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없는 신사업 진출은 독[삼성문화4.0-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민진규 저]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0-14 오후 1:08:00
원칙 없는 신사업 진출은 독

최근 삼성 계열사가 발표하는 신사업에서 일관성을 찾기는 어렵다.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는 이유는 기존의 사업이 한계에 봉착했거나 성장세가 둔화돼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사업과는 동떨어진 사업이 성공하거나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가 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계열사들이 진출하는 신사업의 대부분은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의 사업 언저리에서 이익을 나눠 먹자는 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과 보안을 주력으로 하던 삼성테크윈은 한때 효자사업이있던 카메라 모듈 사업을 적자누적으로 2011년 4월에 철수한다고 발표했고, 대신 의료용 소모품 제조·판매업과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가했다. 방산·기계 전문기업이 의료사업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약하고, 반도체 장비나 전기 재료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맞지 않다.

최근 제일모직의 실적 호전이 삼성전자에만 납품하는 편광판 사업 때문이라는 점에 미루어볼 때 반도체 회로 보호제(EMC) 사업 등 전자재료 부문의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일모직은 친환경 수처리 사업에도 진출하고자 정관을 바꿨다. 세계적인 물 부족 사태와 개발도상국의 상하수도 시설 확보가 유망한 사업으로 떠올라 선진국 환경기업이 대거 진출하는 상황을 감안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섬유가공업과 수처리 사업과의 연계성을 찾기는 어렵다.

삼성정밀화학도 본업과 관련성이 낮은 사업을 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원료를 만들어 삼성전기에 공급하고, 삼성전자의 레이저 프린터에 들어가는 컬러 토너를 납품한다. 국내 보안 1위 업체인 에스원은 분묘분양 및 장례 서비스 사업을 추가했다. 중소규모 상조업체가 불법경영으로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사이 연간 6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평가 받는 상조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에스원은 바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지만 삼성생명, 삼성병원 등과 연계관계가 높아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의료민영화 사업 추진에도 이들 계열사가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국내 1위 e-러닝 업체인 크레듀는 여행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했다. 2010년 10월에 삼성의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SDS가 크레듀의 대주주가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신규사업의 추가와 더불어 추진되고 있는 것이 해외진출이다. 그동안 동네 구멍가게로 지칭되던 삼성의 금융계열사도 해외로 나가기 위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삼성증권은 투자목적의 회사를 설립하고, 중국,동남아 금융회사와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소위 말하는 동북아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글로벌 Top10으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제시한 것이다.

100년, 200년 노하우를 축적하고 거대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즐비한 금융시장에서 국내 1위 자리도 위태로운 삼성증권이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것 가체가 무모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브릭스펀드에 대한 평가능력도 없이 국내에 무차별적으로 유통시켜 엄청난 손실을 일으킨 국내 증권사가 뉴욕, 홍콩, 런던, 싱가포르 등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벌이고 잇는 자산운용사와 경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은 외식서비스, CCTV, 정보통신, 화학, 에너지 등의 사업영역에서 외부 기업이 아니라 계열사 간 충돌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강력한 권한을 가진 구조본에서 통합하고 조정하면 되었지만, 현재 미래전략실은 계열사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 2011년 연초부터 시작한 사업조정이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다. 본업으로는 성장한계에 도달했거나 사양산업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로서는 생사에 관련된 문제라 양보하기도 어렵다. 신라호텔의 베이커리사업 진출과 같이 뚜렷한 사업비전 없이 후계자의 취미나 개인적인 경영체험을 쌓기 위해 연관성이 낮은 사업에 무차별적으로 진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업도 기업문화와 적합한 것을 선택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나고,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삼성의 신사업 전반을 재평가해 조정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하겠다.

(삼성문화4.0;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p170 민진규 저 2011년 9월 8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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