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삼성그룹(8)]시장과 정상적 소통 외면 땐 조직 붕괴 가능성[국가정보전략연구소]
국가정보전략연구소
2012-12-19 오전 10:21:00

'국가정보전략연구소 민진규 소장'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기업문화 분석 도구인 'SWEAT Model'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삼성문화 4.0'을 집필하였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와 '그린경제'는 2012년 7월 11일 수요일자 신문부터 '기업문화 진단과 제언'을 통해 지속성장과 발전을 제시하는 기획물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2월 12일자 신문에 실린 [한국기업문화 진단과 제언 - 삼성그룹 편]을 소개합니다.

[기업문화-삼성그룹 편(8)]

(8)삼성의 기업문화 진단 후기

시장과 정상적 소통 외면 땐 조직 붕괴 가능성

기업성과 외부환경 변화 아닌 내부혁신에서 나와야

현재 실적에 자만 말고 더 겸손하게 이해관계자 배려 필요



[그린경제=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기업문화를 진단하면서 삼성을 다룬다고 하면 모두가 삼성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는데 칭찬 일색이지 않겠느냐고 기대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삼성이 단군 이래 가장 뛰어난 기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그 중심에는 이건희 회장이 있다고 칭송이 자자하다.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성도 부족한 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조차도 건전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자존심이던 포드자동차나 GM자동차처럼 몰락하는 줄도 모르고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작년에 ‘삼성문화 4.0–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라는 책을 출간하고, 연이어 창의적 기업문화 혁신모델인 ‘SWEAT Model’을 국내 1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해 진단했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삼성의 기업문화를 진단하면서 느낀 점은 작년에 책을 쓸 당시와 비교해 개선된 점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신수종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고, 애플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의 기업문화를 진단하면서 포함시키지 못한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 강하나 외부지적 거부 등 자만·독선 우려

삼성의 직원들을 관찰하거나 직접, 간접적으로 접촉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직원들 대부분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강하지만 외부와의 소통에는 소홀했다. 대화를 하면서 객관적인 평가라고 해도 삼성에 부정적인 내용일 경우에 적극 해명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업무와 관계도 없고, 자신이 속한 계열사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단 삼성 전체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 정도로 조직에 충성심을 보이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 도대체 누가 이들을 이런 사고로 무장시켰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하지만 반면에 작은 이슈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고, 객관적인 자료조차 부정하려는 자세를 보면서 이미 치유 불가능한 독선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됐다. 일부 언론에서 삼성의 실적과 직원을 칭찬 일색으로 평가하면서 조직 전체가 평가의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다. 삼성직원들의 노력이 미약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노력만으로 현재의 삼성을 일굴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엘리트 의식을 표출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이런 인식으로 우리 사회의 건전한 시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내부에 대한 충성심은 강한데 외부인과 정상적인 소통을 두려워하거나 소홀히 하면 자신에게도 손해지만 조직도 무너진다. 삼성직원들과 업무상 소통을 하는 사람들도 삼성 직원 못지않게 지식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다면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또한 삼성직원들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말은 많이 하지만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감은 적은 편이다. 상대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일정 시간 몸을 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지고 서서히 변해간다. 냄비 속의 개구리 얘기를 하지 않아도 너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문화를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들만의 성(城)을 구축하고 내부소통만 열심히 하다 보면 ‘외계인’이 되어 있는 줄도 모른다.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기업도 살아남지 못한다. 조직의 보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혼돈하게 되면 인생이 불행해진다.

기여실적과 무관한 성과시스템 폐해 보완 절실

연말만 되면 언론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삼성이 직원들에게 막대한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뉴스를 보도한다. 경기불황에 중소기업 직원들은 임금조차 체불되어 생활이 어렵다거나, 모두가 어려워지면서 불우이웃돕기 성금조차 내지 않는다는 뉴스도 동시에 나온다. 실제 이 같은 사실이 부러워 가까운 삼성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받으니 좋겠다고 말하면 그들의 대답은 ‘뉴스에 나오는 성과급 이야기는 삼성전자의 휴대폰이나 반도체 등 일부 부서에 한정된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직원들을 독려하는 방법으로 성과주의를 내세웠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의 성과가 내부혁신보다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휴대폰, LCD, LED, 반도체 등은 기술력이라기보다는 외부 경쟁환경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같은 전자라도 가전, 통신, 시스템 LSI와 같은 조직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경쟁력을 잃었거나 확보하지 못한 사업이기 때문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 2011년 강제로 분사된 LCD도 제품개발과 기술혁신의 실패가 아니라 LED시장의 성장, 중국 LCD업체의 추격 등으로 사업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가 연관성이 낮다면 이 성과배분 체계에 동의할 직원은 없다. 자신이 원해서 특정 계열사, 특정 사업부에 간 직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도 있을 것이다. 조선이나 생명과 같은 계열사도 한때는 그런대로 좋은 실적을 냈다. 그러나 이미 사양산업에 속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계열사도 있다. 그저 운(運)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고 하면 성과시스템에 대한 불신만 높아진다. 이런 제도라면 성과급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

일본기업은 직원을 평가할 때 단기적인 능력발휘보다 근본적인 인간성이나 잠재역량에 대한 평가를 우선한다. 잠재역량을 평가할 때 과거의 학력이나 이력보다는 미래 창출할 가치에 더 비중을 둔다. 보상제도도 실적뿐만 아니라 근속연수와 리더십, 조직에 대한 공헌도 등을 함께 평가함으로써 인화와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성과주의가 지나친 개인주의로 치우쳐 조직화합을 방해하고 조직 내부의 시너지(synergy) 발생을 어렵게 만든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의 놀라운 실적에 현재의 성과주의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지만, 내부 직원들을 만나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현재의 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이들의 불만이 합리적이거나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시스템을 수정·보완하는 데이터로 활용할 가치는 있다고 본다. 성과보상이 일부 상위층에 집중된 점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과연 이들이 직원들과 비교해 그만한 가치의 일을 하고 있는지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해 평가해야 한다. 막연하게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이 받는 급여와 성과급과 비교하면 어떻다’하는 식의 발언은 조직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를 설득시키기에는 궁색하다.

실적에 자만말고 겸손하게 이해관계자 배려해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미를 보이던 세계경제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더욱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수출주도의 한국경제도 주력시장인 미국, 유럽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2012년 연말이 되면서 세계 각국의 주요 경제전문가들이 2013년 경기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낙관적인 전망보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고, 이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업이나 국가가 선택해야 할 전략으로 ‘협력(partnership)+치유(healing)’를 제시한다. 즉 이해관계자와 합심하지 않으면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런데 삼성의 경우 이해관계자와 아름다운 동업을 유지한 경험도 부족하고, 현재 주요 고객과의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안타깝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질책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다. 아무리 삼성의 기술력이 독보적이고, 마케팅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쉽게 헤쳐가기 어려워 보인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영역이 많지 않고, 기술우위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점도 아킬레스건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구매고객이었던 애플과의 관계도 결별의 수순을 밟고 있다. 애플이 LCD는 LGD로, 배터리 구매는 중국업체로 교체한 데 이어, 최근 삼성이 자랑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A6칩까지 대만이나 일본업체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특허분쟁을 시작하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소송 초기에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 협상전략에 문제가 있었지 않았나 하는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할 필요성이 있다.

일본 기술제휴업체와의 관계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삼성이 자랑하는 반도체, LCD, LED,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이나 기술은 일본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는 한국기업이지만, 이 기업이 일본기업으로부터 기술제휴나 부품을 공급받는 경우가 많다. 국산화율이 60%니 70%니 하는 말도 하지만 실제적으로 보면 이보다 낮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업체들이 현재로선 담합을 하고 있지 않지만 삼성전자의 독주가 계속된다면 본격적으로 견제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과의 협력이 중단되면 애플과의 거래중단보다 더 큰 충격을 받는다.

현재의 실적에 자만하지 말고 조금 더 겸손하게 이해관계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 경영전략을 진단해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리더의 방향제시가 문제인지, 참모들의 조언이 문제인지, 실행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등의 영역에서 보완할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자라는 평범한 경구를 새겨듣기 바란다.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리 과거의 화려한 영화(榮華)도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민진규 객원기자(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stmin@hotmail.com

저작권자 © Institute for National Intelligence Strateg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ulture 분류 내의 이전기사