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A국장 경질과 위상실추를 보면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1-04-15 오후 9:43:00
미국 CIA는2차대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1947년 창설됐다. 59년 동안 미국 정보기관의 ‘맏형’역할을 해 온 CIA의 자리가 냉전이 끝난 뒤 흔들리게 되었다.

구 소련국가들의 정치, 군사정보 수집임무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자, 93년 2월 정치 첩보에서 경제 첩보로 역할 전환을 선언했지만 각국의 첨단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미국 산업기술 유출을 막는 낯선 임무에 적응하면서부터 본연의 역할에 걸맞는 실적을 내지 못하였다.

특히 9ㆍ11테러를 전후해 몇 차례 정보 오판은 신뢰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전의 참전구실로 내세운 대량살상무기 실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라크전 승리이후에도 전쟁의 구실은 대향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아서, 전쟁의 명분을 잃게 만들었다. 이런 명분 상실은 전쟁 동맹국에게까지 신뢰를 잃게 만들었으며, 이라크의 반정부 집단들에게 대미항전의 불씨를 붙여주었다.

포터 고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5월 5일 돌연 사임하고 후임에는 국가정보국(DNI) 부국장인 마이클 헤이든 장군이 내정됐다. 경질의 핵심은 총체적 위기에 빠진 CIA에 대한 불신때문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특히 이번 인사로 9ㆍ11테러 이후 정보기관의 ‘맏형’으로서의 위상이 실추돼온 CIA 는 더이상 미국 정보당국의 중앙이 아니라 한 부분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냉전 시대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CIA는 이미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권에서 미국 정보계 수장 역할을 DNI에 뺏기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특히 911테러 이후 위상 회복을 위해 노력한 여러 국장들은 결국 정보기관 간의 세력싸움에서 지고만것이다.

특히 2004년 9월 부임한 고스 전 국장은 CIA 개혁을 내세우며 기존 위상을 되찾으려 노력했지만 존 네그로폰테 DNI 국장에 밀린 것이다. 더욱이 네그로폰테 국장의 오른팔인 마이클 헤이든 DNI 부국장이 신임 CIA 국장에 지명되면서 CIA는 DNI에 완전히 ‘접수’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헤이든 CIA 국장 지명자는 평소 CIA 권한 축소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인물로, 그가 국장에 취임하면 CIA는 군소 정보기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정보당국은 국내 범죄를 다루는 연방수사국(FBI), 국방성이 중심이 되어 전세계 군사정보를 담당하는 국방정보국(DIA), 국내외 정치정보수집을 담당하는 중앙정보국(CIA), 전세계 각종 통신 정보를 수집 감청하는 국가안보국(NSA) 등이 있다. 이중에서 국가안보국이 최근 많은 권한과 예산을 집행하는 중심 기관이 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대부분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의하여 운영된다. 한 기관이 독주를 하거나, 정보를 독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가장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활동으로 전세계 정보전략을 수립하여 최강대국으로 군림하려는 미국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의 실정은 어떠한가? 어느 한 정보기관이 정보를 독점하고는 있지 않은지?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면 어떻게 해소하고 조정할 것인지? 이대로의 정보기관 구조가 옳은지? 이들이 제대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여러 의문점들이 들고 있다. 아마도 최근에 국회에서 국정원의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번에 좋은 대안이 나와서,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국가정보전략과 정보원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