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사업 기로에 서다[삼성문화4.0-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민진규 저]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0-25 오후 2:05:00
삼성,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라

1. 반도체 사업 기로에 서다.
2. 일본 부품업계가 담합하고 있다.
3. 특허경영도 양보다 질로 승부
4. 플랫폼 개발 전략이 절실
5. 디지털시대의 경쟁력은 혁신과 속도
6. 제품의 품질은 창의적 기업문화에서

1. 반도체 사업 기로에 서다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이다.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를 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컴퓨터로 보면 수식의 계산을 하는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이고, 계산한 결과값을 저장하는 것이 메모리 반도체이다.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의 저장장치는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이고, 중앙처리장치는 비메모리 반도체이다.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25퍼센트에 불과하고, 비메모리 반도체가 75~80퍼센트에 달한다. 앞으로 IT기술이 발달되고 각종 제품이 첨단화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확장될 영역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이다.

‘인텔 인사이드’라는 광고로 유명한 인텔, TI 등은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이다. 메모리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과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비메모리 시장의 점유율은 3퍼센트 미만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무역 흑자를 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자업계가 완성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입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국내 전자업계가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비메모리 반도체 부분의 수입으로 적자는 커진다. 메모리 반도체와 위탁생산에 치중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도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오랜 기간 막대한 돈을 투자했지만 아직 효과는 미미하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나타내는 것은 인텔이나 일본계 반도체 업체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고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얻은 반사효과이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설비나 원료의 대부분은 ‘Made in Japan’, 즉 일본제이다. 기술력을 쌓을 수 없고 환경문제, 직업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생산은 한국의 기업에 맡기고 이익률이 높은 원료나 장비의 개발은 일본이나 미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시장은 시장의 변화나 경기 흐름에 민감하기 때문에 안정된 이익이라보기 어렵다. 반도체 시장은 공급자 위주가 아니라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다. 과거 PC 시장이 침체되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급감해 삼성전자가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대규모 투자와 대규모 생산으로 인한 생산수율에 의존해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려운 고위험 사업을 하고 있다. 진정한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고 안정적인 이익을 보전받기 위해서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단순한 기술과 생산에 의존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는 오랜 연구개발로 기술을 축적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단기간의 성과에 의존하는 국내 대기업의 경영행태와 응용기술에만 집착하는 저급의 연구개발 인력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사고의 틀을 바꾸고, 기술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세대로 이어지는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며 10년, 20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삼성이 비메모리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체 기술개발은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가진 칩 설계업체를 M&A 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삼성문화4.0;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 민진규 저(국가정보전략연구소소장)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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