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진단-윤리경영:한국수자원공사편 1]정치간섭에서 벗어나야 할 수공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0-08 오후 3:48: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팀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 국내와 해외의 연구성과물을 토대로 현실적인 새로운 지표 개발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9월 5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윤리경영 대해부'를 통해 기업을 평가하고 진단함으로서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9월 26일자 신문에 실린 [윤리경영 대해부] 한국수자원공사편 기사를 소개합니다.

[기업진단-윤리경영]

[김백건의 윤리경영 대해부-한국수자원공사 편]

윤리위 운영·실천정책 수립으로 '청렴선도 클럽상' 받아

'4대강 사업 담합' 사실도 파악 못해 감시시스템에 문제점 노출

▲ 4대강 사업으로 탄생한 창녕합천보
[그린경제=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장] 요즘 한국에 대동강물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이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주요 하천에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둬 두고 팔아 먹는 기업이 K-Water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자원공사)다. 수자원공사는 ‘세계 최상의 물 종합 서비스 기업’을 비전(vision)으로 수자원을 종합적으로 개발‧관리하여 생활용수 등의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수질을 개선함으로써 국민생활의 향상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윤리경영이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경영도구(methodology)라는 점을 인식해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윤리경영이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실천의지 속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한전의 사례에서 봤다. 수자원공사의 윤리경영을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8-Flag Model를 적용해 보자.

정치적으로 독립하려면 사장의 기개가 중요

▲ 춘천댐◆Leadership=윤리경영 측정모델을 개발하면서 가장 고민한 요소가 리더십이다. 오너/경영진, 임직원의 윤리경영 준수의지를 평가하는 영역으로 ‘공기업의 사장이나 임직원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한다. 특히 주인이 없어 정치적 영향에 휘둘리는 공기업의 사장은 필요한 자질을 정의하고 그 자질을 갖춘 사람을 임명하는 것은 국가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기개(backbone)가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기개라는 말은 소신을 가지고 옳은 일(the right thing)을 꿋꿋하게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업의 설립목적에 부합한 사업을 공익적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소신을 가지지 못했다면 공기업의 사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치적 차원에서 결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부채를 안긴 4대강, 경인운하 사업을 맡기로 결정한 경영진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가위기로 번지고 있는 국가부채문제에 방만한 공기업의 운영도 한몫을 하고 있다. 공기업이 공익성과 사업성,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을 떠 맡아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영향이나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기개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사장을 선임하면서 이런 자질을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정치적 결단을 잘 하는 인사가 공기업의 사장이 되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된 셈이다.

자신의 연임이나 자리보전을 위해 오히려 더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가 된다. 수자원공사의 사장도 막대한 부채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고 2012년 7월에 연임이 결정됐다. 2012년 시무식에서 김건호 사장은 윤리경영 실천을 강조했고, 4월에는 수자원공사가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한국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공기업 부문을 수상했다. 새로운 임원의 임명식에서 직무청렴계약을 체결하고, 윤리위원회도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경영진의 윤리경영 준수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챙기지 못한 것이다.

윤리헌장보다는 사회적 감사가 더 효율적 수단

◆Code=수자원공사의 윤리헌장은 한전 등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내용적으로 매우 잘 구성되어 있다. 2000년 처음 제정할 때는 선언적 내용이 많았지만 2004년도에 전면 개정해 윤리강령을 구체화했다고 한다. 윤리강령은 총칙, 직원의 기본윤리, 환경보호노력,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 직원에 대한 책임, 노사화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적으로 한전보다는 부실하기는 하지만 일반 기업보다는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비윤리적인 업무가 계약부문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계약서비스헌장’을 별도로 만들었다. 계약서비스헌장의 주요 내용은 고객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우하며, 경쟁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노력을 발판으로 상호신뢰를 구축해 공존 및 공동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서비스기업’이고 협력업체의 기술과 노하우로 발전한다는 점을 일찍 인지한 결과로 보인다.

◆Compliance=수자원공사는 윤리경영, 부패방지 담당 주요 부서장을 중심으로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윤리위원회는 기업윤리 실천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윤리경영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한다. 직원의 행동규정, 공익신고지침 등을 제정했다. 부적절한 법인카드의 사용을 감시‧감독하기 위해 클린 법인카드제도를 도입했다.

감사실이 반부패‧청렴업무를 총괄하고 경영관리실이 윤리경영과 경영공시를 총괄하고 있으며 별도의 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감사실은 본사‧현장 부서별 자체 추진기구와 윤리리더를 통제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업무 전 분야에 걸쳐 부정부패 요인을 실시간으로 감시‧적발, 위험을 경고하는 ‘지능형 상시 모니터링시스템(WARN)’을 운용한다는 이유로 2012년 6월 국가권익위원회가 지정하는 청렴 선도클럽(Clean Champion Club, CC Club)에 지정됐다.

하지만 상장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현대 등 대형 건설사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담합했다는 이유로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달청은 이들에게 2년 동안 정부입찰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수십 조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사업의 담합사실도 파악하지 못하는 감시시스템으로 상을 받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시스템은 논리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실용적으로는 ‘제로(0)’라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한 명의 도둑을 열 사람이 막지 못한다’는 격언이 있지만 4대강 담합은 일반 상식수준의 지식과 식견만 가졌다면 충분히 적발할 수 있었다고 본다. 수자원공사의 사례는 도둑의 숫자와 관계없이 지키려는 사람의 의지가 중요함을 나타낸다. 사회적 감사(social audit)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직간접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신하기 위한 사회의 리뷰(review)’라고 볼 수 있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여론이나 언론의 보도내용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구성원의 윤리수준 높이지 않으면 윤리교육도 무용지물

▲ 서울, 인천, 경기 공동협약 체결식◆Education=수자원공사의 윤리교육 프로그램은 사이버교육과 현장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교육의 목적은 윤리경영에 대한 직원들의 의식변화를 유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사이버 교육은 기업윤리, 공사의 윤리강령 및 행동규정으로 구성됐고, 현장교육은 부패방지의식을 제고하는 인식전환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사이버 교육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교육종료 후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총괄평가, 문제점 및 보완사항 등을 논의하는 관계부서 회의도 개최한다.

이런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도에는 직원 수십 명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투기를 해 시세차익을 얻어 징계를 받았다. 특정 사회에 속한 기업 구성원의 윤리경영의 실천의지는 그 사회 구성원의 윤리준수 의지와 동일하다. 2006년도는 전국적인 부동산 광풍이 불던 시기로 부동산으로 돈을 벌지 못하면 바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윤리교육을 아무리 시켜도 사회윤리 수준이 낮기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당시는 수자원공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공기업, 공무원 치고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교육의 내용이나 질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윤리교육의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Communication=기업의 비전과 미션을 수립하는 과정에 구성원의 의사가 잘 반영돼야 한다. 수자원 공사는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해외매출 50% 달성, 유역 댐관리 일원화, 수도사업 통합화, 친수공간 재창조, 녹색에너지 선도 등 5대 전략사업을 지정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매출을 늘리고, 친수공간을 재창조하고, 녹색에너지를 선도하는 사업을 구성원의 합의(consensus)에 의해 정해진 것인지가 중요하다.

수자원공사에 막대한 부채를 안긴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는 수자원공사의 노조도 재정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던 사업이다. 경영진이 설득해서 흔쾌히 동의했다고 주장하기는 하나 적절한 의사소통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이다.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없다는 내부보고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동량이나 경제성을 부풀려 사업을 강행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인운하의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해 인천항만공사와 협약을 맺어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하지만 물 관리를 해야 하는 수자원공사의 설립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수자원공사가 벌이는 사업을 보면 택지와 산업단지개발을 하는 LH공사, 전력을 생산하는 한전과 겹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산업단지를 조성해 분양하고, 조력발전과 태양열 발전시설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해외 댐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건설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축해 동반 진출하는 것을 보면 건설회사다. 공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국내 상하수도를 관리하는 수자원 공사가 굳이 해외사업을 하고, 다른 공기업의 사업을 중복해서 할 필요성이 있을까?

- 계속 -

/김백건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윤리경영연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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