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식동아리에 전략적 메모의 기술 강연을 하고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7 오전 10:28:00
며칠 전 어느 대기업 직원의 ‘전략적 메모의 기술’ 강연요청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초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내부 자기계발 동아리에서 추진하는 강연이라는 것이었다. 대학 총학생회에서 강연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 우수한 기업에서는 내부 지식동아리활동이 활발하다고 듣고 있던 차에 직접 활동상황을 체험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기업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지방까지 내려가서 강연하는데 애로가 있었지만 고객사의 양해를 득하고 강연을 수락하였다. 방문하여 교육을 하고 나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먼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월 1만원 정도 회비를 내서 외부 강사초청도 하고 필요한 서적도 구매한다는 것이다. 정말 잘 나가는 대기업인데 ‘직원교육과 개발에 이렇게 인색한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직원들이 스스로 자기계발을 위해 회비를 낸다는 것에 더 놀랐다. 대부분 급여가 많은 직군에 속한 직원들도 아닌데 매달 내는 1만원도 작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식경영을 해야 한다고 기업들이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직원들에게 필요한 역량개발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편이다. 물론 직원들이 원하는 지식과 기업이 직원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지식과 차이가 있고, 어떻게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이 정도의 열의를 가진 직원들에게 지원금을 충분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흔히 속담에 ‘소를 냇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강제로 물을 먹이지는 못한다’고 한다. 열의도 없고 매너리즘에 빠진 직원들보다는 열정을 가진 직원들에게 교육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회원들 대부분이 생산직에 근무하거나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 놀라웠다. 또 근무시간에 강의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근무시간 뒤 이른 저녁에 요청을 하여 그 이유를 물었더니 주간 교대근무를 마친 직원과 야간에 교대근무를 들어갈 직원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정했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강의가 관리직이나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번 강의는 생산직이나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하여 눈 높이를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는데 수강생의 판단은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강의장도 회사건물의 임원실이나 회의실이 아니라 부속 건물의 비공식적인 교육장에서 진행하였다. 강의장에 들어가는데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바꾸어 신는 바람에 대충 신고간 양말이 드러나서 약간 당황스럽기는 하였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어느 기업의 수강생들보다 열의가 높았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강의를 요청하였을 경우 수강생들 대부분 그냥 대충 듣게 되는데 이들은 모두 열심히 집중해 주었다. 이제 20대 초∙중반의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직원들로 보였는데 뭔가 자기계발 노력을 하여 더 풍요롭고 알찬 인생을 가꾸어가는 것이다. 분명하게 이들이 현재의 수준으로 노력한다면 오래지 않아 실력이 많이 늘어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거나 아니면 다른 기업의 너 나은 자리로 전직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런 직원들의 노력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점에 실망감도 들었지만 반대로 이 기업의 잠재역량은 목적 의식을 가지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평범한 직원들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들을 보면서 나의 직장 초년생활을 되새겨 보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은 환경이었지만 불평을 하였고 뭐라도 하나 더 얻으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이 되었다. 강연을 하고 다니면서 어떤 때는 실망하고 어떤 때는 보람을 느끼지만 이번은 내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한번 더 열정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하루아침에 태산을 오를 수 없지만 하루하루 중단하지 않고 쉼 없이 전진하면 어느 순간 태산에 올라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인생이지 않나 싶다.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mo 분류 내의 이전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