은 국가안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직원들도 자신의 업무와 성과에 대해 무한한 자긍심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방첩기관의 직원으로서 지녔으면 좋을 자세(attitude) 몇 가지를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첫째, 치열한 글로벌 경쟁으로 인해 방첩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동반해 침해방법도 첨단화 고도화되고 있으므로 방첩 노하우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관행에 얽매이고 현상을 유지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한 편이다. 방첩기관의 직원들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된다.국가 간 경제정보 전쟁도 치열하지만 기업의 산업정보 스파이활동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방첩 노하우는 퇴직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훌륭한 방첩전문가를 모시기 위해 국경과 국적을 넘나들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방첩기관 직원들도 ‘전가의 보도’로 여기고 있는 조직 내부의 전근대적인 지식과 경험을 빨리 버려야 한다.둘째,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소양(素養)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개인과 조직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점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소양은 ‘평소에 닦아 놓은 학문과 지식’을 말하며 교양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단순히 지식을 넘어서 예의범절, 커뮤니케이션 스킬, 사람과 일에 대한 태도(attitude)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느끼는 점은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조직의 위상이나 권력을 믿고 ‘경거망동’하거나 자신의 능력이나 지식을 과신해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공무원이 많다. 우리 속담에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것이 있다. 소양이 부족한 사람은 조직과 가족에도 상처와 손해를 끼치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조금 살아본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셋째, 방첩활동의 대상을 글로벌 국가로 확대하는 대세에 적응할 수 있도록 외국어 등을 공부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과감하게 받는 것이 좋다. 권력을 갖고 예산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기관일수록 ‘엘리트’의식에 빠져 외부 전문가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고 해도 세월이 지나면 ‘우물 안의 개구리’로 전락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국가안보를 위해 감시활동이 필요한 타깃 국가에 대한 방첩활동을 수립하려면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내부의 네트워크와 역량을 동원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는 점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외국어 실력도 단순 대화의 수준을 넘어 방대한 분량의 전문서적과 전문가와 토론할 수 있도록 ‘절차탁마’해야 한다.최근 외교부장관이 외교관들의 외국어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 동안 해외에 거주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외교관도 외국어를 원활하게 구사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국내에서 근무한 방첩기관 직원들이 외국어에 능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장관의 자백이 외교부 내부의 권력투쟁이라는 설도 있지만 외국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fact)은 변하지 않는다.결론적으로 방첩기관 직원들도 방첩 노하우 개발, 소양의 향상, 외부 전문가의 조력을 통한 공부 등을 실천한다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방첩업무 자체가 ‘잘 해야 본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업무가 아닐 수 있다.하지만 어차피 선택한 직업과 업무라면 즐겁게 받아들이고, 현재 하고 있는 업무 경험과 노력이 자랑스럽고 미래 인생을 설계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꿈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고자 하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자 한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는데 동료들과 조직 차원에서 위의 제언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합의(consensus)가 필요하다. 모두가 더 늦기 전에 도반(道伴)을 이뤄 힘들고 고단하지만 빛을 찾아가는 긴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계속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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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2.10 12:41 입력민진규.jpg▲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최근 국내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불법 정치개입 관련 조사로 조직 내부가 뒤숭숭한 편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적폐청산으로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정치보복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지만 후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국정원과 기무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전직 대통령 2명과 일부 정치인은 영어의 몸이 됐지만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다수의 정치인들은 장막 뒤로 숨었다. 하지만 전 현직 정보기관 수장과 직원들은 일부의 일탈행위로 인해 ‘먼지 털기’식 수사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중이다.불법행위에 연루된 직원들은 일벌백계로 처벌해야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직원들은 상사의 명령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문제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연루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20여 년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정보기관 수장이나 핵심 인사가 전문성이나 능력과 무관하게 정치권에 줄을 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올 경우에 정치권력과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2018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탈정치, 탈권력 전문 정보기관으로 뿌리내렸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지난 10년 보수정부에서 정권안보를 위해 공공연히 국민을 적으로 삼고 권력을 행사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비밀을 생명으로 여기는 정보기관 내부에서 집행하는 일을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야당은 국정원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눈치이다. 국정원은 몇 차례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을 주도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과거와 달리 전면에서 나서면서 긍정적,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북한에 대한 정보를 국정원이 가장 많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엄중한 남북 군사 대치상황에서 국정원이 방첩과 대북정보활동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대화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정원의 지나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한다.워터게이트.jpg워터게이트의 제보자 FBI 부국장 ‘마크 펠트’를 그린 영화(2017년)▶ 국민에게 미친 야수의 발톱과 이빨을 휘두르면 야비한 칼잡이에 불과해국정원이 1961년 창설된 이후 57년동안 정치권력가 밀월을 즐기면서 얻은 상처는 정권의 호위무사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평가, 본연의 임무수행 능력 저하, 직원들의 가치관 혼란 초래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세부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국정원은 권력에 대항할 수 잠재적 위협을 분쇄하는 호위무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배여 있다. 호위무사는 주군을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칼을 휘두른다. 5〮16 군사 쿠데타 세력이 주도한 중앙정보부, 12〮12 군사 쿠데타 세력이 조직의 힘을 빼기 위해 명칭을 변경한 국가안전기획부가 대표적이다.이들 기관의 수장과 주요 인사들은 쿠데타 세력에 포함됐거나 동조세력으로 정보기관과 정권을 운명공동체로 인식했다. 중앙정보부의 초대 부장으로 박정희 정권의 기반을 닦았던 김종필, 역대 국정원 수장 중 가장 오랜 기간 역임하면서 박정희 정권을 옹호했던 김형욱, 유신정권에 반대하던 학생과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 탄압을 주도한 김재규가 대표적인 수장이다. 김형욱과 김재규는 정권의 호위무사였지만 말년에 반정부 활동의 첨병에 섰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다.국가안전기획부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위대 역할에 충실했고, 대표적인 인사는 장세동이었다. 12〮12군사 쿠데타의 주역인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장세동을 제외하고 두드러진 수장은 없었지만 정권안보라는 지상 최대 과제는 바뀌지 않았다. 군사정권과 결별했다고 선언했던 김영삼 정부에서도 정권안보를 위한 조직적 활동은 변하지 않았다.둘째, 국정원이 정권안보에 몰두하면서 본연의 임무수행 능력은 저하됐다. 국가안보를 위한 방첩활동을 강화하고,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외 정보활동에 전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정보 수집에 전념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을 불법적으로 미행하거나 도청했고, 학생과 노동자들의 민주화 운동을 좌초시키기 위해 프락치를 침투시켜 분열시키거나 불온세력으로 포장했다.한국의 국가체제를 전복시키려는 북한과 기타 주변 국가의 간첩활동을 감시해야 할 방첩활동은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무고한 국민에게 잔학한 고문을 가해 간첩으로 조작하는 공작으로 변질됐다. 노동운동가들을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동조한 간첩단으로 몰고 가거나 선량한 납북 어부가 남파 간첩이 되는 일이 일상적으로 반복됐다.정치사찰을 위한 국내정보활동에 전념하면서 해외정보활동은 소홀해졌다.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초고속 승진이 보장되는 국내 정치 파트가 중시되면서 정작 해외정보활동에 대한 역량은 퇴화됐다. 흑색정보관(black officer)을 육성하고 파견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고 백색정보관(white officer)조차도 정보활동보다는 여권 연장이나 비자발급 등에 관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셋째, 오랜 기간 동안 국정원의 일탈행위로 인해 직원들은 가치관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하겠다는 일념을 갖고 있지만 정작 국가가 누구인지, 어떻게 국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한 독재자와 자신의 영달을 위해 독재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조직의 수장을 국가로 착각하기도 했다.지난 57년 동안 한국 최고 정보기관 직원들은 군사 쿠데타를 감행해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민주적으로 구성된 정부를 무너뜨린 독재자가 수립한 정권을 옹호하고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을 탄압했다. 일부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일탈행위를 애국으로 여겼을 정도로 국가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조차도 알지 못한 한심한 사람들이었다.지난 보수정권 10년 동안 국내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 현직 직원들도 모두 스스로 최고의 애국자라고 여겼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초등학생도 정보기관의 일탈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알 수 있는데, 정작 국내 최고의 엘리트들은 무능한 지도자가 추진한 잘못된 정부정책을 옳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21세기 한국 최고 정보기관과 정치권이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를 10년 동안 즐긴 셈이다.결론적으로 국정원은 정치권력과 야합해 권력을 휘둘러다가 부도덕한 정권의 호위무사, 본연의 임무수행 능력 퇴화, 직원들의 가치관 혼란 등 오히려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상처만 수 없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예산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정보기관이 자신들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미친 야수의 발톱과 이빨을 사용한 것이다.역사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려는 지도자의 호위무사는 만고의 충신이지만 부도덕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독재자의 호위무사는 ‘야비한 칼잡이’에 불과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수장과 직원을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떠한 해명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것도 유념해야 한다.▶ 애국으로 얻는 이익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가가 아니라 자신국정원이 정치화되고 불법적인 정치활동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정치권의 문제인지, 아니면 국가정보기관 자체의 속성 때문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정보기관은 국내외의 고급정보를 정치권보다 몇 발자국 앞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악용해 권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권력욕은 인간의 본성이고,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이나 직원이 권력욕을 갖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한과 예산을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 자신의 출세와 권력을 확장하는데 활용하는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국가정보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소속 직원들의 충만한 자부심도 여지없이 뭉개졌다고 봐야 한다. 국가정보원이 과거의 역사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이를 실천해 조직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탈정치와 탈권력을 구호가 아니라 실천하기 위해 원장과 직원 모두가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 원장과 기조실장 등 핵심인사는 조직 전체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는데 자신의 직책을 걸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자리에 연연하다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직원들도 일부 몰지각한 수장과 정치인이 당근을 던질 때 초연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서비스 기관이 되겠다며 명칭을 몇 번이나 변경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정치권력과 야합해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했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더 이상 늦기 전에 정치와 멀어지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둘째,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업윤리 교육을 강화해 개인 혹은 조직 차원의 일탈행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능지수(IQ)가 높고 좋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윤리의식이 높은 것이 아니며 또한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의 정치인, 공무원, 기업가 등 최고 엘리트 중에서 윤리의식이 초등학생보다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윤리교육은 단기적인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초지일관 곧은 신념과 바른 윤리를 실천해 성공한 내외부의 사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한번뿐인 인생이 짧다고 생각해 조급한 마음에 불의와 쉽게 타협하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에 불행을 자초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아무리 정보기관 내부의 비밀업무라고 해도 영원히 비밀로 숨길 수 없고, 잘못한 행위는 살아 생전에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셋째, 직원 스스로 부정한 업무를 수행하고 불법행위를 자행하면 자신의 영혼이 먼저 파괴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성과를 내고 승진을 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조작하고, 협박 및 고문으로 허위자백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 정상적인 인성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로부터 소외되면 자신의 소중한 인생도 자연스럽게 파탄 나게 된다.‘이슬비에 속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사소한 일탈행위도 누적되면 부지불식 간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권력을 남용해 선량한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고 피눈물을 흐르게 만든 공무원들이 영혼이 파괴되면서 비참한 말년을 보내는 사례는 너무 많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나만은 예외겠지’라고 착각하는 순간이 파멸로 접어드는 출발점이 된다고 믿어야 한다.결론적으로 지난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요약하면 국정원 수장과 직원이 합심해 탈정치와 탈권력을 실천, 직업윤리 교육을 통해 일탈행위의 유혹을 방어하도록 지원, 불법행위는 자신의 영혼을 먼저 파괴한다는 인식 필요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현재 국가를 위해 봉사하라고 쥐여준 막강한 권력을 사익을 위해 휘두르는 국정원 직원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깨우치기를 바란다.지난 30여년 동안 정보전문가로 살아오면서 수 많은 관련자를 만나고 대화했다. 젊은 시절에는 열정이 넘쳐서 논쟁과 토론을 즐겼고, 나이가 들면서 ‘꼰대’라는 소리를 들어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선후배들에게 지혜를 나눠주기 위해 노력했다.공무원을 만나면 필자는 오늘도 변함없이 초지일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직업을 선택한 초심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봉사하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영혼이 먼저 맑아져서 자신이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올바른 애국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가가 아니라 공무원 자신이라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계속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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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08.27 15:02 입력민진규.jpg▲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3) 국가정보원의 역사영화 ‘공작’의 주인공인 흑금성을 파견했던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는 1998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비밀정보활동을 모티브로 한 영화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8월 8일 개봉한 이후 8월 23일 기준 관람객이 430만 명을 넘어섰다.개인의 인생을 뭉갠 권력은 유한했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국가안보를 해치고 국민의 눈을 멀게 한 비뚤어진 권력자들은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다. ‘역사는 기록한 자의 편이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공작’이 흥행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촛불집회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상징되는 보수정권의 무능과 교만을 심판한다며 진보정권이 권력을 잡은 지도 1년 반이 지났지만 국민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민을 감시하고 핍박하는 전위대였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 소위 말하는 적폐기관에 대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개혁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해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표.JPG▲ 국가정보원의 변천사▶ 권력을 옹위하고 권력투쟁의 중심에 서면서 정체성마저 잃어한국의 최고 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1961년 설립된 중앙정보부(KCIA)를 모태로 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지원을 받아 설립하면서 미국식 정보기관의 기반을 구축하려고 시도했지만 정작 조직의 주축은 5‧〮16군사 쿠데타 세력이었다.정권의 호위기관이자 권력의 핵심으로 오욕과 영광의 역사가 점철된 국가정보원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향후 개혁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할 것으로 판단해 정리했다.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가칭 대외안보정보원의 변천사를 대통령, 원훈, 비판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중앙정보부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유지됐다. 중앙정보부의 초대 부장은 2018년 6월 사망한 김종필 전 총리였다. 박정희 대통령과는 친인척이며, 4‧19 시민혁명을 무력으로 진압한 5‧16 군사 쿠데타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육사 8기였다.김종필은 자신이 설립한 중앙정보부를 배경으로 박정희 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다. 박정희 정권 18년을 유지한 가장 큰 힘도 중앙정보부였고,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것도 중앙정보부였다.김종필 초대 부장이 직접 만든 중앙정보부의 부훈은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음지’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슨 이유에서 음지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이후 중앙정보부는 각종 불법, 탈법, 비법적인 업무에 동원된다.결국 이러한 부훈으로 인해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인 ‘국가안보의 확립’, ‘국가이익의 극대화’보다는 반정부 세력을 색출해 1인 독재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중앙정보부가 권력투쟁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김종필 부장을 포함해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실종된 김형욱 부장,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부장 등이 입증한다.둘째, 안기부는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로 촉발된 정국 혼란을 악용해 12‧12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전두환 정권이 중앙정보부의 위상을 격하시키기 위해 개칭한 이름이다. 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가 군사 쿠데타를 성공시킨 후 권력의 최상부에 위치하면서 안기부는 보안사를 보좌하는 들러리 기관으로 전락한다.안기부는 쿠데타의 주역인 전두환,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든 후에도 문민 대통령인 김영삼 정부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했다. 안기부의 부훈도 중앙정보부의 부훈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대통령만 달라졌지 하는 업무나 조직 구성원은 차이가 없었다. 안기부 대신에 보안사가 정권안보를 주도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기부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 노동자, 야당 등을 탄압하는 임무를 소홀하게 대하지 않아 반인권기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해외 정보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안기부가 일본의 조선, 전자 등의 선진국의 산업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활동을 펼쳐 한국경제에 크게 기여했다고 하지만 공(功)보다는 과(過)가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이미 세계는 동서냉전이 종료되고 데탕트로 접어들었는데, 안기부는 시대착오적인 임무에 집착하고 있었던 셈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이후 조직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쿠데타 세력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기부의 예산과 조직을 활용한 것이다. 안풍사건, 북풍사건 등을 보면 문민정부도 마찬가지 동일한 유혹에 빠졌던 것으로 판단된다.셋째,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유지된 보수정권을 무너뜨린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했다. 영화 공작의 흑금성이라는 비밀정보요원의 신분이 드러난 북풍사건이 계기로 작용했다.국가정보원은 진보정권인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동안 명칭을 유지했다. 하지만 보수정권 10년동안 과도하게 정치권과 밀착해 권력을 행사하면서 대표적인 적폐기관으로 몰렸다.불법도청의 유지, 댓글공작 등 정치관여, 특활비 상납 등 예산비리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정보원의 전직 수장 중에서 정치보복이나 사법처벌을 받지 않은 원장이 적을 정도로 조직은 백척간두에 서 있는 난파선처럼 흔들렸다.진보와 보수정권이라는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정체성(identity)을 잃은 것도 국가정보원으로서는 빼 아픈 실수라고 판단된다. 본연의 임무라는 근본으로 돌아가 위기를 극복하기 보다는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자임하면서 조직의 임무나 방향, 원훈도 수시로 변경했다.중앙정보부 설립 이후 37년동안 유지되던 모토가 1998년 5월 ‘정보는 국력이다.’으로 변경됐다. 2008년 10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거쳐 2016년 6월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귀결됐다.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가정보원을 적폐기관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국가정보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발표했고, 반정부세력을 탄압하는데 악용한 대공수사권를 폐지했다.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국내정보 수집활동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외안보정보원의 미래는 직원과 국가정보학자의 협력에 달려 있어2018년 1월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의 개혁방향에 대해서 발표하고 반년이 지났지만 별반 진전이 없다.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하는데, 8월말 현재까지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2019년에 대외안보정보원이 제대로 출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결정에 따르면 대외안보정보원은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국내정보수집 중단, 대북정보를 포함한 해외정보 수집업무에 전념하겠다는 구상이다.새롭게 출범하는 대외안보정보원이 2016년 변경된 모토인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를 유지할 것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소리 없는 헌신’은 직원이 가져야 할 자세에 해당되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는 조직의 임무라고 볼 수 있다.정보전문가들은 한국 정보기관의 모토는 아직도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절하한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고 있는 21세기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적합한 모토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아니라면 1946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도 동일한 모토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중앙정보부와 같이 정권이나 시대의 변화를 아우를 수 있는 모토를 심사숙고해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중앙정보부의 모델이 된 미국의 중앙정보부는 ‘ 너희는 진리를 구할지어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 이스라엘 모사드(ISIS)의 모토도 ‘도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모사가 많으면 평안을 누리리라’라는 것이다.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국가들은 조직의 존립 기반으로‘진리’나 ‘지혜’를 추구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정보기관은 ‘음지’, ‘무명의 헌신’, ‘소리 없는 헌신’ 등과 같은 개인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새롭게 출범할 대외안보정보원은 과거와 완전하게 결별해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우려를 말끔히 지우기 어렵다. 해방 이후 권력남용, 민주화 운동 탄압, 불법 정치관여, 각종 불미스러운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국가안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국가정보기관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댓글공작을 주도한 사이버전사령부,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촛불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도 개혁은 하되 존치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도 동일한 이유다.사이버전사령부는 사이버작전사령부, 기무사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탄생을 준비 중이다. 국가정보원도 대외안보정보정보원으로 변신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민주화의 진전과 성숙된 국민의식에 부응하겠다고 하니 진심 어린 애정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개혁 방안만으로는 부족하다.냉전이 종료되고 소련연방이 붕괴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구미 선진 강대국들도 국가정보기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선진국이 정보기관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존재가치를 보장 받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개선했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찾아 한국의 국가정보기관에 적용할 교훈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만약 문재인 정부에서 대외안보정보원이 선진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묘책을 찾지 못하고, 과거의 중앙정보부, 안기부, 국가정보원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밀착하는 등 우왕좌왕하면 한국은 이류국가로 전락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글로벌 국가경쟁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직에서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직원들과 오랜 기간 동안 국가정보학을 연구하고 국가의 동량(棟梁)을 키우기 위한 지혜를 축적해온 국가정보학자들이 합심해야 할 이유다.– 계속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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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08.20 14:28 입력민진규.jpg▲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2) 국가정보원은 어떤 일을 하는가지난 8월 8일 개봉한 영화 ‘공작’의 관람객이 10여일만에 34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흑금성이라는 공작원이 실존 인물이고, 유능한 대북 공작원이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는 줄거리가 청년층을 포함해 많은 관객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영화에서 흑금성이라는 공작원이 사업가로 위장해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정일, 김정일의 고모부인 장성택 등을 포함해 주요 권력자를 만났고, 남한 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중국에서 휴대폰 광고를 같이 찍는데 기여했다는 줄거리도 흥미롭다.특히 가수 이효리는 90년대의 원조 아이돌 가수이지만 한동안 대중에 잊혀졌다가 최근 한 종편의 방송 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집’으로 인기를 얻어 흥밋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섭외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그냥 흘러간 가수에 불과했다면 감독이 자필 편지를 쓰면서까지 공을 들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어찌되었건 흑금성을 활용한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주도한 대북공작은 국가정보기관이 하는 업무 중 하나인 ‘정보활동’에 해당된다. 흑금성이 국가정보학자들이 정의하는 흑색정보요원(illegal officer)인지 아니면 단순한 공작원(agent)인지 판단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다.▶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비밀공작활동 중 경제공작에 가까워국가정보기관의 활동영역은 정보활동(Intelligence Process), 방첩활동(Counterintelligence), 비밀공작활동(Covert Action) 등 3가지이다.표.png▲ 국가정보기관의 활동영역과 한국 국가정보원의 직무첫째, 국가정보기관의 정보활동은 정보의 기획(Planning), 첩보의 수집(Collection), 정보분석(Analysis), 정보생산(Production), 정보배포(Dissemination) 등의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정보기관마다 정보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의 구성, 임무의 배분 등은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하는 업무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정보의 기획은 국가안보를 보호하고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며 국가정보목표우선순위(PNIO)와 첩보기본요소(EEI)의 형태로 정리된다. 국가정보기관은 조직의 임무에 따라 주어진 정보 수집활동을 전개하게 된다.첩보의 수집은 인간정보(HUMINT)와 기술정보정보(TECHINT)의 수단을 동원하고, 정보분석은 수집부서에서 수집한 첩보를 정보소비자(consumer)의 정보 니즈(needs)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일이다.정보생산은 정보분석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서에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보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구두보고, 브리핑, 요약보고, 종합보고 등에 필요한 형태로 보고서를 구성한다.정보배포는 생산된 정보보고서를 정보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업무다. 배포선의 확정은 정보의 비밀성을 유지하거나 정보실패(Intelligence Failure)를 방지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둘째, 방첩활동은 국가정보학자마다 분류하는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적극적 방첩활동과 소극적 방첩활동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적성국가나 스파이(spy)에 대한 정보수집, 역용공작, 기만공작 등이 포함된다. 정보기관이 타국 정보요원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타겟(Target) 국가의 정보수집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이다.역용공작은 타국의 정보요원을 포섭해 이중공작원(double agent)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약점을 잡아서 협박하거나 금전적인 보상책으로 유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치적 성향, 부정부패, 여성편력, 범죄행위 등이 활용할 수 있는 약점에 해당된다.기만공작은 고난이도의 공작기법이 필요하고 많은 예산과 시간을 동원해야 가능해 현실적으로 활용사례는 많지 않다. 소수의 사람을 속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수의 대중이 기만 대상이 되거나 아군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 기만공작의 성공은 보장받기 어렵다.셋째, 비밀공작활동은 미국의 정보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가 분류한 기준에 따라 선전공작(Propaganda), 정치공작(Political Activity), 경제공작(Economic Activity), 전복공작(Coups), 준군사공작(Paramilitary Operation) 등 5가지 구분할 수 있다.비밀공작은 폭력의 정도, 위장부인의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며 폭력의 정도가 가장 높으며 위장부인이 어려운 비밀공작이 준군사공작이다. 실제 공작요원들이 공작 목표지점에 투입돼 살인, 방화, 파괴, 납치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반면에 선전공작은 위장부인의 정도가 높으며 폭력의 정도는 가장 낮다. 백색선전, 회색선전, 흑색선전 등의 종류가 있으며 주로 정보기관은 흑색선전을 담당한다. 백색선전은 선전내용을 유추하면 쉽게 출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홍보처와 같은 일반 정부기관이 수행하기 때문이다.최근에 세계 각국이 선호하는 비밀공작은 경제공작이다. 정치공작은 대상국의 정치상황에 간섭해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수 있고,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1978년 미국과 중국의 국교정상화, 1991년 소련의 붕괴 등으로 인해 사회주의 진영과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대결 필요성이 감소한 것도 정치공작이 사라진 배경이다.하지만 경제공작은 통상마찰이나 무역정책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질 경우에 대상국이 불만을 터트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호한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도 ‘중국 굴기(堀起)’를 주도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경제공작에 가깝다.미국의 관세보복으로 시작된 무역전쟁은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 다시 미국의 관세품목 확대에 대한 중국의 상응조치 등으로 진전되면서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미국과 협상으로 무역전쟁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여 중국의 자존심을 한껏 고양시키겠다는 시진핑의 정치적 야심이 무너지면 그의 권력 기반도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해야 하는 미국 정부의 비밀공작 목표는 달성되는 것이다.▶국가정보원의 직무에는 선진국 정보기관과 달리 비밀공작은 포함되지 않아한국 국가정보원의 직무는 ‘국가정보원법’ 제3조에 명시돼 있는데, 세부 내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①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 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배포② 국가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지역에 대한 보안업무③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 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④ 국가정보원 직원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수사⑤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우선 국가정보기관의 업무인 정보활동, 방첩활동, 비밀공작활동 등 3가지 활동영역을 기준으로 한국 국가정보원의 직무 5가지를 분류할 필요가 있다.법에 명시된 ①의 직무는 정보활동에 포함되지만 ②~④의 업무는 방첩활동이다. ⑤의 직무는 국가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국가부문정보기관인 경찰청, 검찰청, 정보사, 기무사, 사이버사 등과 정보활동과 방첩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권한의 일부분이다.국가정보원의 모태인 중앙정보부는 군사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정부가 군대 내부의 반쿠테타 세력을 파악하고, 국민의 반정부 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률에 규정된 직무의 특성을 이해하기 쉽다.현재 국가정보원의 5가지 직무를 보면 최소한 3가지는 방첩활동에 관련돼 있다. 하지만 조직의 구성이나 인원의 배치 등은 통상적인 방첩기관이 아니라 오히려 정보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기관의 특성을 나타낸다. 법률상 직무와 실제 하는 업무의 부조화가 발생한 이유다.다음으로 특이한 점은 다른 선진국의 정보기관과 달리 국가정보원은 공식적으로 비밀공작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직무에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 ‘공작’에 등장하고 북한의 최고 권력층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국가안전기획부가 파견한 흑금성은 학술적으로 비밀공작원이 아니라 비밀정보요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국가정보원의 직무에 비밀공작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국가정보원이 북한이나 주변 국가를 대상으로 선전공작 등을 수행하지 않았거나 향후에도 수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예를 들어 개인숭배와 권력세습이 부정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3대 세습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유도하는 업무는 한국 국가정보기관의 고전적인 선전공작 일환이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국가정보원이 수행하고 있는 국외정보의 수집 대상국가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남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치를 지속한지도 어언 70년이 넘었고, 한반도 주변 4강의 정치적 간섭과 군사적 압박도 만만치 않은데 대북정보에 중심을 두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국외정보의 수집대상을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4강이나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주변 국가로 확대하려고 한다면 국가정보원이 정보수집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정보활동에 필요한 정보자산(asset)을 해당 국가에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선진국 정보기관도 국외정보수집 능력을 확보하는데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입하고도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소요됐다. 정보 후진국인 한국이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이유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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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2013년 10월 23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코오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코오롱그룹의 기업문화(1)]역사와 이슈국내 첫 나이론 생산으로 섬유산업 발전에 큰 공헌53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수입·64년 생산으로 의복혁명 주도1.5세인 이동찬 명예회장은 국내 마라톤진흥 위해 노력3세 경영인인 이웅열 회장은 취임 이후 '내우외환'에 시달려(1) 코오롱그룹의 역사와 이슈[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K그룹과 같이 한국 섬유산업의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한 코오롱그룹(이하 코오롱)은 창업주 이원만 회장과 아들 이동찬 회장이 공동 창업한 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기업을 제외하고 2012년 말 기준으로 재계서열 32위인 코오롱은 1996년부터 이동찬 회장의 장남인 이웅열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룹규모에 비해 인지도가 매우 높은 편이지만 3세 경영자인 이웅열 회장이 맡은 이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98년 IMF경제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력 사업은 부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진하고 있는 태양열발전, LED조명, 수처리 사업 등도 진척이 더디다.53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수입·64년 생산으로 의복혁명 주도1953년 한국에 최초로 나일론을 공급한 이원만 회장은 한국 동포들에게 값싸고 질긴 의복을 제공하자는 일념으로 회사를 세웠다고 한다. 그는 일본에서 사업의 기반을 구축한 후 한국 동포들에게도 혜택을 제공하고자 한국에 나일론 공장을 설립했다. 나일론은 1939년 미국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처음 소개된 합성섬유다. 천연섬유에만 의존하면서 만성적인 부족현상에 시달리던 의복소재 문제를 해결해 준 ‘기적의 섬유’로 불린다.2차 대전으로 패망한 일본에서 1950년대 초 나일론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이원만 회장은1951년 삼경물산㈜을 설립해 국내에 독점공급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6·25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했기 때문에 나일론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나일론을 수입판매만 할 경우 일본 업체들의 배만 불린다고 판단한 이원만 회장은 국내에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했다. 1964년 한국나이롱 공장의 원사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서 한국의 섬유역사가 다시 쓰여지게 되었다.▲ 코오롱 그룹 사옥 전경시대흐름을 잘 파악했던 이원만 회장은 정작 기업경영보다는 정치에 더 관심을 가졌다. 1950년대 나일론 수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1960년 4·19학생의거 이후 혼란한 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잘 넘겼다. 이후 박정희대통령에게 농업과 산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서울 구로와 경북 구미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도록 조언했다. 이후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이원만 회장은 정치인으로 나름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지만 기업인으로 합성섬유산업에 끼친 영향보다는 남긴 흔적은 적다. 이런 점에서 정치인보다는 기업인으로 외길을 걸었다면 코오롱이 섬유업으로 출발한 SK그룹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어찌되었건 그는 창업 1세대 경영자가 대부분 그렇듯이 ‘사업보국’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기업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와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는 초심은 잃지 않았다. 코오롱이 원사와 패션 등 섬유산업의 외길을 걷게 된 것도 창업자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1.5세인 이동찬 명예회장은 국내 마라톤진흥 위해 노력창업자 이원만 회장이 한국 섬유공업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라면 아들인 이동찬 회장은 이를 계승 발전시킨 사람이다. 이원만 회장이 기업경영보다는 정치에 더 관심을 뒀기 때문에, 국내사업은 초기부터 이원만 회장의 동생 이원천 회장과 이동찬 회장이 주도했다. 효성그룹의 창업주 조홍제 회장과 아들 조석래 회장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조홍제 회장이 청춘을 다바친 삼성그룹과의 동업관계를 청산하고 효성그룹을 창업할 때 아들 조석래 회장의 조력이 컸다. 이동찬 회장과 조석래 회장을 2세 경영인이라기보다는 1.5세 경영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코오롱은 1964년부터 한국나이론 공장에서 원사생산을 시작했지만, 그룹으로서 면모를 갖춘 것은 1977년이다. 이 때 한국나일론과 한국포리에스텔을 합병해 ㈜코오롱을 설립했으며, 이동찬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섰다. 이전까지는 1957년 코오롱에 입사했던 이원만 회장의 동생인 이원천 코오롱TNS회장이 코오롱의 대표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이원천 회장은 형인 이원만 회장의 결정에 반발해 원진레이온이라는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원진레이온은 비스코스인견을 생산하던 공장이었는데, 1980년대 노동자들이 안전 장비 없이 작업을 함으로써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인 이황화탄소에 노출되어 다수가 사망한 기업이다.이동찬 회장은 코오롱의 대표가 된 이후 섬유와 무역에 치우쳐 있던 사업구조를 건설, 화학, 전자소재, 이동통신 등으로 확대했다. 이동찬 회장이 확장한 사업들은 현재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건설사업은 코오롱건설에서 코오롱글로벌로 이관되었지만 무리한 PF투자로 그룹 부실의 뇌관이 되고 있다. 1994년 포스코와 공동 대주주로 이동통신산업으로 시작했지만, 신세기통신의 경영에 대한 이견으로 1999년 SK텔레콤에게 대주주를 넘겼다. 당시 머리가 두 개라서 기업경영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이동찬 회장은 ‘이상은 높게, 눈은 아래로’라는 말을 좋아해 마라톤을 좋아한다고 한다. 승리를 위해 일정한 페이스로 힘차게 달려가는 마라톤이 단숨에 빨리가 아니라 쉼 없이 멀리 달리는 자신의 철학과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1977년 코오롱의 경영권을 넘겨받기 이전까지 35년 동안 삼촌인 이원천 회장 밑에서 묵묵히 참고 견뎠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현실에 접목시킨 마라톤 진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1981년 이동찬 회장은 마라톤의 발전을 위해 2시간 10분내 1억 원, 15분 이내 5000만 원이라는 거금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987년에는 코오롱 마라톤팀을 발족시켰다. 그의 꾸준한 지원덕분에 1992년 코오롱마라톤 팀의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1936년 일제 강점기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단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을 딴 이후 처음으로 전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코오롱이라는 그룹이 마라톤과 연상되는 이유가 이동찬 회장의 인생철학 때문이었다.▲ 서울 중구 배재공원에서 모델들이 코오롱제약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더 바이탈 슈퍼푸드의 '조인트 케어 NAG'를 선보이고 있다.코오롱이 이동찬 회장의 경영기간 동안 사업다각화에 성공하고, 마라톤 중흥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지만 사업적으로 두드러진 업적은 남기지 못했다. 1996년 이동찬 회장은 20여 년 간 경영하던 코오롱의 경영권을 건강과 관계없이 아들인 이웅열 회장에게 넘겼다. 다른 그룹의 회장들이 죽을 때까지 경영권을 고집하다가 사후에야 경영을 넘기던 관행과는 차이가 많다. 이동찬 회장이 퇴임한 이후 코오롱의 마라톤에 대한 열정은 줄어들어 한국 마라톤도 침체기에 접어든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3세 경영인인 이웅열 회장은 취임 이후 '내우외환'에 시달려1996년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웅열 회장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회장으로 취임하던 당시 나이가 만 40세로 대기업을 경영하기에는 어린 나이였다. 다른 그룹의 회장들보다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기업경영에 전념했지만 실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1997년 IMF외환위기가 터졌고, 2000년을 전후해 중국기업들이 부상하면서 실적악화로 국내 섬유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졌다. 당시 많은 섬유업체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추진했던 휘장사업권에 코오롱TNS가 연루되었다. 2001년 코오롱TNS가 휘장사업권을 넘겨 받기 위해 정·관계에 불법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코오롱TNS는 사업부진으로 부도 처리되었다. 당시 코오롱TNS는 104개 하청업체로부터 174억 원 상당의 휘장상품을 납품 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관련 혐의로 이동보 코오롱TNS회장과 경영진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동보는 이동찬 회장의 동생이지만 코오롱TNS는 코오롱에서 계열분리된 기업이다. 2004년에는 코오롱캐피탈의 473억 원 규모의 횡령사건이 터졌다.- 이하생략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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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2013년 10월 16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대림그룹 편]을 소개합니다.[기업문화-대림그룹 편(8)] (8)대림그룹의 기업문화 진단후기현단계선 '3세 승계'보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바람직경영혁신 위해선 ‘오너’보다 ‘노련한 경영자’가 필요‘사업보국’ 창업자의 정신 계승‧발전시켜야(8) 대림의 기업문화 진단후기[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대림도 이제 3세 경영으로 넘어가려는 시점에 있다. 한국 대기업의 역사가 60여 년을 넘어서면서 일부 기업은 아직 2세 경영을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대기업이 3세 경영에 들어갔거나 준비 중이다. 창업자가 경영부실로 그룹을 망하게 한 경우도 있지만, 2‧3세로 넘어 오면서 경영부실은 심화되고 있다. 황제형 오너경영을 한국대기업의 핵심경쟁력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대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3세 경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 이 이슈를 다뤄볼 필요가 있다.경영혁신 위해선 ‘오너’보다 ‘노련한 경영자’가 필요대기업의 경쟁력은 오너경영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너가 황제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사업속도를 높인 것이 국내 대기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비결이라고 말한다. 많은 기업들의 사례를 조사하면서 오너경영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국내 대기업이 대부분 3대를 넘기지 못하고 망하는 것도 오너경영의 폐단 때문이다.▲ 대림그룹 사옥 전경몇 년 전부터 대기업 오너들의 수난사가 계속되고 있다. 횡령과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수감되어 있는 오너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하고, 법원도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던 관행도 변화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 검찰이나 법원도 한국 대기업의 잘못된 경영행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국민들도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평범한 진리가 구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누구나 죄를 지으면 공평하게 벌을 받아야 한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 오너들의 비리행위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밝히면서 대기업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이들의 죄질이 나빠 과거처럼 용인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창업자들은 공사수주를 위해 정치자금제공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았지만, 2세나 3세들은 회사자산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유용하거나 재산승계를 위해 탈세를 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수준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정치자금 제공은 정치인들도 연루된 범죄로, 정치보복 운운하면서 버티기라도 할 수 있지만, 배임과 횡령, 사기 등은 변명조차 하기 어려운 범죄다. 이들이 이러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기업을 정상적으로 경영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이익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에 관심도 작고, 기업을 경영할 능력도 부족한 2세나 3세가 창업자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너가 사법처리를 받은 기업도 부끄럽지만, 정작 본인들의 인생도 불행해 진다.무리한 가업승계는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대충 몇 개의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업무를 파악하는 것을 경영수업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경영능력을 키우기는 어렵다. 경영능력을 치열하게 검증해야 하는데 검증하지도 않는다. 사업실적이 좋은 부서나, 노력하지 않아도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나 인간관계로 인해 쉽게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 부서에 근무하면서 그 성과를 독차지한다. 그렇게 한다고 실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무능한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한 핑계거리로 활용한다.대부분의 기업에서 가업승계를 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유능하다고 소문이 났던 오너의 자식이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전락하거나 멀쩡하던 기업을 망하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무능한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기업을 개인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상장회사는 개인의 것이 아니고, 오너라고 해도 몇 퍼센트에 불과한 지분만 갖고 있어, 그 기업이 오너 개인만의 소유물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정부가 감독기관의 감시가 소홀해지면서 오너의 경영전횡이 도를 지나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2년 8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임원과 신입사원이 함께 '싸이콘서트'를 관람하는 이색 입사환영식을 개최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신입사원과 이들의 멘토인 임원 팀장 등 총 400여명이 참석했다.무조건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기보다는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오히려 더 유리하다. 대림의 3세도 특별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아직 나이도 어리니 무리한 경영승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 특히 대림은 주력인 건설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져 있고, 수익을 내는 계열사도 많지 않아 어느 때보다 탁월한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잘 나가던 STX그룹이 공중 분해되고, 멀쩡하다고 하던 동양그룹이 경영위기로 침몰되고 있는 것도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대림산업의 여수공장 폭발사고도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위험한 업무는 하청업체에 맡기고, 설비보수나 관리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2000년대 이후 극한의 원가경쟁을 하면서 긴급한 정비 외에는 새로운 설비투자를 하지 않아 곳곳에서 산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운영혁신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임계치(critical mass)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인위적인 운영혁신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혁신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제 쥐어짜는 식의 인력운용은 중단하고, 오히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삼성그룹도 대림과 마찬가지로 중견그룹에 불과했지만, 인재경영의 기치를 내 걸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렸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인식전환과 과감한 투자는 노련한 경영자만이 할 수 있다. 차라리 대림도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기업문화 혁신운동을 벌이는 것이 3세를 내세우는 것보다 대외적인 효과는 클 것으로 본다.‘사업보국’ 창업자의 정신 계승‧발전시켜야 대림의 과거 계열사 중 대림비앤코(B & Co)라는 기업이 있다. 이준용 회장의 동생인 이부용 회장이 계열분리한 기업이다. 욕실용 변기, 타일 등 위생용 도자기를 생산하는 기업인데, 제1공장이 경남 창원의 산업단지 내에 있다. 이 공장의 정문에 가면 구형 수세식 변기 모형이 서 있다. 지하철 역 공중화장실에 가면 간혹 있는 구형모델인데 요즘 아이들이 보면 어떤 물건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깨끗한 공장 건물에 비해 낡은 변기모형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공장 관계자에게 대림비앤코에 더 좋은 제품도 많이 있는데, 왜 이런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지 묻자, 공장 관리동으로 안내했다. 관리동 사무실 한켠의 서랍장에 박정희 대통령 명의의 주식증서가 있었다. 단순히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시절 공장을 방문한 것을 기념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공장설립자금을 처음 출연한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한다. 대림요업의 첫 번째 주주가 박정희 대통령인 셈이다. 당시 공장을 설립하면서 당시 주력 생산품인 이 변기 모형을 전시했던 것이다.1960년대까지 수세식 변기나 타일의 대부분은 일본이나 미국에서 수입했다. 삼성그룹이 연루되었던 사카린밀수사건에서 밀수품목 중에는 사카린도 있었지만 수세식 변기와 같은 다양한 품목이 포함되었다. 아파트건설이 늘어나면서 수세식 변기에 대한 수요가 많았지만 국내에서는 생산하지 못해 전량 수입에 의존했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이 사재를 털어 회사를 만들었다고 한다.대림비앤코는 현재 국내 1위 기업이지만 값싼 중국산 위생용 도기들이 밀려들어 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조비용이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신규 수요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창원공장뿐만 아니라 충북 제천에도 제2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가동율은 높지 않다. 국내 위생용 도자기 업체들 모두가 중국산과 경쟁하느라 고전하고 있다. 고급브랜드는 유럽과 미국산에 밀리고, 중급브랜드마저 중국산과의 경쟁이 버거워지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샌드위치신세가 위생용 도자기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몇 년 전부터 욕실용 타일의 경우에는 중국산이 국내시장을 거의 장악했다. 대림비앤코도 고급제품을 개발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의치 않다. 어려움이 가중되자 창원공장을 매각하려고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창원 공단 한가운데 알짜배기 땅을 매각하면 사업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위생용 도자기의 판매도 어려워졌지만, 공장부지 매각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싸이콘서트. 이날 콘서트에는 대림산업 신입사원과 이들의 멘토인 임원 팀장 등 총 400여명이 참석, 이색 입사환영식을 개최했다.대림에서 계열 분리되어 아무런 관계도 없는 대림비앤코의 사례를 정리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서다. 대기업의 창업주들은 한결같이 ‘창업보국’ 혹은 ‘기업보국’이라는 정신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기업이 국가와 사회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2세, 3세로 내려오면서 기업가 정신이 붕괴되고 있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기업범죄도 기업가 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대림비앤코도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창원공장 부지를 매각해 자금을 확보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40여 년 전 변변한 변기나 타일조차 만들지 못하는 국가의 한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이 사재를 털어 회사를 만들었어야 했던 처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위생용 도기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대비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면서 대응시기를 놓친 것이다. 대림비앤코의 사례에서 무엇이 창업자의 정신이고, 후계자들이 어떻게 이어가야 할 것인지 고민할 계기를 가질 수 있다./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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