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가정보원의 이해와 수험준비 ④ 국정원 인재상 - 민진규 교수(합격의법학원)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8-09-06 오전 7:40:00
공무원수험신문 · 고시위크 | 2018.09.03 17:2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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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격의 법학원 민진규 교수

(4) 국가정보원의 인재상

영화 ‘공작’의 흥행과 상관없이 주인공인 흑금성에 대해 다양한 질문들 던져본다. ‘안기부의 인재상에 적합한 인물이었을까?’, ‘인재상에 적합한 인물을 채용했고, 초기에 정보수집활동에서 좋은 성과를 냈는데 왜 해고했을까?’, ‘북풍사건에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신분이 노출됐다고 해도 유능한 인재라는 것이 검증됐으면 고용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었을까?’ 등이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활동 중이던 샘물교회 교인 23명이 납치됐을 당시에 국가정보원은 구출협상에 비밀요원을 투입했다. 아랍어와 납치단체인 파슈툰족의 언어를 잘 구사하는 비밀요원은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났지만 얼굴이 언론에 공개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와 국가정보원의 책임자들은 성공적인 구출공작을 홍보하기 위해 비밀요원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모험을 감행했다. 수십 년 간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육성한 비밀요원의 신분을 공개하는 행위는 해외 정보기관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유능한 장교였던 흑금성은 안기부의 비밀정보요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고의로 군대에 불만을 갖고 주위 사람들에게 신용이 낮은 사람으로 평가를 받으며 군생활을 정리한다. 흑색정보관(black officer)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설(legend)를 만들기 위한 사전조치이다.

안기부 인사담당자들이 흑금성을 채용하기 전에 인터뷰를 통해 안기부의 인재상에 부합한다고 사전에 판단했을 것이다. 흑금성은 안기부에 1993년부터 1998년까지 5년밖에 근무하지 않았고 신분이 노출되자 해임됐다.

영화의 내용이나 흑금성 본인의 주장은 감안하지 않고, 안기부의 입장에서 흑금성을 평가하면 그는 ‘안기부의 인재상에 적합한 직원이었을까?’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게 된다. 안기부가 추진한 수 많은 비밀정보활동, 방첩활동, 공작활동에 동원된 직원들도 ‘모두 인재상에 부합됐을까’하는 화두를 던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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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의 인재상

▶ 애국심, 책임감, 정보감각 등을 평가할 지표는 개발하기 어려워

일반인에게 공개된 국가정보원의 인재상은 어떤 직원을 채용하는지 기준이 된다. 국가정보원은 애국심과 헌신, 책임감과 전문지식, 정보감각과 보안의식을 가진 인재를 채용한다고 주장한다. 세부 항목에 따라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애국심과 헌신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려는 애국심이 있어야 합니다’로 표현된다. 국정원 직원이 국가에 충성하며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모두 국가를 사랑하는 애국심은 갖고 있어야 한다.

국가정보원 직원이 아닌 일반 공무원이나 국민 모두가 애국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데, 문제는 애국심을 평가할 수 있는지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지 여부이다.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헌신은 평상시 보다는 국가가 위기에 처해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마음과 행동이다.

5000년 한국 역사를 살펴보면 ‘말로만 애국을 떠들다가 나라를 팔아먹었거나 가장 먼저 항복 혹은 도망간 정치인과 관료가 너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국심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도 깨닫지 못한 위정자로 인해 일반 국민들은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보면 애국심을 판단하는 지표라는 것도 부모와 조상의 인생행로, 본인의 인생이력,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보여준 지원자의 태도(attitude) 등에 불과하다. 나름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평가자의 주관적인 기준이 먼저 적용될 수 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정치적 성향, 국가에 대한 충성심 등을 1차적으로 판단한다. 자기소개서에 ‘국가정보원에 입사하려는 목적은 무엇이며, 입사 후 국가정보원 직원으로서 중장기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것과 연계돼 있다.

다음으로 진행하는 신원조사도 이적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지원자를 필터링(filtering)하는 목적보다는 인재상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지원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실력, 노력과는 거리가 멀고 통제하기 가장 어렵고 모호한 영역이 신원조사이다.

둘째, 책임감과 전문지식은 ‘주어진 임무에 대한 전문지식과 함께 이를 완수하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로 설명하고 있다. 전문지식은 대학, 학과, 학점을 보고 면접과정에서 대부분 파악할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에 ‘지원한 분야에 도움이 되거나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본인의 지식과 기술 및 활동 경험에 대해 구분해 작성’하라는 것도 1차적으로 전문지식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시된 항목이다.

애국심과 마찬가지로 책임감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지표이다. 자기소개서에 ‘도전적인 목표를 세우고 성취해 낸 경험이 있다면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작성하라’는 항목이 책임감과 관련성이 높다.

국가나 사회 혹은 주변인을 위해 희생한 경험도 책임감을 평가하기 위한 좋은 지표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엄세대는 이기적이고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책임감은 평범한 지원자를 차별하는 중요한 항목에 해당된다.

일부 직원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개인적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조직의 업무를 도외시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요즘 말하는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도 중요하지만 국가정보원 직원은 일반 공무원이나 일반인과 다른 업무판단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셋째, 정보감각과 보안의식은 ‘정보기관 조직원으로서 정보감각과 보안의식을 겸비해야 합니다’로 설명된다. 정보기관 조직원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보안의식은 매우 높으며, ‘비밀을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애국심, 책임감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정보감각은 정보전문가로 30여년을 살아오며 ‘국가정보학-역사와 혁신’을 포함한 정보 관련 서적을 다수 집필한 필자의 입장에서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정보감각은 보안의식과 달리 천부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라는 주장에 대부분의 국가정보학자들은 동의한다.

정보기관에는 정보감각이 뛰어난 직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야 하는데 미국의 CIA, 영국의 MI6, 이스라엘의 MOSSAD, 일본의 내각정보조사실, 독일의 BND 등 선진국의 정보기관도 그러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선진국의 정보기관은 채용방식을 공개적으로 전환하면서 인재 풀(pool)을 넓히는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진국 정보기관은 공개적으로 채용과정을 진행하지만 아직도 폐쇄적인 인적 네트워크로 추천을 받고 있어 정보감각이 뛰어난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추천방식이 학연, 지연, 혈연 등에 얽매여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마도 정보기관 내부에 정보감각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정의하거나 이를 인재채용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을 수도 있다. 인간의 숨겨진 본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정보기관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포기해서도 안 된다.

결론적으로 국정원은 위에 제시한 3가지 인재상을 기준으로 직원을 선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애국심과 헌신은 건전한 사고, 책임감과 전문지식은 지식인으로서의 소양, 정보감각과 보안의식은 자신감과 연결된다.

‘최고를 넘어 더 큰 세계를 향해’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를 동원해 ‘눈 높이를 높이세요, 마음껏 성장하세요, 국가정보원이 더 넓은 세상을 열겠습니다.’로 우수한 인력을 유인하고 있다.

▶ 급여나 충성심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업무가 우수인재 유치하는 비결

통상적으로 세계 각국의 국가정보기관은 조직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스스로 인재상을 설정해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적용하기 위해 시도한다. 국가정보원도 동일한 수준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국가정보원이 애국심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이고, 지원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해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머리가 좋은 직원이 반드시 일을 잘하거나 조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국가정보원이 뛰어난 청년들이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애국심, 책임감 등만 앞세워서는 안 된다. ‘명예’보다‘돈’이 중요한 기업의 세계에서도 글로벌 선도기업은 우수한 직원을 유인하기 위해서 ‘월급’을 내세우지 않는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유명한 애플(Apple)은 ‘애플이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얼마를 근무하든 근무하고 있는 동안만큼은 항상 배울 수 있고, 도전적인 직무를 제공하는 것뿐이다.’라고 직원들에게 말한다.

세계 1위 자동차제조업체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어떤 기업에 가더라도 연봉 1000만엔짜리 근로자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독려하며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종신고용이 잘 보장된 일본에서 리쿠르트는 ‘언제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라’고 말하며 이직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에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직원들에게 ‘조직에 뼈를 묻을 각오를 하라’며 이직을 금기시한다. 이직을 하려는 직원을 ‘배신자’로 낙인을 찍고, 나쁜 소문을 퍼트리거나 업계에서 ‘왕따’로 만들어 조직을 이탈하려는 직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급여도 좋지만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어 세계 최고 ICT기업인 애플에 입사하려는 젊은이들은 넘쳐 난다.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조국을 등지로 미국으로 향한다.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잘나가는 구글, 페이스북 등도 급여보다는 창의적인 업무로 인재를 유혹한다.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기업이나 국정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위 말하는 ‘고용빙하기’로 구직자가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뛰어난 인재는 한국을 떠나고 있다.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의 구태의연한 인재상을 보면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 계속 -

* 내용문의 민진규 교수(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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