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창조경제, 명확한 정의·방향성 설정해야[아시아투데이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3-06-05 오후 3:30:00

[외부칼럼] 창조경제, 명확한 정의·방향성 설정해야
기사입력 [2013-06-05 06:01]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의 공통점은 누구도 명확하게 개념정의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창조경제는 모호한 경제민주화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조차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돼 가지만 핵심정책의 개념정의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정부가 사용하는 창조경제라는 말은 영어 ‘Creative Economy’를 번역한 말이다. 원어를 정확하게 번역한다면 ‘창조경제’보다는 ‘창조적 경제’라는 말이 맞다. 1994년 호주 연방정부가 문화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만든 말이다.

호주의 사례를 검토하고 2012년 런던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심하던 영국정부는 1997년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을 지원하기 위한 팀을 구성해 운용했다.

2004년 국제연합(UN)은 창조산업을 창의성에 기반을 둬 지적재산권(IP)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모든 경제적 활동에 연관된 사업을 포함한다고 정의했다.

호주에서 출발해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된 창조적 경제라는 용어는 기존 대기업 위주의 성장일변도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일반에까지 알려졌다.

공약으로 사용되기 이전에도 창조경제를 연구하는 학회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선점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명확하게 개념정의를 해줘야 하는데 주무부처의 장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정부나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창조경제는 기존 경제체제에 ICT 융복합’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 키워드인 ICT라는 말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이라는 말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정부가 추진했던 정보기술(IT)과 차이점이 없다.

IT도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통신이 핵심이다. 즉 다시 말해 IT를 ICT라고 부른다고 새롭거나 차별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대중정부는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소프트웨어산업을 활성화해 IT 거품논란을 일으켰지만 경제 활성화를 이뤘다.

이명박정부가 정보통신부를 없애고,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면서 방송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도 명확한 정의나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면 구호만 외치다 끝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김대중정부는 선진국의 IT 기술 중 한국이 따라잡거나 모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소프트웨어만 하더라도 전자상거래, 기업업무용 프로그램, 온라인 게임, 보안프로그램 등으로 특화시켜 나름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박근혜정부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나 스마트기기와 같은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막연하게 말을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인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다른 키워드인 융복합도 하나의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제품/서비스를 만들자는 말로 전혀 새롭지 않다.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기타 IT 기기들 대부분이 융복합 기술 & 아이디어의 산물이다.

융복합에 대한 말은 했지만 어떤 방식과 기술, 아이디어를 조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인기를 끌자 창조경제의 모델이라고 추켜세우지만, K-POP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은 설득력이 약하다.

미래부가 창조경제 정책을 추진할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창조경제 실현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것이 창조경제인데 이 부처의 수장이 보수적인 관료출신이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도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관료가 부적합하고, 민간인이 적합하다는 논리보다는 책임자의 성향이나 역량을 따지는 것이 우선이다. 미래부가 창조경제의 산파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침체된 국내 ICT 산업을 활성화 하기를 기대해 본다.
홍성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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