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글로벌 인식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8 오후 1:20:00
김영삼정부시절부터 대한민국의 화두는 ‘세계화’, ‘글로벌화’였다. 물론 이 용어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느라 몇 년을 보냈다는 것은 국가적인 수치이므로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겠다. 선진국들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 기업과 정부의 경쟁력을 높여서 잘 사는 나라 만드는 것이 국가의 목표로 설정되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선진국들의 협의체인 ‘OECD’에 가입을 하였고, 언론이나 정부는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몇 년 되지 않아 터진 외환위기는 한국이 문제투성이 국가이며,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외환위기 시에 장롱에 들어 있던 아이들 돌 반지까지 꺼내는 법석을 떨면서 부채를 갚았다고 지난 정부는 치적으로 내세웠다.

국민들이 더 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기업의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이 되었다고 홍보를 하였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 이외에 국민들이 잘 살고 있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국민소득에 비하여 공공요금은 비싸고, 각종 상품의 가격은 국제가격에 비하여 수백퍼센트 이상씩 한다. 국산 제품을 내국인이 운송비와 관세도 물지 않는 내나라에서 외국에 비하여 더 비싸게 사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정부나 기업이 없다. 국민들이 ‘봉’이 된 느낌이다. 과거 수십 년 전 국내기업의 이름도 없고 제품의 질도 형편없을 때, 수출을 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다는 논리로, 외국에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그 손실을 국내에서 보상받기 위해 국내 판매용이 비싸야 한다는 하였다. 그런데 세계적 기업이 되었다고 홍보하면서 아직도 국내 판매용이 비싼 이유를 제대로 대지 못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국내 기업의 외국활약은 잘 믿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국내용 상품이 미국이나 선진국에 상륙하였다고 떠들썩하게 언론에 뜨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알고 보면 해당 국가의 한인 타운에 위치한 식품점에 납품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실정인데도 언론에서는 사실 진위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ㅇㅇ국의 식탁을 평정하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식의 선정적인 문구로 근거 없는 타령이나 한다. 식품이나 소비재뿐 만이 아니라, 가전제품, 자동차 등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물론 일부 제품은 이미 어느 정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언론이나 해당 회사에서 주장하는 것만큼 홍보효과나 인지도를 가진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선진국이나 외국에서 제품의 시장진입이 성공하려면 그 국가의 주류사회 구성원들이 소비하고 매력을 느껴야 한다. 한국의 ‘김치’가 세계적인 수준이고, 일본의 ‘기무치’는 한국의 아류작이고 깊은 맛도 없으며, 간장으로 대충 버무려 놓은 수준이라는 것이 대부분 한국 사람들의 평이다. 하지만, 일본의 ‘기무치’가 선진국에서 한국의 ‘김치’보다 더 많이 팔리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는 정직한 언론은 드문 형편이다. 한국 음식점들은 해당 국가의 한인촌에 형성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본 음식점들은 미국의 뉴욕, 워싱턴 등 도시의 중심가에 위치하고 백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한국음식이 더 좋다고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떠들지만 한국을 빼면 세계 어디를 가도 이 말에 동의하는 국민을 만나기 어렵다.

한국과 한국국민, 한국문화를 비하하거나 한국기업을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세계화를 하고, 글로벌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냉정한 우리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다. 기업들도 자기 제품이 세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시장점유율은 어떠한지, 어떻게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켜서 한국 주주뿐만이 아니라 외국의 주주들에게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지 전략을 가져야 한다. 동일 신문에서 오늘은 ‘자사의 제품이 세계를 제패한다’고 열심히 홍보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매출이 급감한다’, 혹은 ‘생존이 불투명하다’라는 보도를 접하는 것이 흔하지 않게 해야 한다.

건실하다고 이야기하는 회사가 갑자기 하루 아침에 무너질 수 있을까? 한국에 그렇게 호의적이던 국가가 하루 아침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적대적이 될 수 있을까? 일부 외국인이 방한하여 한국 음식이 좋다고 하는 ‘홍보성’멘트를 열심히 믿고 해외에 진출하여 해당 국가의 주류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한국 식당이 몇 개나 있을까? 세계를 질주한다고 보도하던 자동차가 왜 갑자기 판매가 줄어들어 재고가 늘어갈까? 내국인들만 대충 속이고, 해외에서 입는 손실을 국내 내수용을 비싸게 팔아 보상받으면 된다고 여기는 어리석은 기업 경영자가 더 이상 없을까? 남미의 후진국으로 여행가면서 선진 감사기법을 배우러 갔다고 항변하는 공기업 감사들은 정말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여러 이슈들을 제기하였지만 속 시원한 답이 없다. 한국정부와 기업, 언론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기업들의 진실된 정보가 아니라 홍보성 기사를 믿고 있는 그대로 열심히 나팔수 역할을 하는 언론이나, 말도 되지 않는 국내가격 결정을 아무런 확인도 없이 그대로 인정하고 관리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는 정부, 기업홍보를 위해 대충대충 정보를 왜곡하거나 숨기면서 주가관리나 하겠다는 기업경영자들은 지금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존재는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애국심에서 품질이 떨어지는데도 비싼 국산품을 사주는 국민도 줄어들 것이고, 정보의 독점에서 오는 오만으로 왜곡 기사만 쓰는 신문이나 방송을 보거나 지지하는 국민도 없어질 것이다. 국민들 지지와 신뢰성을 잃게 되면 정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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