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삼성그룹(5)]공정위 조사 자료 무단 파기 등 직원 도덕불감증 고민해야[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2-11 오후 5:38: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2월 05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삼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삼성그룹 편(5)]

공정위 조사 자료 무단 파기 등 직원 도덕불감증 고민해야

“창의·혁신 인재 중용한다”고 하지만 시키는 일 잘하는 직원만 살아남아


▲ 강남 서초동 삼성타운

(5) 삼성의 조직(Organization): 일(Job) & 직원(People)

대기업의 조직(Organization)을 진단하면서 고민스러운 영역이 일(job)보다는 직원(people)이다. 대부분 국내 유수의 대학출신으로 우수한 인재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짧은 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한 것도 우수인재를 독점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어찌되었건 좋은 대학출신들이 학습능력이 뛰어난 것은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지적 능력과 창의력과는 관련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삼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최근 창의성을 요구하는데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다. 좋은 대학의 석·박사 학위출신들이 창의적인지, 아니면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산 사람들이 창의적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국내 최고의 기업인 삼성의 조직을 진단하고 제언하면서 인재에 대한 화두를 먼저 던져 본다.

각종 불미스러운 일에 우수 인재 연루 안타까워

기업의 직원도 기업의 이익을 위해 헌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정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법률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도 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학력의 우수 직원들이 각종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고 있어 안타깝다. 삼성직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 직원의 도덕 불감증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 방해, 각종 내부문건 무단파기 등이다.

2011년 3월 공정위 직원들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값 부풀리기’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수원사업장을 방문했지만 출입을 저지당했다. 그 사이 삼성전자 직원들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관련 자료를 무단으로 파기했다. 2012년 3월 공정위는 관련행위에 대해 과태료 4억, 과징금 23억 8000만원을 부과했다. 기업의 중요 영업비밀이 담긴 문서의 조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파기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불법행위를 감추기 위한 목적이라면 더더욱 용납할 수 없다. 상급자의 지시라고 해도 직원들이 망설임 없이 지시를 이행했다는 것도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김용철 변호사는 내부고발을 하면서 자신이 증거고, 삼성본사 금고에 각종 증거가 보관되어 있다고 증언을 했다. 검찰은 차일피일 압수수색을 미루었고, 결국 수사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각종 문서뿐만 아니라 금고자체도 없었다. 검사출신으로 그룹의 법무팀장을 했던 변호사가 존재하지 않는 금고나 문서를 있다고 했을 가능성은 낮다. 누군가의 지시와 행동에 의해 금고는 철거되고 관련 문서는 파기되었거나 옮겨졌을 것이라고 본다. 불법적인 문서와 자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누가 이런 지시를 자유롭게 하고, 그 지시에 따라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고 일을 수행한 직원들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기업이 소중한 만큼 내 사회도 소중하고, 상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사회의 가치와 법률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가치와 법률을 지킬 의사가 없다면 건전한 시민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시한 직원도, 명령을 따른 직원도 대학교육 이상을 받고 어려운 공채시험에 합격한 직원들의 행동이라고 믿겨지지 않는다.

대기업이 자사의 조직분위기를 반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직원을 선호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겉으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람을 중용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키는 일을 군소리 없이 잘하는 직원만 살아남는다. 톡톡 튀고, 개성이 강한 직원들은 제풀에 지쳐 중도에 퇴사를 한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조직분위기가 정상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기업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셈이다.

누구도 잘못된 부문을 비판하지 않으면 조직은 발전할 수 없다. 기업이 돈을 버는 것도 정상적인 사업방식에 의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 내부의 도덕불감증이 심하면 직원들은 이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할 수 없다. 누구나 언젠가는 조직을 떠나야 하고 세상은 외톨이들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조직을 떠나면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인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이다. 습관이나 태도는 수십 년간 몸에 배이면 죽기 전에는 버리기 어렵다. 조직에 속한 직원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노조 필요성 놓고 소모적 논쟁…조직 통합에 장애

2012년 7월 23일 삼성 일반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시위를 했다. 이전에도 삼성퇴직자를 중심으로 비공식 노조가 있었지만 이날 공식적인 노조운동이 시작된 셈이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전에는 노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지 25년이 되었지만 삼성은 아직 공식적으로 노조가 없다. 삼성의 일반노조가 설립되었지만 정상적인 노조는 아니다.

삼성의 경영진은 지금까지 직원협의회가 직원들의 의견을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노조가 필요한 이유가 근로조건 개선이나 급여인상인데 삼성은 직원이 요구하지 않아도 잘 알아서 처우해주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설립을 주장하는 직원들은 직원협의회는 어용단체에 불과하고 직원들의 의사를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대신 회사의 방침을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근로조건도 다른 기업에 비해 열악하고, 만약 노조가 있었다면 백혈병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작업환경에 삼성전자에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겠는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

삼성의 직원을 생산직과 관리직으로 나눌 수 있다. 생산직과 관리직 모두 유사한 업무를 하는 다른 기업의 직원들에 비해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관리직은 삼성의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도 급여가 높다. 자기계발, 정년에 대한 고민만 없다면 최고의 직장이라고 볼 수 있다.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에 급여가 높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정도 노동 강도를 가지지 않은 기업은 거의 없다. 생산직은 급여보다는 노동조건의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작업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라고 본다.

우리 속담에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것이 있다. 노조가 필요 없다는 경영진의 주장과 노조가 필요하다는 직원의 주장이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소모적인 논쟁으로 조직통합이 어렵다는 것이다. 노조설립 문제를 일부 직원들의 철없는 어리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목소리가 너무 크고, 사회적 지지도 높다. 이제 이건희 회장도 노조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혁신을 하라고 요구하기 이전에 자신의 생각과 행동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편향된 한국적 사고 버리고 현지화‧글로벌스탠더드 전략 절실

서초동 삼성타운 근처를 지나다니다 보면 삼성출입증을 목에 건 외국인들을 많이 만난다. 국내 다른 대기업에 비해 삼성이 외국인을 많이 채용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을 외치는 데는 외국직원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들 직원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다른 직원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는지, 지급하는 급여에 비해 충분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현지화(Localization)와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라는 용어를 떠올렸다.

현지화는 현지의 문화, 언어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중요시 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특정 국가나 문화에 적합한 것이 아니라 세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감성과 문화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이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고, 더 많은 숫자의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직원의 구성도 이런 점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삼성 내부의 노력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지만 다른 사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도요타자동차의 회장인 조 후지오(張富士夫)는 1999년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진정한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국별·성별을 불문하고 우수한 인재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모든 직원에게 세계적으로 일원화된 평가제도와 고과요소를 적용해 인사에 반영한다. 과거 일본 직원이 아니면 본사의 경영진이 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능력에 따라 승진이 가능하다. 모든 간부의 어학실력, 전문지식, 관리능력 등을 본사에서 인재 DB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주창하는 글로벌화도 조 후지오 회장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삼성의 주요 직원 구성을 보면 아직도 현지화도, 글로벌 스탠더드도 아닌 한국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삼성직원들은 자의식이 강하고 고집이 센 편이다. 뛰어난 실적에 대해서 자부심도 대단하다. 삼성직원들이 ‘세일즈 머신(Sales machine)’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한국형 사고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야 한다.

삼성전자가 일부 임원을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떠난다. 왜 이들이 떠나는지 이유를 파악해 개선하지 않으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재구상도 구호에 그치게 될 것이다. 외부의 전문가들은 삼성의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우수한 외국인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쉽게도 다른 계열사는 국내 사업위주로 글로벌 스탠더드가 뭔지도 모른다. 인재운용에 대해서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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