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현대차그룹(5)]품질개선으로 위기 넘긴 도요타 반면교사 삼아야[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3-03-07 오후 7:19: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2월 27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현대차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현대차그룹 편(5)] (5)현대차의 조직:

품질개선으로 위기 넘긴 도요타 '반면교사' 삼아야

소비자가 좋아하는 디자인 선택이 글로벌 기업 도약 지름길

사람 중시 않으면 창의적‧도전적 인재 유치 어려워

실적 위해 ‘신상필벌’ 좋지만 ‘상후하박’은 문제

(5)현대차의 조직: 일 & 사람


▲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크라이슬러용 컴플리트 섀시모듈 공장 라인.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가장 잘 모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가 다른 계열사에 비해 현대의 뚝심 경영, 현장중시 경영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어 현대차의 조직(Organization)을 평가하기 위해서 과거 현대그룹의 조직특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4번째 DNA인 조직을 일(job)와 사람(people)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소비자가 좋아하는 디자인 선택이 글로벌 기업 도약 지름길

현대그룹과 마찬가지로 현대차의 조직은 일사불난(一絲不亂)한 군대조직처럼 운영된다. 조직의 결정이나 명령이 불합리하다고 해도 일단 하달되면 이유를 묻지 않고 저지르고 본다. 특별한 기술이나 다양성이 필요하지 않았던 건설이나 자동차 조립생산에서는 이 방식이 높은 효율성을 발휘했다. 건설은 단순 토목이 주류였고, 자동차는 일본과 미국에서 기술을 도입하거나 부품을 수입해 껍데기만 덮는 수준으로 자체적인 기술개발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현대차가 급격하게 성장을 하기는 했지만 품질이나 디자인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현대차의 ‘군대식’ 조직특성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단순 조립과 생산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 군대식 정신으로 무장한 조직이 효율성을 발휘했지만 창의성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기술개발이나 디자인은 군대식 문화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디자인에서 호평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차의 외형을 모방한 것이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이유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몽구 회장이 극찬했다고 하는 신차의 판매량이 저조하고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창의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일본의 빅3에서 해결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현재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매김한 도요타자동차도 한때는 품질문제로 기업이 도산위기까지 직면하기도 했지만 카이젠(改善)이나 분임조활동 등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일본인도 군국주의 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어 현장을 중시하고 상급자의 명령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모시는 관행이 강했다.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후 ‘미국을 배우자’는 모토로 철저하게 미국을 연구했고, 불과 20여 년도 되지 않아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할 수 있었다.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의 빅3 기업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품질과 창의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의 간판 모델인 렉서스를 개발할 때 디자이너들이 조직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도록 배려한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품질을 향상시켰지만 디자인 문제로 한계에 직면한 것을 렉서스로 극복했다.

현대차는 아직 도요타의 렉서스와 같은 창의적인 모델을 낸 적도 없다. 판매대수로 글로벌 Top3가 되겠다는 구상을 하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조직을 닥달했지만 최근에는 양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상명하복과 통일성을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유지되는 한 합리적인 역할설정과 창의적인 디자인 능력이 계발되기는 어렵다. 정몽구 회장이 극찬했다고 자화자찬(自畵自讚)한 신차의 판매가 저조한 것은 회장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더 중요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70대의 정몽구 회장이 아무리 직관력과 판단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글로벌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면 회장은 싫어하지만 소비자가 좋아할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 이런 쓴소리를 할 사람이 없고, 회장이나 몇몇 경영진의 눈에 맞는 디자인이나 겉치레에 불과한 품질관리 노력으로 글로벌 Top기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획일성과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현장 중시형 조직문화는 품질향상에 역점을 두고, 디자인은 창의성과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조직이나 직원에게 맡기는 투 트랙(two-track)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사람 중시 않으면 창의적‧도전적 인재 유치 어려워

과거 모 대기업의 회장이 직원을 ‘머슴’이라고 표현해 샐러리맨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그 대기업은 각종 부정행위와 잘못된 투자결정으로 공중 분해됐고, 회장은 사법처벌을 받았다. 최근 각종 내부문제로 시끄러운 모 대기업의 회장은 ‘직원을 머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종으로 본다’고 한다. 머슴은 직장선택의 자유라도 있지만 종은 노예처럼 예속돼 죽어라 일만 해야 한다. 직원을 머슴이나 종으로 보는 대기업이 과연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현대그룹에서 분리 독립한 현대차를 위기로 몰고 간 내부고발사태도 직원의 인사불만에서 출발했다. 실적을 중시한 현대차는 등기 임원조차도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일반직원도 파리목숨처럼 해고하거나 좌천시키는 것이 일상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조직내부에 일방적인 지시만 있고, 목표달성 여부만 중요시 한다는 불평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재를 유인하고 양성하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의 인재상은 도전, 창의, 열정, 협력, 글로벌 마인드 등 5대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이고, 새로운 시각, 창의적 마인드를 탑재한 글로벌 미래전략 전문가를 찾고 있다. 기업의 비전에 적합한 인재를 수혈해 중장기 전략과제인 고객을 위한 혁신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구개발(R&D) 부문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 생산 부문은 열정과 도전의지를 가진 인재, 전략지원 부문은 창의적으로 업무에 몰입하는 인재, 디자인 분야는 감성적이고 창조적 마인드를 가진 인재 등 개별 직무의 특성에 부합한 인재상을 별도로 제시한다.

현대·기아차의 인재개발원은 내적 성실성 함양촉진(Integrity), 성과지향 인재개발 솔루션 제공(Achievement),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도모(Creativity), 업무 전문역량 개발지원(Expertise) 등으로 직원의 역량을 개발하고 창의적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목표(goal)를 정했다. 그룹의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육성을 하겠다는 미션(mission)을 가지고 있지만 창의적인 인재를 유치하고 양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은 단순하다. 먼저 인재를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하지 말고 일단 내부직원들을 잘 대우해줘야 한다. 객관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훌륭한 대우를 받는다면 천하의 인재가 몰려든다. 연봉 얼마 더 준다고 해서 창의적이고 우수한 인재가 몰려가지 않는다. 정몽구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인재를 좋아하고, 존중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모든 문제는 자신에게 있고, 기업문제의 해결책은 오너나 경영진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실적 위해 ‘신상필벌’ 좋지만 ‘상후하박’은 문제

현대맨은 순박하고 우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런 특성은 대량생산의 산업화 시대에 적합하였다. 최근에는 상명하복보다는 자율성을 보장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조직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의 동일한 문제점인 ‘상후하박(上厚下薄)’, 즉 윗사람의 잘못이나 허물에는 관대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가혹한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런 분위기에서 윗사람의 명령이 아랫사람으로부터 존경심과 순응을 이끌어내기란 어렵다.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은 아직도 ‘자신은 예외’라는 인식이 강해 당분간 현대차 조직내부의 갈등이 치유될 가능성이 낮다.

승진을 결정하는 데도 신상필벌(信賞必罰)이 확실하게 적용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실적을 중시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분야를 우대해 왔다. 2012년 임직원 인사에서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글로비스 등 실적이 좋은 계열사에 집중되었다. 승진자들의 직무는 매출에 기여도가 높은 영업과 R&D부문이다. 품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R&D부문에 대한 우대가 눈에 띈다. 기술력을 강화해 품질을 높여 글로벌 선도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채비를 갖추겠다는 의지다.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은 계열사의 승진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2011년에도 품질향상에 높은 기여를 했다고 연구개발인력에 대한 보상이 있었다. 하지만 2012년 하반기 미국에서 현대·기아차는 연비과장 등 품질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미국발 연비과장 논란이 현대차를 강타하자 경영진이 내놓은 대책이 논란의 대상이다. 현대·기아차의 기술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남양 연구소의 연구개발 본부장이 연구소 책임자는 아침 6시 회의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조직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훌륭한 대책이라고 평가하지만 6시 연구소 대기명령 자체가 연구소가 쇄신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창의성을 주창하면서 아직도 정신무장만 강조하는 것은 시대착오(時代錯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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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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