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한화그룹(5)]의리와 신용 중시 情的경영서 시스템경영으로 바뀌나[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3-05-01 오후 6:04: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3년 04월 24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한화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한화그룹 편(5)] (5)한화의 조직

'의리와 신용' 중시 情的경영서 시스템경영으로 바뀌나

변화 3.0프로그램 통해 기존 직급‧호칭 폐지 인사제도 혁신 중

글로벌 인재유치‧인재육성 위해 다양한 노력

오너 자신이 ‘신용과 의리’ 보여줘야 시장서 신뢰

(5)한화의 조직: 일 & 사람




▲ 한화그룹 사옥 전경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한화의 직원은 삼성, SK, LG, 현대차 등의 대기업 직원과 비교하면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징이 없다. 의욕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현장을 중시하지도 않는다. 한화의 조직특성도 이런 직원의 특성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최근 ‘변화 3.0’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룹의 인사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한화는 2012년 12월 기존의 직급과 호칭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연공서열에서 벗어나 업무역량에 따른 승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한화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네 번째 DNA인 조직(Organization)을 일(job)과 사람(people)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변화 3.0프로그램 통해 기존 직급‧호칭 폐지 인사제도 혁신 중

한화는 2012년부터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변화 3.0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변화 3.0은 수직적 위계질서 중시의 대기업문화를 수평적 능력중시의 혁신기업형 문화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전문역량 중시, 능력에 따른 보상 등이 원칙이다. 삼성그룹이 몇 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삼성 3.0’프로그램과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취지나 내용이 대부분 비슷하다.

한국 대기업들은 삼성그룹이 하면 무조건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 선진사례를 가장 빨리 도입하기 때문에 삼성그룹이 하는 것만 따라가도 중간 이상은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삼성 특검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삼성그룹의 혁신활동이 멈추자 국내 대기업들이 멘붕(멘탈붕괴, 정신상태가 붕괴된 상황을 일컫는 말)에 빠지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실패한 모델을 따라하다가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진 대기업도 발생했다.

한화의 변화 3.0은 수십 년 동안 국내 기업조직을 유지해온 직급서열을 나타내는 호칭을 폐치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직급호칭은 없어지고, 매니저로 통일되었다. 신입사원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로 부른다. 팀장이나 센터장과 같이 부서의 책임자로서 직책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매니저 대신 직책명을 사용할 수 있다. 직급은 성장경로와 직무가치를 고려해 G1~G7까지 7단계로 구성되고 사원은 G1, 대리는 G2, 과장은 G3, 차장은 G4, 부장은 G5에 해당된다.

직원들이 관심이 높은 평가제도도 바뀌었다. 전년도 12월부터 당해 년도 1월까지 목표를 수립하고, 당해 연도 7월에 중간점검을 하게 된다. 당해 연도의 평가는 익년 1월에서 2월까지 한다. 이런 평가체계는 다른 그룹도 동일하게 운용하지만 한화가 도입하기로 한 것은 세션(session)이라는 논의의 장이다. 평가자들이 목표설정, 중간평가, 최종평가에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해서 평가의 공정성을 높인다고 한다. 호칭을 통일하면서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고 하지만 활발한 토론이 일어날지는 미지수다.

평가에 따라 승진과 보상제도를 운영한다. 과거에는 개인의 성과와 역량만으로 승진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상위 단계의 업무를 수행할 역량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승진을 결정한다. 직무수행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이상적인 제도를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보상도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대치를 설정했다. 고성과자에게는 스팟보너스(spot bonus)를 지급해 우수인재의 확보와 이탈을 방지한다. 삼성그룹처럼 계열사별로 이익공유(profit sharing)제도를 도입해 계열사들이 목표를 상회한 이익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인재유치‧인재육성 위해 다양한 노력

2008년 김승연 회장은 해외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인재확보를 선언했다. 한화가 제시한 글로벌 인재상은 ‘신의와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Global Business Mind)를 지닌 전문인’이다. 한화가 주장하는 글로벌 인재는 인성부분에서 신의 있는 사람, 태도부문에서 창의와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사람, 능력부문에서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지닌 사람, 자격부문에서 국제적인 감각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한다.


▲ 서울 여의도 한강고수부지와 63시티 일대에서 열리는 불꽃축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현지채용을 늘리고 있다. 2004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해외 현지 채용시스템은 해외인재를 발견했을 경우 현지에서 직접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도 글로벌 리쿠르팅을 위해 현지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국내 대기업 모두 글로벌 리쿠리팅을 강조하고 있지만 홍보성 이벤트 위주로 진행하기 때문에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유능한 외부인재를 채용하는 것과 동시에 내부 직원의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한다. 한화는 글로벌 탤런트프로그램, 지역전문가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탤런트프로그램은 핵심 인재를 선발해 해외 경영대학원(MBA) 진학 등의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한다. 일반 직원과 임원급을 구분해서 공부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전문가제도는 특정 목표국가에 보내 현지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전문가 제도는 삼성그룹이 1991년부터 글로벌 사업을 위해 키우기 시작한 지역전문가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2012년부터 시도하고 있는 기업대학도 고졸사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우대하기 위한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대학은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한 사내대학과 달리 학위가 인정되지 않지만 직원의 역량강화에는 도움이 된다. 기업대학 3년 과정을 수료하고 5년 동안 성과를 낼 경우 고졸자도 대졸자와 마찬가지로 직군 전환과 승격의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 신입사원 채용부터 인·적성 검사를 폐지해 입사지원자의 시험준비 부담을 줄여주고, 업무역량 위주로 채용하기로 했다. 인·적성 검사가 지원자의 인성이나 적성을 파악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한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되었다고는 하지만 인재지상주의를 부르짖고 있는 삼성그룹보다 더 나은 제도는 보이지 않는다. 유능한 인재를 기업의 형식적 구호로 유인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형식에 불과하다는 논란을 초래해 온 인·적성 시험을 폐지하고 계열사별로 특화된 면접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고용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한화가 M&A로 성장하면서 하나된 기업문화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는데 통합된 기업문화를 형성하지 못하면 우수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

오너 자신이 ‘신용과 의리’ 보여줘야 시장서 신뢰

한화는 한화의 정신에 ‘신용’과 ‘의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 관련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김승연 회장이 ‘완전한 남자’라고 치켜세우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그는 의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려움에 처한 임직원에게 사재를 털어 통 크게 지원한다는 미담도 많다. 한화의 직원은 다른 대기업 직원에 비해 의리가 있다는 말을 듣는다. 김승연 회장의 기질이 직원들에게 전수된 것처럼 보인다.

최근 한화의 직원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과연 한화의 일선 직원들도 의리와 신용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싶었다. 회사의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자신이 한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화의 기업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을 했다. 한화의 직원들은 신용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은 하고 있었다. 삼성그룹, LG그룹 등 다른 대기업에 비해 외부인을 대하는 직원들의 태도가 합리적이었다.

한화가 김승연 회장의 승계 이후 가장 큰 도전을 받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2013년 4월 15일 위장 계열사의 빚을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도록 해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1993년 외화밀반출 혐의로 받은 유죄판결이나 2007년 보복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앞의 두 사건은 한화의 정신이라고 불리는 신용과 의리와는 연관성이 낮기 때문이다. 외화밀반출은 기업경영자 대부분이 저지르는 범죄이고, 보복폭행도 아들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부정(父情)의 발로라고 우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유죄판결을 받은 배임과 횡령은 한화의 정신과 위배된다. 대기업 오너의 대부분이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지만 신용과 의리를 중시한 김승연 회장이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는 범죄를 주도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주식회사의 대주주는 다른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신용과 의리를 지켜야 한다. 상장기업의 경영진과 대주주가 담합해서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파괴한다. 2013년 4월 18일 검찰은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가 난 부문에 대해 상고를 했다. 1심과 2심에서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하던 김승연 회장도 상고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승연 회장도 자신이 주장하는 신용과 의리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화가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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