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개편논란과 바람직한 방향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6 오후 4:30:00
최근 신임 국정원장의 임명과 청문회과정에서 후보자 개인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역할 등에 관한 다양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 논란은 작년 촛불정국에서 전임 국정원장의 역할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문책론까지 불거지면서 국정원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임 국정원장 후보의 정보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고, 현직 대통령과 너무 친밀한 관계, 병력미필논란 등 자격시비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집권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지지도가 바닥인 대통령과 정부, 거대여당이면서 정국주도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저항에 맥을 못 추고 있다. 국정원의 개편논란과 바람직한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의 몇 가지 이슈와 대안을 살펴보자.

먼저 국정원 국내부문과 해외부문의 통합논의이다. 지구촌이 하나가 되는 글로벌 시대에 국내 부문과 해외 부문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논리이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또한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이 경제력에 걸 맞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해외정보와 국내정보부분을 통합하여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필요하리라 본다. 다만 국내부문과 해외부문의 통합을 통해서 국내 정치사찰이나 정치 개입 등 부정적인 요소를 덮으려는 위장전술이 아닌가 하는 시각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진정한 의도가 우려하고 있는 사항과 다르다면 국내부문과 해외부문의 통합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둘째 국내 정치사찰을 강화하여 통치권자의 정무기능을 보좌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군사정부 시절, 중정과 안기부의 잘못된 관행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역사의 퇴보라고 주장한다. 정치사찰은 일견 여당에게 유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야당, 종국적으로 국민에게 치명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다. 가장 민주화되었다고 하는 미국의 정보기관도 정치사찰을 하고, 국정원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국정원의 과거 역사를 고려해볼 때 정치사찰활동이 긍정적인 결과보다, 수집한 정치정보의 부정사용을 통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국내 정치사찰보다 해외 정치사찰에 더 집중하는 것이 국가안보와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셋째 국정원법의 개정과 반테러관련법률의 제정은 국가안보와 이익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된 정보 수집업무까지 한다면 국가안전보장이라는 개념정의에 대한 명확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국가안보와 정권안보, 국가이익과 정권이익의 개념을 혼동하고, 아니 고의적으로 일체화하였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합의 없이는 국민지지를 획득하기도 어렵고 과거에 마찬가지로 악용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정권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침해한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았다. 테러방지법도 국민의 인권 침해가능성이 있는지 충분하게 검토하고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 기존의 법률로 테러방지가 어렵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면 새로운 법률의 제정보다는 기존 법률의 개정 및 보완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계가 민주화되고 2차 대전 이후의 오랜 평화로 국가정보기관의 필요성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느 강대국도 정보기관의 역할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을 위해 국가정보기관의 임무와 조직을 확장하고 강화시키는 추세이다. 따라서 국가정보원장의 후보자의 자질과 흠결 논란, 현정부의 낮은 지지도, 집권여당의 정치적인 의도와는 관계없이 국가안보를 공고히 하고 국가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국가정보기관의 상을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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