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정원 채용 준비방법 ⑲ 100세 시대에 국가정보기관 직원으로의 인생설계 - 민진규 교수(합격의 법학원)
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12.17 11:30 입력
▲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
최근 미국 조지 H W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전 대통령이 94세로 사망했다. 부시는 해군 최연소 전투기 조종사로 2차 대전에 참전했고, CIA 국장을 역임한 정보전문가였다. 레이건 정부에서 부통령을 8년간 역임한 이후 1989년 41대 대통령에 취임했고, 1990년 이라크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1992년 빌 클린턴에게 패배한 이후 인권단체와 자선단체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재임기간 중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퇴임한 이후 끊임없는 도전과 사회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이후 북한을 방문하는 등 평화활동으로 인기가 더 좋고 존경을 받는 지미 카터(Jimmy Carter)와 마찬가지이다.
부시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은 인생역정이 정보전문가의 현대 역할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차 대전에 참전해 최전방 전투를 경험했으며 제대 이후 사업가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 동서냉전의 치열한 대립과 이후 사회주의 붕괴를 현장에서 경험했다. 대통령에서 퇴임한 이후 평생 쌓아온 지혜로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흔히 정보전문가는 지도자가 아니라 참모로 인생의 목표를 삼아야 하며, 정치보복을 당해 인생 말년은 외롭거나 어렵게 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과도한 권력욕으로 인생 2막을 보낸 정보전문가의 삶은 역사적 교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처럼 정보전문가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행복한 인생을 얼마든지 살 수 있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자.
▲ 100세 시대 정보전문가의 인생행로
▶ KPI를 통한 지속적인 점검과 개선만이 더 나은 인생을 보장해
의학의 발달과 경제적 풍요로 인해 인간이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공으로 생산한 장기로 나쁜 장기를 교체하고 줄기세포로 영원한 젊음도 향유할 수도 있다. 100세 시대에 국가정보기관 직원으로서 인생설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100세를 산다고 가정하고 인생을 0~30세의 인생 1막, 31~60세의 인생 2막, 61~100세의 인생 3막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세부 지향점, 특징,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생 1막은 태어나서 30세까지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열정적인 노력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에 아무리 노력해도 인생이 나아지지 않아 청년층들이 7포세대, 8포 세대 등의 자조적인 용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곡식을 수확할 수 없기 때문에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인생 1막의 특징은 1차 사회화 과정, 정체성 혼란의 시기,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도 등이라고 볼 수 있다. 1차 사회화 과정을 ‘사춘기’를 말하기도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특성을 파악하고 ‘내가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등 원초적인 질문과 정답에 목마른 시기이다. 질풍노도처럼 밀려오는 의문과 혼란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 준비기의 KPI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 진취적인 기상, 합리적인 태도 등이다. 흔히 ‘얘 어른’이라는 말도 사용하지만 청년은 청년의 태도(attitude)를 갖고 행동해야 청년다운 것이다. 불안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기성세대에 주눅들지 않는 진취적인 기상을 보여야 한다. 최근 ‘소확행’이라고 ‘소심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도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장려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인생 2막은 직업과 직장을 선택한 이후부터 정년 퇴직하는 60세까지의 성장기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을 인생 목표로 삼아야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조직지향적 지식과 경험에 머물러 있는데 시장지향적인 지식과 경험의 습득을 소홀하게 되면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게 된다.
인생 2막의 특징은 2차 사회화 과정, 올바른 가치관 정립,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진격 등이다. 책에서 읽은 인생의 지혜와 자신이 세상에 나와 경험하면서 느끼는 처세술은 다를 수 있다. 작금의 한국사회에서 정직하고 이타적인 사람은 망하고, 부도덕하고 이기적이며 야비한 인간은 출세하고 부를 축적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올바른 가치관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고민하고 한번 정돈한 이후에는 앞과 뒤 혹은 옆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앞만 보면서 황소처럼 달려 나가야 한다.
스스로 중년 인생을 보람차게 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KPI는 현실에 충실, 지속적인 노력, 건전한 소양 등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 충실 한다는 것은 처지에 만족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돈이나 허영’때문에 ‘남의 밥상’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뜻이다. 내가 선택한 정보기관이라는 직장과 정보전문가라는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만 하면 된다. 건전한 소양을 가져 주변인과 사회로부터 배척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인생 3막은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 죽을 때까지의 황금기로 후학양성과 사회기여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퇴직 이후에도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면 인생이 구차스러워진다. 대학이나 교육기관의 강단에 서지 않더라도 주변의 가족과 후배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생 3막의 특징은 3차 사회환원 과정, 지혜의 발현과 전파,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실천 등으로 주변과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하는 시기이다. 뛰어난 능력과 끊임 없는 노력으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했지만 국가와 사회가 나에게 배려해준 기회에 감사하며 사회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수십 년간 축적한 지식과 경험에서 지혜를 이끌어 내고 이를 주변에 전파하면서 남을 가르치고 배우는 생활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인생 황금기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KPI는 과거로부터 교훈 습득, 전략적 사고와 비전제시, 자부심과 겸손 등이다. 유능한 사람도 실수를 범할 수 있으며 시행착오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면 값진 실패가 될 수 있다. 나와 주변인을 위해 전략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살아온 인생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많은 것을 이뤘다고 의시대지 않고 겸손한 자세를 갖추면 말년이 편안해진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평범한 경구를 잊지 않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100세 시대에 정보전문가로서 보람찬 인생을 살려면 인생 1막, 인생 2막, 인생 3막에 적합한 지향점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 자신이 각 단계별로 제대로 살고 있는지 KPI로 점검해야 한다. 지속적인 노력과 점검, 개선만이 더 나은 인생으로 이끌어 가는 나침반이 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생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지만 반대로 측정할 수만 있다면 좋게 개선할 수 있다. 개인마다 가치관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인생의 성공 여부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위에서 제시한 KPI를 잘 응용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 풍전등화에 빠진 21세기 한국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정보전문가
정보전문가로 30여년을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했다. 해외생활과 컨설턴트, 저술가, 강연가, 경영자 등으로 인생 2막을 보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2011년 ‘직업이 인생을 결정한다(배움, 2011)’를 출간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정보전문가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지만 인생 1막에서 나의 자질과 적성을 제대로 찾지 못해 방황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직장과 직업은 ‘호구지책’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아실현의 장’으로서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보전문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기로 결심했거나 정보 분야에 근무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전문가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 살고자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몇 가지 실천요령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전문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적성을 먼저 평가하는 것이 좋다. ‘007 영화’와 같은 첩보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정보전문가의 인생이 반드시 화려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70년 이상 포기하지 않으려면 적성에 맞아야 한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평상 시에 호기심이 많은지, 분석적 사고를 할 수 있는지, 원칙에 충실한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지, 자신보다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지 등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해야 한다. 혼자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주위의 선배, 스승을 찾아서 대화하고 깊은 사색을 통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째, 정보전문가는 평생 동안 진실만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굳건한 의지(will)와 초개 같은 기개(backbone)를 가질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유혹에 흔들려 정보를 오염시킨다면 자신의 인생이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유능한 정보전문가가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상황에서도‘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아야 한다. 유사 이래 정보를 손에 넣은 자가 천하를 지배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권력을 쥐려는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원하고, 뛰어난 정보전문가를 모셔가기 위해 ‘삼고초려’도 주저하지 않는다. 정보도 올바른 세상을 펼치는데 활용했을 때 그 가치가 빛나며 그렇게 돼야 그 정보를 생산한 정보전문가의 인생도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 정보전문가는 ‘만능 재주군’이어야 되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정보전문가는 세상이 나아갈 방향을 찾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솔루션(solution)을 창조하는 탐정이기 때문에 세상을 많이 파악해야 한다.
21세기 들어서 정보통신기술(ICT)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인터넷의 연결로 세계가 하나되면서 배워야 할 지식과 기술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과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 세계 역사를 배우고 문화적 체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다수의 외국어도 배워야 한다. 모든 기술과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천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보전문가를 직업으로 선택하지만 모두가 성공적인 정보전문가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70여년 동안 국내 정보기관에 수 많은 사람들이 근무했고, 이들 모두 정보전문가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지만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반증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정보전문가는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이다. 개인적인 영달보다는 충성과 의리가 무엇인지 보여줬으며 뛰어난 학식과 지혜로 세상이 나아가야 할 비전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와 마찬가지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풍전등화 같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면 제갈공명과 같은 현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전투구의 싸움질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에 국가의 장래를 맡기고 있어 오싹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개인적 과민반응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 계속 –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 합격의 법학원 국정원 직무마인드 전임 민진규 교수
최근 미국 조지 H W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 전 대통령이 94세로 사망했다. 부시는 해군 최연소 전투기 조종사로 2차 대전에 참전했고, CIA 국장을 역임한 정보전문가였다. 레이건 정부에서 부통령을 8년간 역임한 이후 1989년 41대 대통령에 취임했고, 1990년 이라크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1992년 빌 클린턴에게 패배한 이후 인권단체와 자선단체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재임기간 중에는 인기가 없었지만 퇴임한 이후 끊임없는 도전과 사회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이후 북한을 방문하는 등 평화활동으로 인기가 더 좋고 존경을 받는 지미 카터(Jimmy Carter)와 마찬가지이다.
부시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은 인생역정이 정보전문가의 현대 역할모델(role model)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차 대전에 참전해 최전방 전투를 경험했으며 제대 이후 사업가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 동서냉전의 치열한 대립과 이후 사회주의 붕괴를 현장에서 경험했다. 대통령에서 퇴임한 이후 평생 쌓아온 지혜로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흔히 정보전문가는 지도자가 아니라 참모로 인생의 목표를 삼아야 하며, 정치보복을 당해 인생 말년은 외롭거나 어렵게 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과도한 권력욕으로 인생 2막을 보낸 정보전문가의 삶은 역사적 교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처럼 정보전문가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행복한 인생을 얼마든지 살 수 있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자.
▲ 100세 시대 정보전문가의 인생행로
▶ KPI를 통한 지속적인 점검과 개선만이 더 나은 인생을 보장해
의학의 발달과 경제적 풍요로 인해 인간이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공으로 생산한 장기로 나쁜 장기를 교체하고 줄기세포로 영원한 젊음도 향유할 수도 있다. 100세 시대에 국가정보기관 직원으로서 인생설계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100세를 산다고 가정하고 인생을 0~30세의 인생 1막, 31~60세의 인생 2막, 61~100세의 인생 3막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세부 지향점, 특징,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생 1막은 태어나서 30세까지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로 열정적인 노력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에 아무리 노력해도 인생이 나아지지 않아 청년층들이 7포세대, 8포 세대 등의 자조적인 용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곡식을 수확할 수 없기 때문에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인생 1막의 특징은 1차 사회화 과정, 정체성 혼란의 시기,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도 등이라고 볼 수 있다. 1차 사회화 과정을 ‘사춘기’를 말하기도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특성을 파악하고 ‘내가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등 원초적인 질문과 정답에 목마른 시기이다. 질풍노도처럼 밀려오는 의문과 혼란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 준비기의 KPI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 진취적인 기상, 합리적인 태도 등이다. 흔히 ‘얘 어른’이라는 말도 사용하지만 청년은 청년의 태도(attitude)를 갖고 행동해야 청년다운 것이다. 불안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기성세대에 주눅들지 않는 진취적인 기상을 보여야 한다. 최근 ‘소확행’이라고 ‘소심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도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장려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인생 2막은 직업과 직장을 선택한 이후부터 정년 퇴직하는 60세까지의 성장기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을 인생 목표로 삼아야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조직지향적 지식과 경험에 머물러 있는데 시장지향적인 지식과 경험의 습득을 소홀하게 되면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하게 된다.
인생 2막의 특징은 2차 사회화 과정, 올바른 가치관 정립,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진격 등이다. 책에서 읽은 인생의 지혜와 자신이 세상에 나와 경험하면서 느끼는 처세술은 다를 수 있다. 작금의 한국사회에서 정직하고 이타적인 사람은 망하고, 부도덕하고 이기적이며 야비한 인간은 출세하고 부를 축적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올바른 가치관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고민하고 한번 정돈한 이후에는 앞과 뒤 혹은 옆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앞만 보면서 황소처럼 달려 나가야 한다.
스스로 중년 인생을 보람차게 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KPI는 현실에 충실, 지속적인 노력, 건전한 소양 등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 충실 한다는 것은 처지에 만족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돈이나 허영’때문에 ‘남의 밥상’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뜻이다. 내가 선택한 정보기관이라는 직장과 정보전문가라는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만 하면 된다. 건전한 소양을 가져 주변인과 사회로부터 배척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인생 3막은 직장에서 퇴직한 이후 죽을 때까지의 황금기로 후학양성과 사회기여를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퇴직 이후에도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면 인생이 구차스러워진다. 대학이나 교육기관의 강단에 서지 않더라도 주변의 가족과 후배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생 3막의 특징은 3차 사회환원 과정, 지혜의 발현과 전파,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실천 등으로 주변과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하는 시기이다. 뛰어난 능력과 끊임 없는 노력으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했지만 국가와 사회가 나에게 배려해준 기회에 감사하며 사회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수십 년간 축적한 지식과 경험에서 지혜를 이끌어 내고 이를 주변에 전파하면서 남을 가르치고 배우는 생활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인생 황금기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KPI는 과거로부터 교훈 습득, 전략적 사고와 비전제시, 자부심과 겸손 등이다. 유능한 사람도 실수를 범할 수 있으며 시행착오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면 값진 실패가 될 수 있다. 나와 주변인을 위해 전략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살아온 인생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다. 많은 것을 이뤘다고 의시대지 않고 겸손한 자세를 갖추면 말년이 편안해진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평범한 경구를 잊지 않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100세 시대에 정보전문가로서 보람찬 인생을 살려면 인생 1막, 인생 2막, 인생 3막에 적합한 지향점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 자신이 각 단계별로 제대로 살고 있는지 KPI로 점검해야 한다. 지속적인 노력과 점검, 개선만이 더 나은 인생으로 이끌어 가는 나침반이 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생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지만 반대로 측정할 수만 있다면 좋게 개선할 수 있다. 개인마다 가치관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인생의 성공 여부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위에서 제시한 KPI를 잘 응용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 풍전등화에 빠진 21세기 한국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정보전문가
정보전문가로 30여년을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했다. 해외생활과 컨설턴트, 저술가, 강연가, 경영자 등으로 인생 2막을 보내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 2011년 ‘직업이 인생을 결정한다(배움, 2011)’를 출간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정보전문가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지만 인생 1막에서 나의 자질과 적성을 제대로 찾지 못해 방황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직장과 직업은 ‘호구지책’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아실현의 장’으로서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보전문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기로 결심했거나 정보 분야에 근무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전문가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 살고자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몇 가지 실천요령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보전문가라는 직업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적성을 먼저 평가하는 것이 좋다. ‘007 영화’와 같은 첩보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정보전문가의 인생이 반드시 화려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70년 이상 포기하지 않으려면 적성에 맞아야 한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선택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평상 시에 호기심이 많은지, 분석적 사고를 할 수 있는지, 원칙에 충실한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지, 자신보다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지 등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해야 한다. 혼자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주위의 선배, 스승을 찾아서 대화하고 깊은 사색을 통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째, 정보전문가는 평생 동안 진실만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굳건한 의지(will)와 초개 같은 기개(backbone)를 가질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유혹에 흔들려 정보를 오염시킨다면 자신의 인생이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유능한 정보전문가가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상황에서도‘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아야 한다. 유사 이래 정보를 손에 넣은 자가 천하를 지배하는 것은 불문율이다. 권력을 쥐려는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양질의 정보를 원하고, 뛰어난 정보전문가를 모셔가기 위해 ‘삼고초려’도 주저하지 않는다. 정보도 올바른 세상을 펼치는데 활용했을 때 그 가치가 빛나며 그렇게 돼야 그 정보를 생산한 정보전문가의 인생도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 정보전문가는 ‘만능 재주군’이어야 되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정보전문가는 세상이 나아갈 방향을 찾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솔루션(solution)을 창조하는 탐정이기 때문에 세상을 많이 파악해야 한다.
21세기 들어서 정보통신기술(ICT)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인터넷의 연결로 세계가 하나되면서 배워야 할 지식과 기술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과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 세계 역사를 배우고 문화적 체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다수의 외국어도 배워야 한다. 모든 기술과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천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보전문가를 직업으로 선택하지만 모두가 성공적인 정보전문가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70여년 동안 국내 정보기관에 수 많은 사람들이 근무했고, 이들 모두 정보전문가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지만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 반증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정보전문가는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이다. 개인적인 영달보다는 충성과 의리가 무엇인지 보여줬으며 뛰어난 학식과 지혜로 세상이 나아가야 할 비전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와 마찬가지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풍전등화 같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면 제갈공명과 같은 현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전투구의 싸움질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에 국가의 장래를 맡기고 있어 오싹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개인적 과민반응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 계속 –
* 칼럼내용 문의 :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