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공무원을 위한 전략적 메모의 기술 강연을 하고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7 오전 10:28:00
최근에 모관공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략적 메모의 기술’강연을 하였다. 해당 관공서의 직무교육 일환으로 한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간만에 관공서 행사에 참석하여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그 관공서의 다른 행사 때문에 자연스러운 식순이었지만 평소에 자주 하는 의식이 아니라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기관은 다른 관공서와는 달리 행사를 하고 나서 직원들에게 시 낭송을 해주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조금 삭막하고 황량한 공무원들의 영혼에 열정의 불을 지펴주는 도구로서 아주 적합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날 강연을 하면서 다른 강연과 몇 가지 차이점을 볼 수 있었다.

우선 모든 직원이 메모도구와 메모장을 가지고 강연에 참석하였다는 점이다. 실제 외부 강연에 빈 몸으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 기관은 강의를 하기 전부터 유심히 살펴보니 강연장에 들어오는 모든 직원의 손에 메모도구와 메모장이 들려 있었다. 물론 메모장의 종류도 다양하였고, 그냥 이면지 몇 장 구겨서 들고 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빈손으로 오는 것보다는 훌륭한 것이다. 일단 기본적인 태도에서 100점을 주고 싶었다. 이런 자세만 되어 있다면 메모지를 선택하는 노하우만 잘 익히면 좋은 메모를 하기 위한 물리적인 환경은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기관장과 직원들 모두 강연을 열심히 경청하였고 간간히 내용을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여름 점심시간 이후의 교육은 대체로 반 이상의 청중이 졸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런 모습도 보기 어려웠다. 뭔가 들으려는 자세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점은 대체로 강연을 가보면 기관장이나 조금 높은 분들은 인사만 하고 서둘러 자리를 비우는데 이 기관은 약 2시간에 걸친 강연 동안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매너리즘에 빠져 대충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한다는 자세가 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자신들만의 메모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 직원들이 개방적인 마인드로 외부인의 교육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메모를 잘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이 맡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주어진 시간 내에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도 꼼꼼한 업무 메모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계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특별한 메모 방법이 없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메모로도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었다면 다른 메모의 노하우를 개발하고 숙련시킬 동기는 없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언젠가 조직을 떠나게 되면 조직의 옷을 벗고 개인의 자질과 역량에 따라 나머지 인생을 꾸려 나가야 한다. 평소에 자신이 맡은 업무뿐만 아니라 상식과 교양을 쌓아야 하고 조직 외부의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메모의 기술이 필요하리라 본다. 위의 몇 가지 차이점을 고려해본다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그 직원들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메모기술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강연에서 지적한 부족한 측면만 보완한다면 그 효과는 현재보다 몇 배나 더 커지리라 본다. 이미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잘 해 나라리라 의심치 않는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느끼게 해준 자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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