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진단과 제언[CJ그룹 2, CJ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린경제 기사소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7월 28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CJ그룹편]을 소개합니다.
CJ의 기업문화(2회)-CJ엔터테인먼트가 글로벌 경쟁력 가질 수 있을까
신사업은 사업의 본질적 가치활용과 가치사슬에서 출발해야
단순제조에서 미래형 서비스사업으로 다각화했지만 한계분명
CJ의 Business: Product & Market
제일제당이라는 식료품 가공업체로 출발했지만 CJ는 이미 한국 대기업의 문어발 사업확장의 길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현재 주력사업보다 신규로 시작한 사업영역이 더 커졌다. 기업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의 포트폴리오(business portfolio)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다른 이슈다.
소위 말하는 사업다각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장다각화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가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1990년 삼성에서 분가한 CJ도 자체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와 시장다각화를 하고 있는데, 이를 기업문화 관점에서 측정하거나 평가해 볼 필요성이 있다.
단순제조에서 미래형 서비스업으로 전환 추진
제일제당은 원당, 농수산물 등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매입, 가공해 판매하는 사업이 주력이다. CJ가 삼성으로부터 분가한 1990년은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건강에 관심이 높아 설탕, 화학조미료 등 식품첨가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천연조미료에 대한 수요가 태동하던 시기다. 그런 이유 때문에 식품가공, 식자재 유통 등의 단순제조 & 유통에서 탈피해 제약, 생활화학, 외식, 건설, IT,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미래형 서비스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종합생활문화그룹’을 지향하면서 명확한 비전이나 정체성을 확보하지 않고 문어발식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생활과 문화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은 확실하나 사업적으로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식자재 가공이나 유통은 생활과 관련되어 있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는 문화에 연관되어 있다고 인식하는 것처럼 해석된다. 그런 이유로 CJ의 사업다각화가 큰 2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생활(life)은 ‘생명의 존속 및 유지를 위해 물건의 생산과 소비를 순환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문화(culture)는 ‘어떤 집단의 구성원이 지닌 사유, 정보교환, 행동, 생활 등 그 집단에서 습득하여 계승해 온 양식’으로서 인간의 의식주,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런 개념에서 보면 CJ의 사업 축이 생활과 문화에 대한 편향된 개념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일제당의 사업내용변화가 생활의 축으로 진행하고 있다. 원당이나 기타 원자재를 수입, 구입해 1차 가공업의 한계를 뛰어 넘어 고부가가치의 제약, 바이오 영역으로 확장하였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전환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장기간의 지속적인 R&D가 요구돼 전문 제약회사조차 하기 어려운 바이오 영역에서 1.5차 가공사업을 하던 CJ가 단기간에 두드러진 실적을 낸다는 것은 욕심이고 무리다.
그러나 생활사업과는 달리 새롭게 시작한, 소위 말하는 문화사업에서는 치밀한 기획(planning)과 전략(strategy), 대규모 자본동원 능력, 상대적으로 낙후된 시장환경 등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홈쇼핑, 극장사업 등은 시장의 전통적 강자인 라이벌 롯데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음악, 영화제작, 게임개발과 서비스 등은 자본투입과 노력만큼 실적은 나지 않는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CJ가 문화사업을 잘못 이해한 부문도 있고, 기존의 기업문화에 맞지 않는 사업을 무분별하게 벌인 것도 이유다.
신사업과 사업다각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필요
어떤 대기업 총수는 하루에 한 개의 기업을 만들었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넘쳐났다고 자랑스럽게 언론에 인터뷰하기도 했다. 남들이 하는 사업, 돈이 될 만한 사업, 기업과 연관된 사업 등 무조건 판을 벌이고 대규모 자본동원, 계열사 부당지원을 통해 수익성도 낮고, 전망도 불투명한 사업을 벌이는 것이 신사업, 사업다각화라고 인식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 오너와 경영자가 생각하는 개념과 일치할 것이라고 본다.
이런 논리라면 신사업을 하기 너무 쉽다. 대규모 제조공장이 있으면 공장 직원의 밥을 먹이기 위해 식당을 하는 자회사를 만들고, 식당에 야채와 생선을 공급하는 식자재 유통회사를 만들면 된다. 식당을 청소하는 청소회사를 만들고, 식당의 냅킨을 납품하는 회사도 만든다. 직원들의 식권을 인쇄하는 인쇄소도 만들고, 인쇄소에 종이와 잉크를 공급하는 회사도 만든다. 직원의 유니폼, 운동화, 장갑, 휴가 시 항공권, 직원용 주유소 등 기본 업무뿐만 아니라 의식주에 관련된 일은 너무나 많다. 직원 사택을 짓기 위한 건설회사도 필요하다.
신사업이라는 것은 업종과 관련이 없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봐서는 안 된다.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상에서 그동안 하지 않은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이 신사업이다. 즉 제조만 하던 기업이 유통을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공산품은 R&D부터 생산/제조, 물류, 판매로 연결되지만, 원료의 제조/개발까지 고려한다면 가치사슬은 더 길어진다.
제일제당이 식료품 가공/유통사업을 한다면 원료가 되는 농수산물 품종의 개발, 재배, 수확, 포장, 유통이라는 단계도 존재한다. 단순히 발효사업에서 얻은 노하우로 제약이나 바이오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세계 5대 곡물 메이저 중의 하나인 카길(Cargil)도 농산물 유통에서 출발했지만 제일제당과 가는 길은 다르다.
카길은 단순히 수확된 농산물의 유통을 뛰어 넘어 종자개량, 농산물 재배, 농민교육, 비료생산, 1.5차 가공, 물류까지 담당한다. 과거 수확된 농산물의 유통만 담당하다가 소위 말하는 농산물 수직계열화를 이룬 기업이다. 농산물의 작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를 예측하기 위해 자체 기후관측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새로운 농사법을 개발해 후진국 농민들을 교육시킨다. 기존의 농지를 개량할 뿐만 아니라 황무지, 미개척지를 개간해 농지를 확보하는데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CJ를 포함한 한국 대기업들이 업종 다각화와 신사업 진출로 경쟁력이 저하되고, 비난여론이 들끓지만 카길과 같은 기업은 오히려 존경을 받는다. 미국의 GE가 다양한 사업을 하지만 자신들의 사업본질과 관련되지 않은 사업은 벌이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은 신사업이라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CJ도 지금 벌이는 신사업을 사업의 본질적 가치의 활용과 가치사슬의 개념을 적용해 정돈해야 한다.
글로벌시장 진출은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부터
CJ의 시장(market)은 국내 시장에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통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다. 최근 한류라고 한국문화가 해외에서 조금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시장성이나 미래전망은 불투명하다. 한류가 기업화가 가능한지, CJ가 시장은 선도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는 더 불투명하다.
CJ의 사업은 식자재 가공과 유통이 본질이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다각화와 시장다각화를 해야 한다. CJ가 낙후된 기술력이나 제한된 자본력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한 도전일 수 있다. 실제 국내 시장의 지역적 한계와 한국문화의 세계진출 가능성에 대한 제약으로 인해 CJ가 네슬레(Nestle)와 같은 세계적 식품기업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현재처럼 식품제조, 유통에서 강점을 가진 회사가 국내 극장에서 팝콘이나 음료수를 팔아 돈을 번다는 생각을 가지면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제한된 경쟁과 핵심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진입장벽이 낮고, 높은 마진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경쟁자는 바보가 아니고, 더욱이 소비자는 현명하기 때문에 작위적인 시장 매커니즘(mechanism)이 오래 갈 수 없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타깃(target)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CJ의 사업 중 마케팅 전략을 봐도 뭔가 조화가 맞지 않는다. 중‧장연층에게는 조미료 회사로, 청소년들에게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매김해 정체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케팅전략의 수정이 필요하다. 투 트랙(two-track)이며 미래지향적인 전략이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양쪽 시장에서 애매한 정체성(identity)을 보인다는 것은 문제다.
과연 CJ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식료품 제조, 유통회사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빠를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국내 시장지배력과 유통경험을 잘 활용한다면 식자재 제조, 유통회사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쪽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업의 사업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삼성의 관리문화에서 도전과 창의문화를 독려하면서 신사업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현재의 경영전략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글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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