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의 소고기협상전략 실패의 교훈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6 오후 4:18:00
미국 소고기수입협상 결과로 온 나라가 떠들썩 하다. 지난 정부를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라고 비난하고 준비된 보수가 국가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소득 3만불 시대를 열겠다고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은데, 도대체 이 정권이 정부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권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논란, 정부출범 후의 대운하 건설, 부적합한 고위공직 후보자의 지명, 공교육의 개방, 각종 복지정책의 개편 혹은 축소, 대외 외교정책 및 협상력의 부재 등 제대로 된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외 외교정책과 무역협상의 전략부재이다.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 절대절명의 과제를 면밀한 계획 없이 추진하는 것은 국가주권의 포기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새 정부의 대외 협상가나 정책결정자가 명심해야 할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지난 정권들에서 수 많은 대외협상을 수행한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그들 전문가와 철학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국가이익 확보 차원에서 이들이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고기 수입협상만 하더라도 전 정권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광우병 발병 우려가 없는 소고기의 수입과 철저한 검역이라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협상을 하여 미국측을 설득하였는데, 정권이 바뀐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행정부의 협상단들의 기준과 전략이 바뀐 것은 현 정권의 아마추어식 협상전략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 자체에서도 잘 했다고 자평하는 ‘한미FTA’협상단의 협상 노하우를 한번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둘째 국민의 대의기관이 국회를 권한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중요한 대외 무역협상과 조약은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고, 설사 비준이나 동의가 필요 없는 경우라 하여도 국민의 복지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은 국회와 협의하는 것이 좋다. 행정부의 관료들이 국회의원보다 전문성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성급한 의사결정보다는 국회에서 토론을 통해서 예측 가능한 모든 문제점을 검토하고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좋다.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의해 명령으로 움직이는 행정부 조직과는 달이 국회는 수평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건전한 비판과 토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를 핑계로 대외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국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지적 능력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정 국가나 이슈에 관해 행정부의 관료나 전문가들에 필적할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거처럼 국민이 잘 모를 것이라는 인식하에 협상내용을 숨기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발표해서는 안 된다. 이번 소고기 협상에서도 협상 내용을 숨기기에 급급하다가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이 오해가 확산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는 오해가 너무 깊어 진실을 발표한다고 하여도 국민들은 믿지 않게 되었다. 친정부 인사들의 해명성 기자회견이나 전문가가 아닌 해외 동포단체들을 동원한 언론 플레이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진실만이 통하므로 잔꾀를 부려서는 안 된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국민의 뜻과는 다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대외협상이나 외교정책은 단기적 시각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이익과 국가안보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기간에 과거 정부의 잘못(?)된 대외 정책들을 전부 뒤집고 새로운 정책들을 입안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권의 임기가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욕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국가전략차원에서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잘못된 정책은 수정 보완하려는 노력이 적절할 것이라고 본다. 자칫 새 정부가 의욕만 앞 세워서 과거와 싸우다 5년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은 노파심일까? 그리고 국민의 저항과 국회의 요구로 인해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미국을 설득하는 길 만이 국민적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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