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삼성그룹(2)]HW는 세계 최고…디자인, 브랜드, SW보완 절실[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1-26 오후 6:20: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1월 21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삼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삼성그룹 편(2회)]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디자인, 브랜드, 소프트웨어 도약 절실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존경 받는 ‘100년 기업’이 한국민의 희망


▲ 삼성 강북 본사
(2) 삼성의 Vision: Goal & Responsibility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계열사별로 상응하는 비전(vision)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비전은 ‘Inspire the World, Create the Future’이다. 미래사회에 대한 영감을 불어 넣고, 고객(Industry), 사회(Partner), 임직원(Employee)의 새로운 가치를 도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류사회의 번영을 가져오는 새로운 미래를 창조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매출 목표 4000억 달러, 세계 10대 기업, 세계 1위 IT기업, 브랜드가치 5위 기업 등의 세부 목표를 세웠다. 비전은 기업이 미래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goal)이고 미션(mission)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방안이다. 비전은 달성 가능해야 하는데, 현실과 너무 괴리가 있으면 오히려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삼성의 비전을 목표와 책임(responsibility)의 관점에서 진단해 보자.

새 도약 발판 마련하기 위해 세운 비전 2020

삼성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들의 비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용어가 신성장동력 확충, 글로벌 선도기업, 브랜드가치 극대화 등이다. 최근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에버랜드 등 삼성 대표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다. 글로벌 경기악화로 인한 시장침체, 경쟁의 심화,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보실패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안하지 못한 국내 대기업은 제품의 모방, 제조원가 절감으로 글로벌 선도기업과 승부를 벌였다. 삼성전자도 하드웨어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디자인, 브랜드, 소프트웨어 등의 경쟁력은 보완이 절실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제조에만 머물러 있고 운영체제는 구글(Google)의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그룹 전체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사업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걸 높게 평가하지만 아직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애플(Apple)과 기업의 운명을 건 특허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이 싸움의 진정한 승자는 삼성이나 애플이 아니라 구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삼성전자 전시부스
이건희 회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하면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비전 2020을 세웠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몇몇 계열사의 비전 2020을 들여다보면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세계 유수의 병원이 되겠다는 삼성병원은 실제로는 지명도 측면에서 서울대병원이나 현대아산병원에 밀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그런대로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지만 다른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은 메이저 업체에 끼지도 못한다.

삼성전자의 비전 2020의 달성 가능성은 일단 긍정적임에도 냉정하게 평가하면 보완이 필요한 듯하다. 가전, 반도체, 휴대폰, LCD, 스마트폰 이외에 태양광사업, 바이오 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린사업, 태양광사업은 출발도 하지 못하고, 의료사업도 메디슨을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진척이 더디다. 신사업이 부진하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매출과 영업이익의 의존도는 심화되고 있다.

백혈병 논란 등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 가져야

재벌은 한국사회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제공했다. 가난한 전쟁 폐허국가에서 짧은 기간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는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한 이면에는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재벌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이 있었다. 수출경쟁력을 위해 원가절감을 신성시 하면서 협력업체와 공정한 거래나 근로자의 인권보호는 뒷전으로 밀렸다. 1987년 6·10항쟁 이후 근로자의 인권의식이 싹 텄고, 대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형식적인 수준이다.

2012년 7월 24일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의 일반노조가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집회를 개최했다.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는 삼성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본관 앞에서 집회활동을 방해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직원협의회가 있어 노조가 필요 없는 근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필요한 이유는 급여인상만은 아니다. 근로자의 인권보호나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도 급여협상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다.

10여 년 전부터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삼성전자 근로자의 백혈병 논란은 그동안 개별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지만, 국회나 시민단체가 나서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려고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해 직업병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제다.

근로자에 대한 처우와 인권 문제는 이제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하는 사안이다. 만약 삼성이 고용창출이나 국가경제 기여도만을 주장하면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비난과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질병 치료의 부담을 사회에 떠넘기기보다는 회사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보이는 게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삼성은 국내 1위의 대기업이고, GDP의 2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삼성의 사회적 책임이 어디까지인지가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삼성이 해외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이 잘못되면 한국경제가 무너진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삼성에게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서도 안 되지만 삼성 스스로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우리 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 삼성가 남매들
삼성이 최근 고민하고 있는 이슈가 ‘100년 기업’이라고 한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존경 받는 기업을 일구고 싶은 마음은 모든 기업가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이 목표를 위해 삼성은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 가문을 연구하고 있다. 스웨덴의 주요 기업을 모두 소유하고 오너경영을 유지해도 국민으로부터 존경 받는 이유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때문이다. 지위와 재산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질 때만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고 100년 기업으로 갈 수 있는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삼성은 100년 기업으로 태어나기 위해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문제와 그 해결책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내부에 있다.

빠른 혁신과 개선 통해 IT대표기업으로 성장

최근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구가하면서 삼성공화국이라는 용어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삼성의 영향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절대적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로 삼성의 영향력이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정부 관료나 정치인이 기업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친기업적 성향을 가지는 것은 너무 보편적인 현상이었지만, 법조계, 학계, 언론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이웃 일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80년대 소니(Sony), 2000년대 들어서는 도요타(Toyota)가 국가와 동일시되었다. 이들 기업을 비평하면 ‘매국노’가 되었고, 찬양하면 ‘애국자’로 지칭되었다. 소니가 버블경제 막바지에 미국의 유수기업들을 M&A하고 거침없는 행보를 거듭하자 일본 국민들은 열광했다. 공룡처럼 커지던 소니도 거품붕괴를 감당하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들어 도요타도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면서 세계 최고 제조기업으로 우뚝 섰다. 모두가 ‘도요타를 배우자’고 노래를 불렀지만 2010년 미국발 대규모 리콜 사태로 체면을 구겼다.

2011년 4월 애플이 삼성을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벌이자 국내 언론의 반응은 일제히 친삼성으로 돌아섰다. 애플이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한다는 것에서부터 미국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일환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했다. 독일, 영국, 호주 등 다른 국가의 재판결과는 삼성에게 유리한 판결도 있었고, 불리한 판결도 있었다. 하지만 삼성이 공들인 미국에서는 삼성이 1심 재판에서 졌다. 2012년 8월 미국 법원은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특허를 침해했다며 10억 달러(약 11조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절차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시장에서 삼성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삼성이 다른 기업이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혁신(innovation)과 개선(improvement)을 거듭해 단기간에 IT산업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애플과의 소송도 언론의 지지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는 실패했다. 삼성은 국내에서 권리만 행사하지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분명히 대단한 기업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협력업체나 중소기업과 상생하고 국내 소비자를 우대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기를 바란다. 세계 최고 일등기업 삼성에게 사회적 책임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크나큰 욕심일까?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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